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 Besnyö 1.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마지막 교지가 나왔다.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일 거라고 예상을 하고 시작하기는 했으나, 하는 중간중간에도 끊임없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아니 앞으로 한 학기를 앞으로 한 권의 책을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오다가 마감을 끝내고 기획사 작업을 할 즈음에 아 이게 내 마지막 책이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하는 것일까를 고민해왔던 거 같은데, 막상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기소개와 편집후기를 쓰면서 갈팡질팡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이제 와서야 처음으로 무슨 말을 적으면 좋을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일주일 간을 써내지 못..
나는 감정이입을 잘하고, 쓸데없는 걸 현실처럼 상상하는 편이었다. 물론 얼마나 감정이입을 잘하게 하고, 얼마나 현실처럼 와닿게 만드느냐는 작가와 연출과 배우의 몫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게 남들보다 작은 요소에 쉽게 잘 울고, 울컥하고, 혹은 그 장면을 쉽게 보지 못하고 멈추어버리고 마는 건 아마 내가 유달리 상상을 상상인 채로 내버려두지 못하고 마치 그것이 실제의 현실인마냥,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인마냥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씩은 그럴 때가 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 속의 내용을 내가 이어서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실제로 벌어진 일인지 스스로 잊어버리고 마는 때가. 꿈이란 건 사실 현실감이 없어서, 공간도, 시간도, 혹은 색채도, 소리도 없이 개연성이란 존재하..
자신을 끌어안듯이 우는 버릇이 생겼다. 언제부터였는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울음소리도 어떤 기척도 내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을 끌어안고 알처럼 웅크려서, 아 그렇구나 나는 혼자있구나 하는 것을 자각하고 말아버리는 거였다. 이렇게 점점 작아지기만 하다가, 작아지다가 작아지다가, 아예 없어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덜컥 겁이 나버렸다. 파고들고, 곱씹어서 생각하다보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곱씹고, 곱씹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미부여를 해버리고 나면, 결코 다시는 그 의미를 잊어버릴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저 그런 일이 있었지 하는 정도로 넘길 수도 있는 일들을, 어느 순간부터는 떠올릴 때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견딜 수 없는 의미가 부여되고 말아버리니까. 그런 것들이 무..
1. 나는 대개 보통 사람들보다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이나, 자신을 이루고 구성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쓸데없고 진지하게, 때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하는 편이었다. 가족의 문제가 그랬고, 국가나 민족, 지역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고, 끝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으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쩐지 가족과의 관계에서조차 아니 오히려 '가족'이라는 그 미묘한 사회제도였기 때문에 이따금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애정과 증오와 이해와 거리감을 동시에 느끼며 나 자신의 위치내리기를 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문제였다. 도망치고 싶었..
1. 본디 하고 싶었던 이야기 2. 해야 하는 일 3. 도망쳐온 것과 마주보기
괜찮지 않아.
1. 한 학기가 끝났다. 당차게 전공 네 과목과 교양 두 과목의 18학점으로 시작했던 다섯번째 학기의 시간표는 마치고 나니 전공 두 과목과 타과 전공 한 과목, 교양 한 과목이라는 11학점으로 훌쩍 줄어들어 버렸다. 그 사이의 간격에, 무언가 많은 것을 빼앗긴 것도 같아 기분이 어쩐지 미묘했다. 듣고 싶어했던 한 교양수업의 선생님께서 이번 학기부터 바뀌시는 바람에 강의주제와는 별개로 강의가 재미없었다는 이유로 OT를 듣고 나오자마자 수강취소를 했고, 매주 토론과 발제를 반복한다는 한 전공수업의 커리큘럼을 듣고 첫수업을 했던 다음 날 이 과목 역시 수강취소를 해버렸다. 그 자리에 대신 2년 째 듣고싶어했던 사진 수업을 대신 넣고, 한달을 버티다 끝내 가장 나를 (좋지 않은 의미로) 긴장되고 설레게 했던 국..
작년 이맘때쯤 진주에서 친구가 만개한 벚꽃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온 적이 있었다. 마침 눈이 내리고 있던 그 날의 관악에서 나는 한참을 그 사진을 바라보며 웃었던 것 같다. 하긴, 이 때쯤이면 벌써 동복을 벗고 산듯한 마음으로 춘추복을 입고 싶어서 바등바등 거리고 있을 때겠구나 싶어서. (일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3월 말이면 벌써 춘추복을 입고 있었다... 참, 이년 사이에 고것도 까먹었구나.) 어제는 같은 친구가 이번에는 만개한 개나리의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벚꽃이 곧 절정에 달할 그곳은 벌써 개나리가 늦었다고 한다. 봄을 일찍 알리는 매화가 2월말부터 피기 시작하던 곳이었으니 이제 그렇게 되었겠구나 싶었다. 버스로 3시간 40분, 눈이 온다던가 명절이라 차가 막힐 땐 5시간 반도 넘게 걸리던 그 거..
1. 나는 기본적으로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돈을 쓰는 것에도 혹은 돈을 모으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용돈을 받을 땐 받는 대로, 혹은 돈을 벌땐 버는대로, 혹은 양쪽 다 하지 않을 때는 또 그런대로 씀씀이에 큰 차이가 없는 삶을 사는 편이다. 일정 정도의 수입이 있다고 무언가 엄청 쓴다거나, 모은다거나 하지도 않고, 수입이 없다고 해서 아껴쓰거나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정기적인 용돈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중고등학교 무렵엔, 설이나 추석 때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아서 mp3도, 카메라도, 전부 직접 사기도 했고, 2박 3일 정도의 여행도 여러 번 그냥 쉽게 다녔었다. 큰 돈을 한꺼번에 쓰기 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게 있고 그 정도 감당할 돈이 있다 싶으면 고민하지 않는 타입. 그러니..
