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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31일 신년을 40분 앞둔 지금도 보신각 타종행사가 열리는 종각역 2번출구 앞 회사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퇴근할..건데 퇴근할 수 있을까.. 올해도 가는데 퇴근할 수 있을까.. 퇴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집엔 내년에나 도착할 수 있을 거 같다.
2. 통영을 다녀왔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어릴 때를 포함해서 통영은 아마 다섯번 정도는 갔을텐데 작고 조용하고 사실 별로 구경할 거리나 놀 거리도 없는 곳이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했다. 여유롭고 한적하고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동네. 네시간반의 시간을 뛰어넘으니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받침 없는 시월의 한적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놀랍도록 따뜻한, 장난삼아 말했던 따뜻한 남쪽나라의 겨울은 원래 이랬었지 하는 반가운 햇살이었다.
어쩐지 올해는 여름도 겨울도 바다를 보며 지내게 됐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안정감을 주는 시간이란 참 값지다. 그리고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언제나.
3. 내겐 있었고 네겐 없었던 것. 내겐 없고 네겐 있는 것. 그 사이에 너는 삶을 선택했고 결정을 내렸다. 네 속에 무엇이 없었고 무엇이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왜 이렇게까지 비감과 고통이 가득한지 모르겠다. 떠나보내는 일은 도무지 익숙하지 않다. 너와 나는, 왜 만났고, 또 왜 만날 수 없었던 것일까. 말하는 법을 잃어가는 나는 너의 글에 어떤 답을 해야만 하고 또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다. 소화해내지 못한 말들이 맴돌다 닿지 못한 채 바스러진 것이 두려워. 미안해. 그저 미안해.
4. "9·11의 비극이 왜 일어났는지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그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본 청문회에 서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또 다른 이유에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본 청문회를 통해 비로소 희생자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할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장에 계신 유족 여러분, 그리고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하고 계신 여러분. 여러분의 정부는 맡은 소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을 보호할 소임을 다하지 못했고 저 또한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햇습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실패했고, 실패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해서 모든 사실들이 규명되는 과정에서 저는 여러분들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슬픔과 공감과 분노를 그때 다 '지불'해버렸으며, 마치 새로운 뉴스들이 이전 소식을 아래로 밀어내리는 타임라인처럼 마음의 바닥에 세월호가 가라앉도록 내버려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가 지금 침몰해 있는 곳은 겨울의 팽목항 앞바다가 아니라 그보다 깊고 차가운 우리 마음속 심연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오늘 마음속의 세월호를 길어올려야 할 이유 또한 이들과 슬픔과 분노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성탄과 세밑의 화려한 불빛이 어지럽다." -정동칼럼
5. "내게 일어난 현상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어요."
6. 화를 내고 싸우는 것보다 화내기를 포기하는 것이 두렵다. 요즘 나는 후자에 가깝다. 절망스럽다.
7. 괜찮지 않음을 한번 입밖에 내뱉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자만과 나태와 무기력과 인내를 달고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그러고 쏟아지는 한없는 부끄러움에 다시 현위치를 실감하게 되는 거다. 휴식만큼 되돌아볼 시간도 절실하다. 나는 나를 모른다. 여전히. 소명의식을 갖는 것이 우습다. 직업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순간 내가 얼마나 가치 없는 인간인지를 알게 된다. 그게 싫어 다시금 일이라고 되뇌인다. 일이다. 하지만 그냥 일이기만 해서는 또 안된다. 그 간극이 어렵고 내 위치가 모호하다. 아직도.
8. "이제 전쟁은 국가보다 훨씬 낮은 단위에서 훨씬 싼 값에 훨씬 만성적으로 치러진다. 결국 국제 안보라는 일종의 '공공재' 생산을 위해서, 누가 인적ㆍ물적 투자라는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게 된다. 국가 공백 지역에서의 값싼 전쟁이 문제의 근원이라면,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천관율, '값싼 전쟁'과 마주친 세계.
