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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2014.05.12

은유니 2014. 5. 12. 06:14
나는 원래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을수록 말을 못했다. 입안에 맴돌고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는 글자들이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어 나가기까지 몇 번을 반복해서 망설이고 삼키고 다시 떠올랐다 가라앉곤 해서, 첫운을 떼기가 참, 힘들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몇년만에 당신을 만났다. 목소리는 그간에도 몇번 들어왔지만 그날 이후 직접 만나는 것은 정말 몇년 만이었다.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그리고 함께 나누고픈 일상들도 많았다. 하지만 끝내 나는 당신에게 묻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제 와 다시 생각하는 거였다. 그때 그것을 물었더라면, 그때 그 말을 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 관계가, 그리고 그 상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그 관계를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회한은 내 몫이 되어야했다.

그리고 몇년 전 나는 글 하나를 썼다. 누군가는 그것이 사랑에 대한 글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글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자도, 후자도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그건 결국 내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고민이었고 문제였고 갈등이었다. 같은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삶의 속도가 다르다는 건 때로눈 운이고 때로는 위안이었지만, 대부분은-실은, 그냥, 슬펐다. 그 말을 그때 할 수 있었더라면, 그 행동을 그때 할 수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건 결국 나였고 결론을 맺는 것도 내몫이었다. 그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또한 이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분명함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제 남은 건 발앞에 놓인 마침표를 그제야 꾹-하고 찍는 것일 따름이다.

같은 상황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여전히 한 걸음은 느리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기엔 변하지 않은 것들이 퍽 많아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멈춰져 있는 사이에도 주변은 계속 변화해가서, 사이는 더 멀어지고 난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허둥되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가야하는 방향은 정해져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여전히, 내가 그 방향을 선택하기엔 자신이 없는 거였다. 말하지 못하는 불안과 말해야 한다는 압박과 그래도 말하지 못하겠다는 두려움이 쌓이고 쌓여서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고자 자기합리화에 빠지게 되고, 그 자기합리화는 또 다시 자기혐오를 낳아 터질 것만 같다.


2011년 임시총회의 결정으로 본부점거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유월의 한복판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라곤 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망나니 소리를 들으며 넋이 반쯤 나가 있었던, 그리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시간들을 보내며 고민했던. 그때와 참 많이 다르고, 나도 많이 달라졌지만 실은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눈 앞에 제출일을 4일이나 넘겨버린 과제 하나와, 쓰고 싶은 글과, 내가 지금 있는 곳과, 있어야 하는 곳 아니면 있고 싶은 곳 사이의 괴리감이, 쓰렸다. 결국 모든 건 핑계고 망나니의 정도가 더 심해진 내 상태탓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게 맞을 거다. 하기 싫은 것을 언제까지고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마음. 관심없었던 것에는 끝내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태도. 그리고 여전히, 자신감 없고 자존감은 바닥을 쳐서 자기비하의 정도가 나날이 강해져가고 있는 것 역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가 지금이라면 난, 첫운을 어떻게 떼어 어떻게 마무리짓고 싶은 걸까.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만 할까. 이미 그 시기를 놓쳐버린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이란,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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