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타닥타닥 타오르는 벽난로의 불빛도 주변에 드리워진 어둠을 전부 없애지는 못했다. 오랜 시간동안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분명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는 애써 무시하려 애썼으나,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한 가지 생각을 차마 떨쳐낼 수 없었다. 마치 십오 육년 전의 그때와 같은 분위기였다. 모두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온기를 유지하려 했으나 이미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짙은 흑의 색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점차 떨어져가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언젠가 이 한기가 끝나고 다시금 봄이 시작되지 않겠냐며, 흐릿한 웃음을 나누었었던 그때의 그 불안감. 이제야 겨우 그 밑도 없는 불안감이 지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명한 감각을 통해 되레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비애(悲哀)] By. Eunyunee 시야가 분명하지 않았다. 지독한 한파가 조금 사그라진다 싶더니 얼마 안 있어 다시 시작되려는 듯이 얼어붙은 공기가 요동을 치고 있었다. 미처 바깥으로부터 에워싸지 못한 살갗 위를 스치는 바람에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졌고 땅을 딛는 발걸음도 차츰 무거워져 갔다. 길 위를 스치는 인파는 그리 많지 않았고, 덕분에 체온을 갉아먹는 바람에 맞서 고개를 들지 않아도 길을 걷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문에서건 라디오에서건 다들 이 몇 년 만에 찾아온 제대로 된 겨울의 추위에 대해 떠들썩했다. 그렇게 날씨에 대한 화재를 이야기 삼을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라는 말도 되고, 겨울이란 날씨 때문에 사고가 생길 일들이 별로 없는 그들로서는..
―Gracie _1편 by.유니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조금만 건드리면 깨질 것만 같이 그렇게 닿지 않는 곳의 그 평화에 그는 씁쓸히 미소 지었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 하늘이지만 그렇게 너무도 멀어 전혀 닿지 않을 것만 같아.. 눈이 감겨왔다. ‘잠들면 안돼’ 그는 억지로 깨어 있으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에 난 피 묻은 상처는 그에게 수면을 요구했다. ‘하아, 하아’ 저 높은 곳의 하늘이 자신을 향해 덮쳐왔다. 그리고 그는 이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으음..” 그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얼마나 쓰러져 있었던 걸까, 어느새 주위는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지면으로부터 한기가 밀려올라왔다.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할 만큼 힘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문득 움..
[천방 3주년 기념 축제] It is not a Magic, but a Heart. 어둠이 복도에 짙게 깔리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하던 학생들이 모두 자신의 기숙사를 찾아 하루의 마무리를 시작한다. 그건 물론 포터와 블랙 녀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창문 바깥으로 내리는 검은 장막에도 녀석들의 방엔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또다시 무언가 사건을 벌이려는 듯 장난스러운 웃음소리가 창문 틈사이로 새어나가고, 언 듯 보니 그 틈에는 연한 나무색 머리의 소녀의 모습도 보이는 듯하다. 방안엔 그들이 몰래 만들었는지 신비롭게 반짝거리며 열기를 내뿜는 요정 같은 장신구들이 여기저기에 걸려있었고, 그 탓인지 손끝으로부터 스며드는 1월 말 한겨울의 추위도 그들의 열정을 식히지 못하고 있다. “있지, 그..
[행복] 어렴풋이 귓가에 속삭이는 노랫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지막이 들려오는 그 목소리와, 볼에 와 닿는 부드러운 머릿결. 언제인가, 들어본 적이 있는, 초록색의 투명한 멜로디-, 그리고 문득 기억의 파편이 겹친 듯 떠오르는 한마디. ‘잘 자거라..’ 문득 소년은 눈을 떴다.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익숙한…. 잠결에 떠오른 것이지만 왠지 아련히 심장을 적셔서 오히려 꿈속에서 깨고 말았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그러나 잠들기 전의 그림자로 뒤엉킨 마음은 그 목소리에 젖어 어느새 어둠은 사라져 있었고, 그저 따스하게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꿈을 꿨니?” 옆에 나란히 누워있던 대부가 소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으응.. 노랫소리를 들었어요. 포근하고 아련..
「나의 희망에게 안녕하는 날」 오늘따라 제임스는 유난히도 장난이 심했다. 평소에도 늘 스니벨리에게 마법을 쏘아붙이며 놀기는 했었지만 왠지 오늘은 스니벨리가 눈에 잠깐 스쳐 지나가기만 하면 장난을 걸었다. 그리고 나와 리무스, 그리고 피터와 함께 있을 땐 왠지 모르게 조용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하지만 제임스에게 문제가 있을 일이 없을 텐데... 오늘은 리무스의 보름날도 아니었고 - 물론 그렇다고 우울할 이유도 없지만 - 교수님들에게 지적당한 적도 한번도 없었다. - 정말 신기하게도 - 다만......... 다만 오늘이 호그와트에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점만 다를 뿐.. 리무스도 제임스의 변화를 눈치 챈 것 같았다. 물론 눈치 없는 피터는 그저 제임스의 장난을 보고 열심히 웃고 박수를 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