9. "두번째 계절들이 다 왔어. 이제 봄만 오면 돼." -봄
10. "누군가 시대의 문제들을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힘으로 해결했다면, 그것은 그에게 가장 행복한 결론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이런 관점으로 바라볼 때, 그것은 문제가 왜 발생했는가를 도외시하는 것이 된다. [응답하라 1988]은 시대의 문제를 보여주되, 그 문제의 원인과 맥락 대신 해결 방식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가족과 같은 단단한 공동체의 힘이다. 시대의 문제를 개인적인 정으로 이뤄진 공동체를 통해 각자 해결하는 것이다. 시대의 문제를 부인하지 않되 문제의 근원을 언급하지 않고 개개인의 해결 방식만을 제시할수록, 시대상은 특정 대중문화 콘텐츠나 유행처럼 모두가 아는 것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환상이다." -아이즈
11. 나는 언제나 그곳을 지켜보고 그곳에 함께 있는 것이 두렵고, 두려울 만큼 숨이 막히고, 두려울 만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그리고 또 그만큼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을 끌어안고 산다. 삶이 그렇고 죽음이 그렇다.
부고를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당신의 이름에도 나는 어쩐지 당신의 이야기가 퍽 익숙했다. 그래서일까 심장을 꽉 쥐고 있는 느낌에, 울렁이며 올라오는 토악질을 꾹 눌러 담으며 읽어 내려가던 당신의 마지막을 차마 한숨에 토해낼 수가 없었다. 온몸을 옥죄는 두려움에 읽기를 멈추고 또 이내 두려움으로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강박에 시선을 내리기를 반복했다.
그저 당신에게 세상이 조금만 덜 가혹했으면 했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나와 당신을 내던지지 않을 딱 그만큼만, 좀 덜 춥고, 좀 덜 외로웠으면 했다. 그래서 그렇게 이어지길 바랬다. 빛바랜 이름을 부고로 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2. 우리는 얼마나 특정 관점만으로 세상을 보고 정보를 습득하는가. 당연한 방식의 서술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내가 얼마나 틀에 박힌 멍청하고 한심한 인간이었는지, 그리고 또 기존 관점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다시 절감한다. 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지, 경제발전 논리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너는 어떤 무기를 키우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기술에 앞서 정치가 필요하다고 믿는 나와 너는, 결국 정치학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나는 그것이 운동으로서의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언어의 정치'도 개인의 상식을 깨트린다는 점에서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절대다수가 그랬는가와는 별개로 나에게는 정말 그랬으니까. 하긴 사실 '무의미하지 않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운동들이 얼마나 많던가. 자기만족으로 남지 않기 위해 운동이 갖춰야 할 방법론에 정답이나 해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13. "함께 출근하고 함께 퇴근하겠습니다." -미생.
14. 그래서는 안되는 상황에 그래서는 안되는 감정이 자꾸만 생겨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하지 않는 말들이 쌓여만 간다. 그게 가장, 답답하다. 말을 잃어버려서 말을 잊는다. 잠이나 자야겠다.
15. 밤에 별별 하찮은 이유들로 잠이 들지 않을 때면 괜히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저 꾹꾹 눌러담고 애써 잠을 청할 따름이다. 춥다.
16. 부끄러운 역사는 역사가 아닌가.
17. 퇴근이 오후 6시라면 내 마음은 이미 오전 6시부터 퇴근을 기다릴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칼퇴시간이 오면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나는 오늘도 칼퇴라는 부질없는 꿈을 꾸었소.
18. "우희씨, 늦어서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나갈까요?" 이 한 장면이 우희와 부장님의 관계를 정말 잘 표현하는 장면이 아닐까.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자신을 밖으로 이끌어줄 존재를 기다렸던 우희와, 늦게 만난 우희와 함께 나갈 부장님. 숨이 차게 달려와 우희의 손을 잡아주는 부장님의 마음씨가 참 좋다.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도 상냥함이 느껴져서 이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기대하게 된다.
19. 서울살이 5년 반만에 처음으로 남산에 올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막조막하니 모여 산다는 게 놀랍고 안타깝고 공감가고 또 예쁘고 아름다웠다. "집에 불이 켜진 건 그곳에 사람이 사는 증거"니까. 사실 좀 춥고 사람도 너무 많고 무수한 자물쇠들의 절그럭 거림이 무섭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어 좋았고 예쁜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그 모든 순간에 항상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
20. Everyone is beautiful in their own way.
Not everyone is beautiful. What we should be teaching instead is that it is OK to not be beautiful.
21. 아직도 A의 안부를 묻는 B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22. "젊은이들의 귀성 회피는, 사실 어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남의 삶을 멋대로 예단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한국의 가족문화 자체에 대한 환멸에 가깝다" -한겨레
23. "It wouldn't be fair if they died and I lived." 아이들은 단순하고 강하다.
