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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자꾸만 나는 어딘가의 내 소중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였다. 그리고 꼭, 그 결정을 남에게 미루고 나는 지쳤으니 이어나가는 걸 포기하겠다고 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였다. 수고했다든가, 고생했다든가, 잘해왔다든가, 고맙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한 교지활동이 아니었는데, 어쩐지 자꾸만 교지 사람들은 나를 보면 수고했다고 이야기하고, 그럼 나는 아 그런가 난 수고한건가 하고 복잡한 기분이 들고 마는 거였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워도 무언가 다같이 논의하고 고민하는 게 좋았고 함께 글을 써나가는 게 재미있었던 거 같은데,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고 그걸 어떻게 써나갈지 고민하는 건 힘들지만 또 의미있고 즐겁기도 했던 것 같은데, 왜 어느 순간부턴가 그게 수고해야 할 일이 되고 수고하지 않으면 이어나갈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걸까. 그 모든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언제부턴가 흐릿해지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불안으로 뒤덮이게 되어버린 걸까. 누구보다도 끝내고 싶지 않고, 누구보다도 다음 호가, 그리고 그 다음 호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는데도- 왜 내겐 아무런 앞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조금 쉬었다가 다시 기운내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까.
나를 '은유니'라고 불러주었던 그 공간이 사라졌을 때도 난, 그와 함께 내 십대가 끝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그 사람들은 만날 수 있고, 그곳이 없어졌다고 해서 내가 더이상 '은유니'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이미 내 일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그곳이 진짜로 사라졌을 때 그 모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과거'로 포장되어 차곡차곡 쌓여 잊혀진다는 게 무서웠던 거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그 짧은 순-간-".
마지막 교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교지'라는 게 마지막이 된다는 것과 함께 내겐 그를 둘러싼 공동체가, 그리고 또한 '여울'이라는 내가 현재가 아닌 그대로 이제 돌이킬 수 없고 추억할 수만이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실제로 내게 은유니가 나라는 정체성을 규정하는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은유니가 될 수 있었던 공간이 그곳이었듯이, 교지는 내게 여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보낸 지난 2년간의 대학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까지 한 공간이었으니까.
나는 왜, 그 모든 것에 그렇게 큰 의미부여를 해버리고 말았던 것인지. 그것을 객관화하여 "지속할 수 없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라고, 혹은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계속할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맞다"라고, 편하게, 아무것도 아닌 마냥, 너무 힘들이지도 너무 망설이지도 너무 고민하다 지치지도 않고, 그냥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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