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티 에투겐을 정식으로 종료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공지에 쓸까 하다가, 다시 쓰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아쉬워 몇 자 적어봅니다. 본래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이렇게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조금 씁쓸한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르나 딱히 누군가가 불행해지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npc들은, 그리고 일부의 pc들은 순스에 남아 사람들을 기다리겠지요. 악령은 본래 인구에 비례하기에 그럭저럭 남은 사람들로 막을 수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고 '다'들은 여전히 바쁘고 정정하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나르는 몸이 많이 나빠졌지만 최근 종종 헤르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느낀 점이 있었는지 헤르는 샤먼의 일에 좀 더 성실해졌고, 타와 ..
마지막 미션입니다. 기묘한 차분함입니다. 각자가 선택을 하고 작고 큰 이동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바짝 봄이 왔습니다. 마을에 남은, 13번의 차나르를 마친 샤먼들은 이제 어머니 나무를 향해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고, 큰샤먼이 될 마지막 준비로 봄맞이 굿을 치룹니다. 개별성이 크기에 굿의 형식은 각자의 방식에 따릅니다. 마방이나 샤먼은 각각 길잡이와 짐꾼의 자격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물자는 저장된 것을 꺼내 쓰기에 마방길 대신 마방 각자도 개인적인 길을 떠나는 것이 가능합니다. 차나르를 모두 치르지 않은 샤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이미 떠나있는 사람은 여행길의 이야기를 하셔도 좋습니다. 또 마을을 나가기로 한 사람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써 주세요. 순례를 떠날 예정..
* 언덕 너머 쪽에서 소금강의 얼음이 쩍쩍하고 갈라지는 소리를 내었다. 어느덧 따사로워진 햇볕에 얼어있던 강이 녹아 이제 그 본디 줄기를 타고 흘러가려 하고 있었다. 강가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겨울이 끝나가는 즐거움에 와아-하면서 강물로 뛰어들었고, 또 한편에서는 얼음 갈라지는 소리에 놀라 도망치곤 하였다. 겨우내 차가운 기운을 감추고 있었던 강바닥에 닿은 발에서 영하에 가까운 수온이 저릿저릿하게 전해져왔다. 그러나 어느새 발아래의 감촉에 무뎌진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며 망설이며 바깥에서 지켜보던 나머지 녀석들도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한가득 강물에 아이들이 들어찼다. 염료를 구하러 나섰던 옌은 그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언덕 위쪽까지 그 웃음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워, 지난겨울의 숨죽..
여덟번째 미션입니다. 한가지 이야기를 합시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숨겨져 왔던 이야기를, 모든 당신들에게. 때는 추운 겨울이었고 지금보다도 더 외부의 출입이 엄격했던 시기였습니다. 순스의 인구는 최근 몇년간 급증한 것으로 당시에는 겨우 마을을 이룰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희귀한 존재인 샤먼의 수는 더욱 적어 마을에는 악령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했습니다. 그런 시기에 쌍둥이가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어렸고 그들을 데려온 노인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쌍둥이는 불안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가뜩이나 척박한 땅에 그들을 선선히 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지칠대로 지친 아이들을 내칠 수도 없었습니다. 특히 동생은 병을 앓고 있어 쫓아낸다면 당장 식량도 없는 처지에 목숨이 위독할 처..
1. 신의 궁전 영원히 도망치는 별이 있습니다. 아무리 다가서도 그 자리에 있기에 불리는 이름으로, 신의 궁전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밤이 되면 마을의 물이 고인 곳마다 별빛이 비추어 여러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형상은 인간과 짐승, 사물 등 실로 다양하기에 작은 곤란을 야기하는 중입니다. 비치는 각도는 본인이 물을 바라볼 때와 동일하며 각각의 형상은 자신에게만 보입니다. 또한 물에 비친 것에 불과하기에 물리적으로 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거울과 같은 이치로, 본인이 스스로를 해하지 않으면 해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상처를 입히면 사라지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행한 이는 없다고 합니다. 이것을 사라지게 하든 내버려 두든 그저 겪든 어떤 형태로든 반응해 주시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스스..