24. <올드위키드송>
기대 이상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 극이었다. 음악과 연극이 잘 어울러져서 음악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표현되는 연출방식이 참 좋았고 그 음악에 담기는 둘의 미묘한 감정 변화도 잔잔하니 좋았음.
창용배우님 보러 간거였지만 '노래'하지 않는 창용님은 처음이라 사실 좀 걱정도 했는데 확실히 연기가 훨씬 좋아졌음. 와 이사람이 이렇게 노래 없이도 무대를 이끌어가는구나 감정표현이 담기는구나 하는 괜한 놀라움에 다시 한번 반했다. 성장이 보였다.
늙고 죽어가는 스승과 젊고 다시 살아나는 제자가 빚어내는 이야기는 노련한 배우와 아직 성글지 않은 배우의 모습과도 겹쳐보였고 그건 다시 그 모든 지켜보고 기대에 부흥하고자 하는 모든 둘의 관계로도 확장돼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 나치와 나치 이후를 살아가는 두 사람의 감정이 교차되어 그려지는 흐름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가 너무 예뻐서 반함...
25. 누군가 나보다 더 열악한 생활에 놓여 있다면 그건 연대하고 분노할 일이지 그래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후자가 맞다고 강요한다. 그 속에서 나는 사소한 일에 때론 남이 보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절망을 느끼는 것같다.
26. 지속가능한 공동체란 뭐고 조직이란 뭐고 그래서 연대란 뭐고 '개인'이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소통은 필요하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고- 결국 이 고착감이 계속되리란 생각만이 한참을 가득 체웠다. 답답하다. 입장 차이를 드러내 놓고 이야기한다면 바뀌는 게 없을지언정 답답하고 불편한 일은 사라질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서로의 위치에서 다른 입장을 '드러내'놓는다는 건 아랫사람/비정규직의 입장에서는 기실 불가능하다. 가능하더라도 뒷감당이 미치도록 짜증나겠지.
나도 당신도 저임금 고강도의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그렇기 때문에 불만이 많지만 그것과 별개로 열정페이라도 받고 일하는 나와 당신의 위치에라도 오고 싶을 그에게 떠나라, 남지 마라, 그동안 '개고생' 많았다, 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아마 비정규직과 인턴제와 3포세대라는 말이 있기 전을 살았을 당신이 체감하지 못할 공포와 자괴감일테다. 이해는 어렵고 생존은 힘들고 지나온 시간은 길고 앞으로 가야 할 시간은 더 길다. 그 사이에 얼마나 더 많이 바뀌고 혹은 바뀌어갈지 모르겠다.
A는 B를 욕하고 B는 A를 욕하지만 나는 A도 B도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만큼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들의 불만과 문제제기는 결국 '나'의 불만과 문제제기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건 소속감이나 애사심과는 또 별개의, 지위의 문제에 가깝다.
나는 이곳에서 앞으로 얼마나 나 지신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돈을 벌고,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재미를 느끼는' 일에서 돈을 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살아감'에는 그것과 별개의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그걸, 이곳에서 연대라는 것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소속감을 가질 곳을 찾을지, 이곳을 떠날지, 그 모든 갈림길 속에서 모든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때론 선택하지 않는 것에서도 또 다른 의미의 용기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안받는 사람이 어딨냐,고 말하는 너가 있고, 그러면 니가 좀 더 잘할 수 있게 노력해,라고 말하는 너가 있고, 불만있으면 말하고 항의를 해 아니면 때려치우기라도 해,라고 말하는 너도 있다. 결국 그 모두 내 이야기고 또 남의 이야기로 들린다.
27. 이날 난민선 전복으로 아버지는 두 아들과 아내까지 일가족을 모두 잃었다. 살고 싶어서 시리아를 떠난 그는 이제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 가족들을 묻고 자신도 곁에 잠들고 싶다 말했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이들의 죽음이 벌써 2600명을 넘었다.
