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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2013.11.20 사이

은유니 2013. 11. 20. 05:29


1.
지난 일요일에 아, 이제 한숨 좀 돌릴 수 있으려나- 하고 일기를 남기겠다고 이 포스트를 쓰다가 말고 잠에 들었다. 시월 중순부터 계속됬던 '바쁨'이 거의 만성적인 상태가 되어서 새벽에 잠들어서, 수업가기 전에 간신히 일어나고, 수업 끝나고 쪽잠을 자다가, 과외가기 전에 다시 헐레벌떡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수면패턴이 엉망이라서, 또 그만큼 방이 어지러워졌다가 다시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챙겨먹는다.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쩐지 매일 할 일은 조금씩 쌓여간다. 그래도 이제는, 결국 이 꼬여있는 매듭을 풀어야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잠시 내려놓고 있다가도 하나하나 치워 나가다보면 생각외로 실마리를 찾는 것은 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남아 있는 4주간의 시간 동안 이것들을 어떻게 다 마무리하나 하는 근심걱정과 함께, 그래도 어떻게든 지금까지 잘 버텨왔구나 하는 새삼스럽게 9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공부하는 것은,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재밌고, 어떤 부분에서는 또 여전히 두려워서, 결국은 이번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도 나는 결국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마음가짐과 크게 달라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자괴감과 한심함과 뚝, 떨어진 자존감이 지배하다가 이따금, 정말 이따금씩 그래도- 하는 마음이 튀어나오는 정도일 뿐. 아직까지도 종종거리고 그 경계선을 헤매게 되는 듯하다.

경계선의 두께는 너무나 얇다가도 너무나 넓어져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다가 이내는 그 경계선 위에서 차라리 안심해버리고 만다. 그 위에서 양쪽의 풍경을 살펴보다가도 내 두 발이 놓인 위치를 내려다보며 어느 쪽으로도 눈길을 돌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어버리고 만다. 가을은 지나가고, 이제 정말 "춥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십일월의 첫눈이 내리던 어제- 바싹바싹 공기가 마르고 입술을 축일 우물가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걸어가야지, 경계선 위이든 혹은 그 바깥이든.


2.
나는 지금까지 줄곧, "집으로 되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최근에 왕왕 느끼고 있다. 처음 타지에 지내는 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의 불안함이나, 두려움이나, 혹은 외로움이나, 때로는 설렘과 두근거림과 활기에 반짝이던 그때부터였을테다. "집"은 그리움의 대상이며, 영원히 변치 않았으면 하는 마음의 안식처이고,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나'의 공간이면서, 딱 거기까지, 결코 되돌아가 정착할 공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변화하는 것보다 지속되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떠도는 생활보다는 한 곳에 머무는 생활을 더 추구하면서도, 어쩐지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마 그곳이 가지고 있는 정체의 이미지때문일 것이다. 마치 벗어나지 못할 거 같은 기분, 다시금 도망치고 싶은 욕구, 되돌아보는 행위만을 반복하리라는 위기의식이 꾹꾹 그 이미지를 채워놓고 있다.

당신은 내가 그곳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랄까. 그리하여 "함께" 살아가기를 바랄까. 어쩌면 그저, 그것이 당신의 꿈일 뿐 내가 끝내는 다시 그곳을 박차고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가진 불안이 그곳에서 안정될 수 있으리라고 믿을까. 나는 알 수 없다.

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 곳은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곳을 떠나와도 왕왕 뒤돌아보며 "돌아갈 곳"을 찾아 악몽에 시달리게 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저항해보는 것이었다. 뿌리는 단단한 토대를 지탱해주는 것이며, 뿌리내리는 것과는 다르다고. 내가 이곳에서 "그러면 어떨까" 하고 망설이는 시간만큼이나,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하고 후회하는 시간이 기리라고. 그래서 나는 아마 그 "밀당"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끝내는 밀지도 당기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 양끝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내쪽에서 스스로 걸음을 뒤돌아가는 일은 없으리라고. 아마, 난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입밖에 내뱉지 못하고, 잊어버리지도 못하고,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나는 당신께 미안하고, 그러는 한편 당신의 기대가 서럽고, 또 가만가만 북받쳐오르는 거였다. 죄스러움과, 한탄과, 끈적거림과, 그런 것들 사이에서.


3.
wanna be와 be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마음 속에서, 남은 시간도 잘 보낼 수 있기를.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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