1. 12월31일 신년을 40분 앞둔 지금도 보신각 타종행사가 열리는 종각역 2번출구 앞 회사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퇴근할..건데 퇴근할 수 있을까.. 올해도 가는데 퇴근할 수 있을까.. 퇴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집엔 내년에나 도착할 수 있을 거 같다. 2. 통영을 다녀왔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어릴 때를 포함해서 통영은 아마 다섯번 정도는 갔을텐데 작고 조용하고 사실 별로 구경할 거리나 놀 거리도 없는 곳이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했다. 여유롭고 한적하고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동네. 네시간반의 시간을 뛰어넘으니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받침 없는 시월의 한적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놀랍도록 따뜻한, 장난삼아 말했던 따뜻한 남쪽나라의 겨울은 원래 이랬었지 하는 반가운 햇..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데, 내가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2년 전 4월16일 그날의 세월호였다. 도저히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번의 울음을 삼킨 끝에 나는 "그곳에 가자"는 결론밖에 내릴 수가 없었다. 그게,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 1년 전, 4월, 광화문광장에서 보낸 한달은 내 생애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곳에서 나는 아직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지 못해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께 "아이가 좋아하는 일본에 유학보냈다" 거짓말했다는 아버지를, 마음 약해질까 봐 꿈에서조차 딸이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며 눈물을 뚝, 뚝, 흘리는 어머니를 만났다. 애석하리만큼 비가 쏟아지던 날, 모두가 울었지만 실은 침묵과 고요만이 가득했던 4월2일 삭발식의 절규를 떠올리면..
1. bit.ly/1KXf0GZ 성정체성 뿐만 아니라 인종/민족/지역 정체성까지도 '태어난' 것과 관계없이 정립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는 백인이면서 백인이 아니고 흑인이 아니면서 흑인이다. 2.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줄 구성원을 아꼈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
1. "할머니는 밤중 화장실에 갈 때 할아버지를 동행하며 몇 번이고 당부한다. “당최 어디로 가시지 마오. 내가 무서워 그래요.” 사랑과 동시에 사랑의 완성인 죽음에 대해 말하는 영화가 되었다." 2. "아들의 유품이 택배로 올라온다는 전갈을 받은 엄마는 택배 기사와 마주칠까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안절부절못합니다. 유품을 받으면 그때는 아들을 진짜 보내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준비가 안 돼서입니다. 이틀을 피하다 엄마는 유품을 받았습니다. 바닷물에 있던 아들 교복이 삭아버릴까봐 빨리 세탁을 하려는데 이번엔 아이의 여동생이 유품 상자를 열지도 못하게 합니다. 상자를 열먼 바다 냄새가 된 오빠가 온 집 안에 퍼질 텐데 그러면 자기는 집에 못 들어올 거 같다고요. 곤혹스런 아빠는 아들 교복이 든 유품상자를 차..
1. 생각이 많아질 때면 '집'이 아닌 '방'에 사는 것이 참 갑갑하게 느껴진다. 옥상 평상에 누워 바람을 쐬고 싶은 밤이다. 2. 종강하기 전 잡았던 방학일정은 내일로 끝이 난다. 남은 두달 가량의 시간이 짧고, 또 길다. 처음 타지에서의 홀로나는 생활을 시작한 친구의 외로움을 덜어주기엔 내 생활이 퍽퍽하고,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 그의 이야기를 듣기인 아직 준비가 안된다. 그 아인 내게 너도 그때 그랬어? 하고 물었는데,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을 이제와 논하기엔 지나온, 그리고 남은 날들이 벅차서, 이미 수년전에나 생각했던 별거 아닌 문제를 너는 겨우 끙끙거리고 있구나, 하고 괜한 짜증이 일었던 내가 혐오스러웠다. 나와 그는 아마 끙끙거리면서도,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리라 생각하지만. 너는 어떨까. 내..
나는 원래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을수록 말을 못했다. 입안에 맴돌고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는 글자들이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어 나가기까지 몇 번을 반복해서 망설이고 삼키고 다시 떠올랐다 가라앉곤 해서, 첫운을 떼기가 참, 힘들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몇년만에 당신을 만났다. 목소리는 그간에도 몇번 들어왔지만 그날 이후 직접 만나는 것은 정말 몇년 만이었다.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그리고 함께 나누고픈 일상들도 많았다. 하지만 끝내 나는 당신에게 묻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제 와 다시 생각하는 거였다. 그때 그것을 물었더라면, 그때 그 말을 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 관계가, 그리고 그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그 관계를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회한..
1. 하루에 한심이라는 생각을 대체 몇번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는 모 과목 두번째 중간고사 친 시험지를 받았는데 무려 90점에다가 두페이지에 걸쳐 good!이란 표시가 세번이나 되어있어서 기뻤지. 근데 문제는 그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건 내가 지금 과제 하나를 일주일 째 안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고, 다음주에 있을 기말고사 준비를 진짜 '한 글자도' 못해서 이기도 하고, 기말보고서 준비를 안해서 이기도하다. 사실 정작 내가 '한심'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 학업이나 성적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레이의 말마따마 "도망치지 않았다는 기억"이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도망치는 것이고 무엇이 포기하지 않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서도. 이미 한 번 도망쳤다는 기억..