28. 너는 이게 다고 이게 전부니까 없는 이야기를 찾지 말라고 했다. 내가 보지 못한 너의 일상이 어땠는지, 내가 함께하지 못한 너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래서 결국 넌 뛰어내린 건지, 아니면 그냥 발을 헛딛은 건지 난 결코 알 수 없으니까. "인간의 두뇌는 이것저것 다 기억한대. 순간순간 디테일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머리에 전부 다 저장을 한다는 거야. 물론 사람마다 저장하는 방법은 다르겠지." 그리고 "물론, 보지 못한 건 알 수 없지. 넌 못봤잖아. 그러니까 평생 궁금할 수밖에 없지." 내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너는 살았고 아마 살았을테고 그리고 끝내 살지 못했던 거일테다. 난 아마 평생 알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거다. 너는 선택을 한 거였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한 거였을까. 지금 너는 어디에 있는 걸까.
29. 근래 갖고 있는 대부분의 고민은 공동체로 회귀된다. 놀라울 정도로. 특정 공동체를 옹호한다거나 공동체지향적이라는 것보다는 - "밖에서 좋은 사람이 오"는 것보다는 - "좋은 사람이 머무르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지속가능성이 가장 필요한 곳은 역설적이게도 자연에 앞서 인간사회다.
30. 맛있고 재밌고 여유롭고 행복하고, 좋은 여행이었다. -2015.8.28.
31. "자기편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사람이라는 증명을 받기 때문이다."
32. 언젠가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 것도 익숙해지게 될까. 무덤덤해지게 될까. 지금과 다르게?
33. 모 방송 모 진행자가 북한 포격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전쟁을 두려워하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했다. 우스운 질문이다. 전쟁은 두려운 게 맞고 두려워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외교학이 발생했을 이유가 없고 외교·통일부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국제정치학과 별개로 외교학의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면 윤교수님이 말씀하신 <D-13>이었다. 3차 대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던가. 양측은 우리보다 더 강하고 굳은 적대관계였고 고조된 긴장관계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수 있었지만 결국 '피해갔다'. 적절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한가지 대응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가 훌륭한 사람이고 훌륭한 대통령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결국 외교적 결과다. 우리나라에 외교가 실종된 모습이 그저 절망적이다.
34. 잠에 덜깬 당신의 목소리가 예뻐서 나는 도리어 잠이 깼다.
35. 열아홉과 같았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말하지 않는 만큼 상처 입히지 않았을까. 도망치는 만큼 보호할 수 있었을까.
36. 그래도, 하는 간절함과 역시나, 하는 회의감 사이를 살얼음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그래도, 끝없는 이 망망대해를 함께해주는 그대가 있어 위안이 된다.
37. "내가 위로를 잘 했기 때문이 아니에요. 가끔씩 만나면 마냥 귀여워해주던 사람. 어린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 그 사람이 수년간 못보다가 찾아오니 다들 갑자기 넋놓고 울어버린것 같아요."-김영만 아저씨.
38. "달은 최초의 미디어다"
39. 한국에 20몇년 살면서도 애국심이 안생기는데 이제 겨우 반년 정도 다닌 회사에 어떤 애사심이 있고 그게 나한테 어떤 이득으로 돌아오길래 내가 경영진 마인드를 이해해야 하냐. 지금같은 시대에 내가 당장 내년에도 이 직장을 멀쩡히 다니고 있을지 아니면 이 회사가 내년까지 멀쩡히 살아 있을지 알 수가 없는데 10년 뒤 모습을 내다보겠냐. 나에게는 지금 당장의 생활이 급하고 오늘 하루의 먹거리가 급하고 내일 잘곳 마련이 급하다.
그곳이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아니라는 점을 너네들도 좀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할때는 나에게는 너네들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설 일이 없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성질죽이고 살기 너무 힘드니까. 어째서 우리에게 붙은 이름은 386세대도 베이비붐세대도 X세대도 88만원 세대조차도 아닌 3포세대고 5포세대일까. 우리는 왜 포기를 먼저 배워야 했는가.
40. 상실 그 자체보다 상실 이후를 다루는 작품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다. 너와 함께 보고 싶다.
41. 결혼을 앞둔 선배에게서 요즘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주방칼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나는 아마 그럼 매일 아침저녁마다 끔찍히 힘들텐데. 너는 앞으로 부엌데기로 지낸다는 의미 같고 또 밥을 챙겨 먹어(여)야 한다는 압박으로도 다가온다. 아직도 가족이라는 단위가 갖는 의미가 난해하고 그만큼 밥이 갖는 의미도 난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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