1. 창의적 사고와 표현 (김재호) 2. 동아시아정치경제 (임혜란) 근대정치사상 (김용찬) 3. 국제정치이론 (하영선) 한반도와 국제정치 (조동준) ― 시간표가 허전하다... 늘 18학점을 채워 듣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15학점만 듣습니다ㅠㅠ.. 그런데도 이걸 제대로 다 들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건 제가 너무 나약해서일까요, 아니면 제가 듣는 수업들이 정말 이상한 수업들이라서 그런걸까요.. 음 ;) 처음으로 제가 정외 심화전공을 하는 게 맞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냥 다른 전공을 찾아봐야하나 고민중입니다; 으악 이제 3학년인데 @_@... 창의적 사고와 표현! 은, 지난 학기에 들었다가 (제가 생각하기엔 좀 불친절한 평가방식 때문에) 재수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 :) 이번에는 다른 선생..
느즈막히 일어나서 뒹굴거리며 영화보고 놀다가, 저녁 즈음이 되어서야 "신학기 맞이!"라며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습니다! 작년 2월 28일에서 3월로 넘어가는 그 즈음에 짐정리를 끝냈었으니까, 벌써 제가 여기서 산 지도 일년이 꼬박 되었네요. 한 학기가 지날 때마다 컴퓨터 포맷을 하면서 학기를 정리한다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책과 노트 등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두서없이 널브러져 있던 A4 용지 더미들을 종류별로 정리해서 상자에 담으면서, 새삼스레 제 한 해가 여기에 전부 다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미묘했어요 :). 사실 컴퓨터 한글파일로 남아있는 필기들이고, 특별히 보관해야할 필요는 없는 ppt 자료들이지만, 어쩐지 아까워서 차곡차곡 또 방 한켠에 쌓..
@통영 달아공원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1. 발걸음이라든지, 나아간다든지, 내딛는다든지 하는 표현을 좋아하지만 사실 나는 걸음이 느린 편이다. 실은 그저 걸음이 느리다라고만 할 수 없는게, 말투도 조곤조곤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질문에 답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아서 자타공인의 선택장애를 앓고 있기도 하는 등 행동하는 것 자체가 대게 느린 편이다. 오죽하면 무얼하든 답답하다는 소리를 하는 친구도 있었으니까.걸음마를 시작한 건 꽤 일렀다고 하던데, 어째서인지 이따금씩 나의 걸음은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했을 때처럼 느려지곤 한다. 걸을 땐 발아래나 앞보단 주변을 보는 편이고, 노래를 듣거나 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내 앞에 있는 게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내..
1. 이 사진의 절반을 딱 잘라서 오른쪽이 개인적인 사진찍는 취향. 밝기라던지 색감이라던지 그런 게. 사진 보정을 할 때 취향은 일단 모니터에서 보기에 밝게 하는 것. 이게 카메라 LCD 화면 상으로 볼 때랑 인화해서 직접 볼 때랑 모니터 상으로 볼 때랑 다 느낌이 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스킨을 수정할 때나 바탕화면 같은 걸 쓸 때도 그렇지만 일단 눈에 보기 편하고 밝은 색감/빛감을 좋아한다. 채도는 보통이거나 약간 낮고 명도는 약간 높은 느낌.. 같은 사진을 인화할 때는 또 선명하고 시선을 잡는 게 좋아서 채도가 약간 높고 명도는 약간 낮은 편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음 색감이 어쨌든 역시 구도라든지 시선이라든지 등등의 프레임 자체가 그 사진에 대한 선호를 구분짓는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예전에..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이따금씩, 아니 실은 자주 한다. 결국 내가 스스로 지쳐 하는 것도 나 자신의 문제에 빠져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 이번 주의 교지는 어쩐지 다들 인터뷰 혹은 대외활동 주간이라서, 월화수목금 내내 어딘가 다들 뛰어다녀야 하는 것 같다. 바로 나 자신만 하더라도 어제가 되어버린 월요일에는 청소년활동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내일 아침에는 수요집회를, 그리고 목요일 오전과 오후에는 비혼모, 비혼부와 관련된 기관방문을 할 예정이다. 아직 이후의 일정을 스스로 제대로 잡아두지 못했고, 공동기획자랑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봐야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번 주가 끝나고도 인터뷰가 잡힌다거나 혹은 추가적인 자료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 어딘가 뛰..
@Cat's living 학기가 끝난 지 3주쯤 흘렀고, 무언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종종 잊고 지내다가 이따금 다시 생각나서 되돌아보면 무언가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었구나 하는 그런 기분이 들어 다시금 다이어리를 사고 다시금 기록하기 시작한다. 나의 하루하루를 기억하기 위해서. 음 ;) 사실 8~9년쯤 전부터 나는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잃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워했었고, 어떠한 것들도 잃어버리고 잊어버려 좋은 것은 없다고 믿고 있었기에 어딘가에 나의 자취를 남기는 버릇을 들여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별 다른 일도 없었고, 일기를 자주 쓰는 편도 아니었고, 지금 머릿속에 든 무언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이상에야 제대로 글을 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기는 했지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