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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입니다 :). 개강한 지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시간표를 올리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실은 일기에 실을 만한 적절한 사진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지금 제 생활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어쨌든 아직은 시간표인지라!
네,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시월 중순쯤엔가 휴학을 했던 거 같으니까 정확히 휴학한 지도 벌써 꼬박 만 1년을 다 채워가고 있네요. 일년만에 다니는 학교는 새삼스럽지만 무언가 새로워요. 정말 오랜만에 수업듣는 게 재밌다는 기분도 느끼고(물론 그럴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과제도 열심히 열심히 하면서, 그 와중에 밥도 먹어야 하고, 과외도 해야 하고~ 하다보니 벌써 훌쩍 한달이 지나갔어요. 언빌리버블! 매일매일 해야 할 것들이 정해져있다 보니 일주일 지나가는 게 정말 순식간이더라구요. 수요일에 수요웹툰을 매일 확인할 때마다 오마이갓 벌써 내가 또 수요웹툰을 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라면 적절한 비유일 것 같네요.
휴학생일 땐 정말 하루하루가 참 더디게 흘러가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오늘은 무얼 하고 지내야 아 오늘도 하루를 잘 낭비했구나 하는 만족감을 느낄까! 하는 생각만 하면서 지냈던 것 같은데. 잉여잉여하다구요? 네 사실 그랬죠. 아직도 블로그 검색기록에 잉여인간이로구나 인지 뭔지가 남아있었던 기억이 선명한 만큼 잉여잉여한 인간이었으니까요! 그 잉여인간이 어디가랴 싶게 요즘도 매일매일 웹툰은 봐야겠고, 친구녀석 덕분에 오랜만에 열올려서 열심히 한 마비 출석체크도 해야겠고, 또 그 와중에 추석여행도 갔다오고 별건 다 하고 지냈네요. 어제는 치킨 얻어먹으러 신촌도 갔다왔지!
휴학생일 때랑은 다르게, 매일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있고, 오늘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있다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뭔가 실은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앗 벌써 재밌다는 말 두번이나 썼구나. 공부가 체질에 맞는 사람이라기엔 노는 걸 너무 좋아하지만, 한동안 공연이며 소설이며 영화며 만화며 열심히 문학적인 상상력만을 쌓다가 다시금 빠릿빠릿 돌아가는 세상으로 돌아오니, 괜히 아 그렇지 내가 이런 걸 배웠었구나! 아니면 내가 이런 걸 놓쳤었구나! 하는 기분이에요. 재밌기만 하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학교생활이 재미없다는 것도 거짓말이겠죠. 휴학해서 조과제 못하게 되었다고 죄송하다고 보내드렸던 메일에 걱정된다고 답장해주셨던, 그래서 첫날 수업 시간에 이제 다시 수업듣는 거냐며 반가워해주던 선생님도 계시고- 정말 몇년만에 만나서 우와 이런 나도 반겨주는 사람이 있었지 하고 괜히 수다수다 떨게 되는 친구들도 있고. 그리고 물론 지적인 자극...은 개뿔 매일같이 나를 힘들게 하고 또 그만큼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과제들도 있구요. 그래서 지금은 아직 즐겁다는 기분이 더 강한 것 같아요. 물론 마감 직전마다 울고싶은 기분이 들때도 있지만... 크으..
2.
아직 다녀야 할 학기도 앞으로 3학기 정도 더 남았고, 복수전공하는 친구들에 비해서 여유로운 복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졸업가능!을 목표로 해서 보시다시피 전공수업으로 도배했습니다! 앗 저 정도는 도배라고 말하면 안되는 건가... 정외 전공만 네개 듣는 건 처음인데 (사실 휴학하던 학기에는 정외 전공만 다섯개 넣어놨었던가 그랬지만 큼큼) 정외 전공 세개에 경제 전공 두개 듣던 때보다 더 힘든 거 같아요... 크흐ㅠㅠ 아주 신나 죽겠다. 매주 해야하는 과제가 있는 과목이 두 개에(월수목을 함께 하는 나의 예습과제! 덤으로 복습과제!), 토론수업 두 과목까지! 게다가 세 과목은 조별과제! 이제 복학했는데 제 학부생활 상 가장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거 같네요. 물론 이 바쁨은 교지를 제외한 오로지 학기 상의 바쁨! 으하 그만큼 남는 게 있고 성장하는 게 있겠죠 :).
