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피겨스'(Hidden Figures)의 제목은 로켓 발사에 필요한 수학공식을 의미하는 '숨겨진 숫자'이면서 동시에 미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알려지지 못한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를 뜻하는 '숨겨진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흑백분리정책이 시행되던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을 배경으로 흑인이자 여성이었던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 등 세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일상 속의 인종, 성차별을 숨 쉬듯 겪으면서도 수학자,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향해 유쾌하고 당차게 장애물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흑인 대통령' 탄생 이후의 미국에 흑백인종갈등, 성차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여전히 살아 있는 현실이다. IBM 컴퓨터보다 뛰어난 계산실력을 지니고 있던 존..
교지에 들어와 지금까지, 철거민, 노동문제 등을 둘러싼 투쟁사업장을 여러 곳 돌아다녔다. 아무 것도 몰랐던 첫 학기에 앞서 가는 이의 뒤를 따라 처음 두리반을 찾아갔고, 이후 다른 편집위원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 카페마리, 시간강사, 재능교육, 쌍용자동차, 그리고 포이동에 이르기까지 적지만 또 많은 곳들을 찾아갔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딴에는 혼자 여러 고민을 많이 했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스스로를 누구라고 말하면 좋을까, 나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태도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할까, 내가 이곳을 찾아 기대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따위의. 우물쭈물 문화제가 벌어지는 곳 옆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냥 서있었던 때부터 “서울대학교 교지관악에서 왔습니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기까지, 아..
천랑님 별이 타시언니 후유언니 리카 사향 타로 월향이 윰이 프리님 가나 노래 칼님 빈상 예현이 누스님 유강님 은령 헤르 제타님 케닛님 꽃다지 치비쨩 리타 프랜언니 닉네임이 많이는 기억 안난다 ;) 더 보고싶은 사람이 많았던 거 같은데 남아있는 기록이 없으니 내 머리를 뒤져도 나오는 이름은 이정도인가 봅니다. 헤헤ㅠㅠ 다들 보고싶네요. 어떻게들 지내려나... 아직까지 연락이 닿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느 순간부터 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정말 가끔씩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혹시 누군가가 찾아와 연락이 닿는 사람들을 다시 연결해준다면 좋을텐데 ;) 기억나는 이름이 몇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싫어하고 때론 증오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었던 믿고 있던 그 사람이 행했다던 그 행동과, 그 속에서 견디어 왔을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시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행복이었던 그 삶들이 더 이상 당신에겐 행복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래도 역시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이 내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나 없고 당신 없는 그 삶이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그 가능성과 그럼에도 삶이 지속되리라는 그 쓰라림이, 뒤섞이고 뒤섞여서, 결국 나는 그 누구도 미워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또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생각이 멈추지 못하는데 입안과 몸은 굳어서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일으킬 수 없었다. 여전히 그건 내게 무섭고 ..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강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건 당신이 보다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그 당시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그대들보다 밝게 웃고 있던 당신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무너져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단순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겨지는 건 언제든 '내' 쪽이라고 여겨왔기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해왔던 그 때의. ― 일상을 방치해둔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그동안 쌓아둔 무언가들도 많았다. 간신히 며칠 전에야 내팽게쳤던 것들을 정리하고, 오래묵은 일들을 해결하고, 방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던 것들을 떨쳐내었다...