1. 고백 마을의 일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당신도 일을 하던 도중 마을 변두리에서 쓰러진 한 소녀를 발견합니다. 잘 아는 모습의 그녀는 나르입니다. 네르귀 없이 홀로 나온 모양으로, 결계를 치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는 말을 합니다. 평소 거의 말이 없는 그녀는 지금만큼은 입을 오래 엽니다. 속이고 있었다. 내게는 어떤 신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은 결계를 쳐서 유지하는 것 뿐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조차 할 수 없다. 애초에 버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말하는 소녀는 무척이나 초췌해 보입니다. 이제 쓸모없어졌다, 고 말합니다. 그럼 에투겐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어쩌면 정말로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요?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다물고 다시 열지 않습니다. 그녀를 달래..
... 이긴 한데, 근 일년이 넘은 뒤에 나온 미션을 시험기간이라 놓쳤습니다 TAT 흐끅, 하지만 오늘까지 시험이었는데 차마 글을 쓰고 앉아있을 정신은 안 되길래... 앞으로 몇달 안 남았는데 수능 끝나고 달리려면 얼마 못하겠죠.. 그게 좀 고민이긴한데, 그래도 으으 짬짬이 선착하고 하는 거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1:시그마님께 드린 선착. 탁, 탁, 탁. 빗방울에 맞닿는 발자욱 소리가 땅거미가 길게 늘어진 길을 걸었다. 멀찍이 앞에서 가는 두 그림자가 눈에 설었다. 물내음이 물씬 풍기는 늦여름이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두 눈을 가득 메우는 인영이 설픠 느껴지는. 옌씨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흐릿한 시야 사이로 소년은 말없이 물었다. 빗소리로 씌여진 장막은 소리를 잠 재우고, 소년은 잠자코 자..
1. 신년 제사 연말모임으로부터 9일이 지나서 신년맞이 제사가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에투겐의 신탁을 듣고 마을 밖의 결계를 다시 새롭게 치는 일입니다. 나르의 접신은 아무런 절차가 필요없지만 그녀의 사당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마을의 '다'들 외에는 참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행사가 있다는 것 정도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계를 치는 큰 행사는 다 올이 주관하며, 마을 입구 밖에서 이뤄집니다. 일반적인 굿과 그 내용은 비슷하나 첫 별이 뜰 때가 아닌, 해가 뜨기 직전에 시작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 전날의 첫 별이 뜰 시각에 나르의 접신을 치룹니다) 에투겐(로스- 사브닥)의 신탁이 이미 있기 때문에 따로 올이 옹고드에게 무언가를 묻지는 않습니다. 부정을 쫓으며 무가와 춤을 추다가 해가 뜨는 순간..
1. 유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108 번 난도질 당한 여자의 이야기. 그녀는 옛 차다흐 어느 나라의 공주로, 죄를 지어 자국의 왕에게 쫓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보낸 추적자를 뒤에 달고, 공주는 마을과 나라와 세상을 잇는 모든 길 위를 달려나갔습니다. 그것이 왕의 칼을 피하기 위한 도망이었는지 어쩌면 연인을 향한 발걸음이었는지 그녀의 죄가 무엇인지 또 그 목적도, 행선지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채로, 칼에 수없이 난도질당해도 공주는 계속하여 달렸습니다. 그리고 108번의 난도질 끝에, 조각난 부위들이 본래의 몸뚱이와 어느 쪽이 살아있다고 할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멈추었습니다. 멈추어 불티로 스러졌다고 합니다. 이후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길 위를 가..
"프하- 에취잇-!" 요란한 재채기 소리에 뒤이어 주치는 소매끝으로 얼굴을 훔쳤다. 타닥- 하고 피어오르는 장작더미 옆에 앉아서 담요를 둘러쓰고 떨고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비 맞은 강아지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눈만큼은 자신의 승리라는 듯이 반짝이는 것이 기고만장했다. 뒤돌아서며 옌은 나즈막히 한숨을 내어쉬었다. 몇 시간 전의 눈싸움에 말려든 것은 그의 잘못이었지만 저렇게 감기에 제대로 걸린 듯 연이어 콜록이는 것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불 가까이로 다가가 옌은 주치에게로 준비한 차를 내밀었다. "자- 이거라도 마시며 속 좀 풀어." 주치는 씨익 웃으며 찻잔을 잡더니 곧장 입으로 가져갔다. "…으앗, 뜨거워!" 이내 뜨거운 차의 열기에 놀라 혓바닥을 낼름 내밀며 오히려 옌을 향해 뭐 이리 뜨거..