1. 지난 일요일에 아, 이제 한숨 좀 돌릴 수 있으려나- 하고 일기를 남기겠다고 이 포스트를 쓰다가 말고 잠에 들었다. 시월 중순부터 계속됬던 '바쁨'이 거의 만성적인 상태가 되어서 새벽에 잠들어서, 수업가기 전에 간신히 일어나고, 수업 끝나고 쪽잠을 자다가, 과외가기 전에 다시 헐레벌떡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수면패턴이 엉망이라서, 또 그만큼 방이 어지러워졌다가 다시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챙겨먹는다.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쩐지 매일 할 일은 조금씩 쌓여간다. 그래도 이제는, 결국 이 꼬여있는 매듭을 풀어야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잠시 내려놓고 있다가도 하나하나 치워 나가다보면 생각외로 실마리를 찾는 것은 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남아 있는 4..
2013.09.21-22. 교지 추석여행 @남이섬 정말 물리적으로 몸이 바빠 죽겠네요 :D... 아주 신난다. 원래 외교학전공 과목이 다 그런거라지만, 매주 해야하는 과제가 계속 있다보니까 일주일이 금방금방 훅 지나가는 거 같아요. 특히 이번 학기엔 처음으로 예습과제 있는 수업을 두개나 듣고 있는데, 선배들은 이걸 다 어떻게 들었대 ;ㅇ; 싶은 기분입니다. 시험기간에 공부는 공부대로 해야 하고, 과제는 또 과제대로 해야하다 보니까, 친구 붙잡고 으아 나 어떻게 해ㅠㅠ 하면서 매일 찡얼찡얼대는 생활이에요. 그 와중에 또 중간고사 끝나는 주에 바로 조발표 있어서 조모임 준비도 해야하고. 인간적으로 시험이 있으면 과제가 없던지 과제가 있으면 시험이 없던지 둘 중에 하나만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ㅇ;... 살려..
1. 아무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입니다 :). 개강한 지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시간표를 올리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실은 일기에 실을 만한 적절한 사진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지금 제 생활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어쨌든 아직은 시간표인지라! 네,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시월 중순쯤엔가 휴학을 했던 거 같으니까 정확히 휴학한 지도 벌써 꼬박 만 1년을 다 채워가고 있네요. 일년만에 다니는 학교는 새삼스럽지만 무언가 새로워요. 정말 오랜만에 수업듣는 게 재밌다는 기분도 느끼고(물론 그럴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과제도 열심히 열심히 하면서, 그 와중에 밥도 먹어야 하고, 과외도 해야 하고~ 하다보니 벌써 훌쩍 한달이 지나갔어요. 언빌리버블! 매일매일 해야 ..
1. 바늘을 삼킨 느낌 난 가끔 너의 말이나 태도가 불편하고, 그렇지만 그 불편함이 결국은 쓸데없는 내 민감함 때문일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긴다. 그리고 그 문제는 항상 다시 돌아와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무엇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걸까 고민하게 된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따금씩 이런 상상을 하곤 해. 내가 만약 나는 아마 결혼을 하지 않을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태연하게,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아버지는 뭐라고 반응하실까. 나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고, 스스로 자각하기에도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소위 여성스럽다고 하는 옷을 입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 했다면 또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나는 비슷하게 상처받을까, 역시 그렇구나 할까. 비슷하지..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자꾸만 나는 어딘가의 내 소중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였다. 그리고 꼭, 그 결정을 남에게 미루고 나는 지쳤으니 이어나가는 걸 포기하겠다고 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였다. 수고했다든가, 고생했다든가, 잘해왔다든가, 고맙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한 교지활동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자꾸만 교지 사람들은 나를 보면 수고했다고 이야기하고, 그럼 나는 아 그런가 난 수고한건가 하고 복잡한 기분이 들고 마는 거였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워도 무언가 다같이 논의하고 고민하는 게 좋았고 함께 글을 써나가는 게 재미있었던 거 같은데,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그걸 어떻게 써나갈지 고민하는 건 힘들지만 또 의미있고 즐겁기도 했던 것 같은데..
3월 28일 @서울숲 1. 요즘 너무너무x300 심심하다! 2월까지만 하더라도 교지 일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두번 이상 학교를 꼬박꼬박 나가야 했고, 그 중 며칠동안은 또 글쓰느라 밤새기도 하고, 인터뷰다 회의다 혹은 과외다 집안에만 꼬박 있을 일이 없었는데, 47호가 발간되고 교지 일이 끝나고 나니까 정말 심심하다 ^_ㅠㅠㅠ... 책 읽고, 책 읽다가 질리면 영화 보고, 영화 보다가 질리면 웹툰 정주행하고, 그러다 집안에 있는 게 싫어지면 밖에 나가서 학교나 어디까지 걷다가, 아니면 친구만나서 수다떨고, 아니면 과외갔다가... 하는 생활이 하루이틀 3월 한달을 꼬박 반복되고 나니까 정말 심심하다ㅋㅋㅋ 으앙 내가 이렇게 내 시간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ㅠㅠ 정말 책도 계속 읽으니까 질리구..
1. 가끔씩 내가 쓸데없이 예민해서 과민반응 하는 건지, 사람들이 무심한 건지를 구분 못하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넌 감각이 살아있는 게 아닐까? 라고 하더라. 난 솔직히 아직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웃질 못하고, 그 한 단어 한 표현때문에 혼자 울다가 화내다가 하고, 그 불편함이나 그저 '참을수없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그게 남의 무심함이 문제라면 그를 탓하고 이러이러하니 잘못이다 라고 말하면 되겠지만, 나'만'이 그렇게 힘겨워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거라면 내가 이상하고 내가 잘못된 건가? 하고 자기비판에 들어가버리다보니, 결국 결론은 내가 문젠가? 하게 되는 거. 맞부딛혀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오해나 잘못을 해결해나가고 그걸 인식하고 이해하고 설득해나가면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