3. 인권의 문제는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없는 것이 아니라서 사실은 조금 두렵다. 2학기 내내 인도주의적 개입과 주권, 인권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었고 그들의 주장이 어떤 것이고 그들의 반박이 어떤 것인가를 읽어 내려갔다.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지만 사건을 객관화하고 현실주의의 논리에 따라 이를 재구성하는 것은 쓰리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 애초에 주권을 정의했던 초기의 논의는 교회와 교황의 권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고 국민국가, 혹은 민족국가를 이루어 자신의 영토 내에서 쉽게 침범되지 않는 자치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을테지만, 지금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권의 논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을 위해서 강조되는 것인지 사실 확실히 규정내리기가 어렵다. 결국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는지 한참을 생각해보아야 아, 그때 그렇게 만났구나 하고 떠올려지는 아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친해졌었고,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까운 이의 감정이 그대로 나의 감정이 될 수 있었고, 한 번 얼굴조차 보지 못한 알지도 못한 사람 때문에 곧바로 울음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심장이 덜컥, 지금도 돌이켜보면 눈 앞이 까마득해지던 그 때. 흔들리는 발걸음을 간신히 붙잡고 찾아간 너는 오히려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왜그래, 네가 왜 울 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하며.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알지못하는 나는 그냥 말없이 너를 안았다. 괜찮아, 울어도 돼- 하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
그러고보니 꼬박 일년 전이었다. 12월 25일, 우리는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었다. 오빠가 군대를 가기 전 마지막 학기를 막 끝냈던, 그리고 내가 아직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괜스레 마음 졸이고 있었던 시절. 사실 가족여행이라던가,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낸다던가 하는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가 처음으로 이런 시간을 보내고자 했었던 것은 그리 따스한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닐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조금은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카메라를 챙기고, 충전기를 챙기면서, 비록 얼마 전 친구와 함께 갔다왔던 경주였다 할지라도 아빠의 차를 타고 다시 '함께' 떠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한번도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보지 않은 나를 위해 차를 한참 타고 경주여행을 시작하였고, 사진을 찍느라..
(클릭해서 봐 주세요 :-D...)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나만 열심히 안 사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 100%를 발휘하며 살았던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은 또 아닌데 서글프네요.. 무언가 열정을 다 해서 해내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끄으. 저는 그렇지 않아서. 그냥 넉두리... ^_ㅠ 시험이 코앞이라서 할 일은 많아 죽겠는데 잠은 줄어들지 않는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과제를 턱턱 내주는 국정개의 쓰라림과 국정개와 시험공부 때문에 진도 하나 못나가고 있는 사글 기말논문... 그 이외에 잡다하게 수요일 멘토링 사회 교재도 만들어야 하고, 동영상도 찾아야 하고, 사진자료 편집도 해야 하고, 아 토요일에 출사도 가..
그러고보니 참을 수 있게 된 지가 좀 되었다. ― 사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쉽게 ok 라고 말할 수 없었다. 걱정해주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이 고착화된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고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시간이 지나고 그 시간이 약이 되어서 진정할 수 있게 되면,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만큼 시간은 지났지만 생각했던 만큼 나는 성장하지 않아서 오히려 응어리져 버렸다. 놓아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참 잔인하네요, 당신이란 사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 한 번도 당신을 비난한 적 없었지만 그 때 처음으로 당신이 미워졌었다. 우습게도 나는 바로 그 순간 처음으로 당신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나를 위로해주려던 당신의 목소리에 도리어 화가 났다. 왜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하고. 이미 떠나버린 당신에게 나는 이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는 …이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전해질 수 있었으면 했었는데도. 참 모르겠다, 그냥 사람 마음이란게.. 이해할 수 있다가도 도저히 이해못할 무언가- 라는 게. 그래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바람이란 게...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러가서, 어쩌면 이대로 평생을 지낼 수..
태양을 곧바로 직시하는 것은 눈과 마찬가지로 렌즈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쩌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보는 해질녘 노을이 너무나 눈부셔서 잠시 멈추어 찰칵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누구와 함께 길을 걸었고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고 하는 것들이 잠시 사진에 담기고, 문득 돌아보았을 때 빛바랜 사진처럼 보얗게 서려있는 추억이란 녀석이 남아 있었다. 어디를 향하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오래 남는 것이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라 살폿 웃었다. 그래, 예전에 친구와 둘이서 문득 여행을 떠났을 때 장소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함께한다는 추억만이 사진의 매체를 통해 남겨지는 법이었으니까.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무엇 때문이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