*그을음 삶의 형상은 언제나 그 본디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러한 생의 회귀는 그들의 마모 후를 위한 양분이 되어 지상에 검붉은 흔적을 남기게 마련인지라, 딛고 있는 어느 곳에든 늘 생멸의 기운이 도사려 있었다. 그 오랜 동안의 되풀이는 더 이상의 미련을 남기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는 자박자박 밟히는 발 밑의 하릴없는 스침에 선득 피어오르는 향불을 마주했다. 무엇을 향해 나아가기 위함이랄 의미를 갖지 않은 채 그것은 그저 한줄기 연기를 위쪽으로 타올리는 것 밖엔 달리 하지 않았으나, 그의 안에서 치솟 듯 나부끼는 향내음을 불현듯 맡게 되는 것이었다. 그 속에 서려있는, 절벽을 향해 뜀박질하는 생에의 본능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박동으로 전해져왔고, 그는 다만 지그시 그들의 마지막을 스러질 듯 품에 안았..
1.5기 모집 중입니다. (11/27~12/20) 그곳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 소통과 순례, 그리고 삶을 고행하는 사람들 ETuGeN 드디어 고대하던 1.5기 모집이 시작되었습니다 :D... 랄까, 저는 2주 뒤에 시험을 준비하느라 준비기간 동안 많이 달리지는 못할 것 같네요ㅠㅠ.. 아우, 모집기간동안 기존멤버는 이벤트가 진행될거라는데 두근두근합니다! 신청할 때의 그 떨리고 긴장되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으하하. 끌리면 오라, 에투겐!
1. 어린 아이 당신은 순스에서 본 적 없는 어린아이 하나를 발견합니다. 아이는 성별을 알기 힘들만큼 작은 몸에, 입을 제외한 얼굴 전체에 가면을 쓰고 있어 생김새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말하지 않는 아이는 단지 당신을 졸졸 따라다닐 뿐입니다. 단서라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헹그럭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랄까요. 다 올에게 찾아가면 아이를 나르에게 인도하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만 일축합니다. 이제 아이의 취급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다'들의 당부 때문에 자신의 거처로 아이를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도로 다 올에게 데려다 주던지, 가면을 벗겨 정체를 밝혀내거나 혹은 그냥 내팽겨쳐도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다만 가면이 벗겨지는 일이 있다면 당..
* 주치는 차나무 사이를 무언가 흥겨운 발걸음으로 지나다니다가, 가끔씩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어 찻잎을 뚝 떼어 내어 그대로 입안에 물곤 했다. 잘그락, 쇠붙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찻잎 위를 스치며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그 사이로 길게 늘어뜨려진 헝겊 끈들이 제 날갯짓을 하며 공중에 나부끼고 있었다. 첫 별이 제 탄생의 빛 무리를 세상에 뿌릴 무렵에 시작했었던 굿이 끝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나고 주변은 어린 밤의 낮은 숨소리로 휩싸여 왔지만, 주치는 아직 입고 있는 호익을 벗지 않은 상태였다. 소맷부리에 달려 있는 장신구들이 제법 무거울 법도 한데 주치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녀가 다시 잎 하나를 떼어 물고는 우려내지 않은 찻잎의 씁쓸한 향기와 입 안의 푸른 빛깔을 온 몸으로 흡수할 듯 눈..
1. 목 잘린 석인상 마을 외곽의, 사람들이 오가는 지점에 목이 잘린 석인상 하나가 누운 채로 있습니다. 석인상이 누워있으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대개 응시받는 것을 해악의 원인이라 믿어 매우 꺼립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석인상은 적대관계의 타 마을 사람들이나, 미신을 신봉하는 사람에 의해 부숴지거나 파묻히는 일이 종종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깨끗하게, 마치 날붙이로 절단한 듯 목만 잘린 상태로 눕혀져서 누구도 건들거나 똑바로 세우지 못한 채로 현재 며칠이 지난 상황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당황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한걸까요? 석인상이 완전히 부숴졌다면, 그것은 있을 법한 일입니다. 샤먼의 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