국제기구론이랑 비교연방제, 20세기후반사는 휴학하던 학기에 듣던 거 다시 넣은 거였구, 세계지역연구개론은 작년에 교수님 연구년이라 안 열려서 아쉬워하다가 이번에 다시 열려서 넣었고, 한국외교사는 사실 작년에 한국외교정책론을 넣었었는데 요 과목이 다시 교수님 연구년이라 안 열려서 (게다가 하쌤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 게다가 행정상일뿐이지만 내 지도교수님! 이라서) 넣어봤어요. 가끔씩 제 블로그에 과목에 대한 정보를 바라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던데.. 네 그런거 없구요 ㅋㅋㅋ 그냥 이건 일기니까 학기 중간에 저의 느낀점입니다. 그것도 사실 매 학기 쓰는 것도 아님 ㅋㅋㅋ.. 사람이 원래 그렇잖아요,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거죠! 뭐 아무튼 :)
국제기구론은 스아실 여기에서만 말하는 거지만 교수님의 수업태도 일부, 일부가 참 싫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일단은 처음 외교학'과'를 가고 싶어했던 상상 속의 나 + 국제기구 자체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었던 1년 전의 나를 반성하고 다독이며 잘 듣고 있습니다. 작년과 비교해봤을 때 수업은 더 이해되게 재배치하고 어떤 부분은 보충설명 더해 주시면서 잘 가르쳐주시는 거 같아요. 후반부야 저는 못들어봐서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재미있습니다!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
20세기후반사 재밌어요! 서양사학과 수업인데 정치외교학부생이 더 많다는 게 함정 ㅋㅋㅋ 교수님이 자기가 정외전공 가르치는 거 같다고 막 싫어하시던ㅋㅋ... 수업+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특정 주제를 가진 토론이 아니라 '논문'을 가지고 하는 토론이라서 생경하고 막 참여하기가 어려워요 ;ㅁ;.. 논문의 구조라든지, 저자의 주장이나 사료라든지, 이런 것들을 건들이니까 으아 그런 지점을 비판한단 말이야? 한달까요. 저한테 논문은 배우기 위한 것에 불과했는데! 그래서 이 수업마다 늘 1학년 꼬꼬마가 된 기분으로 경청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죄송해요, 조만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노력할게요.
세계지역연구개론은 제 일주일을 꽉 잡고 있는 요놈의 과제! '지역'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지역연구'라는 테마는 재밌는 거 같아요. 저 스스로 같은 질문과 의문이 반복되고 있는 거 같다는 좀 좋지 않은 기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수업 자체가 이것이 지역연구다~라는 걸 배우기 보다는 이것이 지역연군가? 하는 걸 생각해보는 수업인듯합니다. 조발표가 걱정되지만... 수업 자체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비교연방제도 마찬가지! 사실 비교정치라는 게 너무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인데다가, 연방제라는 게 아직 저한테는 낯선 개념이라서 배경지식 없이 수업참여하는 게 제일 어려운 수업인 거 같아요. 나름대로 토론하는 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엔) 재밌기도 하고, 늘 으아 모르겠다 오 이런거야?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네요. 사실 휴학하던 학기에도 제일 어려워했던 과목이었는데 이번에는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요놈 벌써 시험이 다가와서 ㅋㅋ 걱정이지만!
한국외교사는 사실 첫수업 시간엔 좀 교수님 수업스타일에 적응이 안되서 응? 뭐지? 하는 기분으로 수업들었었는데, 지금은 좀 감을 잡아서 잘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얏호 과제 가산점도 받았어요! 물론 아직 한번이지만... 그래도 칭찬은 저도 춤추게 하니까.. 외교'사'다 보니까 사료를 통해서 접근하는 측면이 많은데, 아무래도 근현대사 쪽을 다루고 있다 보니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사료와 그에 대한 논문을 접하면서 공부하니까 재밌어요. 교수님도 나름 귀여우시고 ㅋㅋㅋ 하...
사실 개강하던 첫주+그 다음주에는 너무 힘들어서 으앙으앙 거리고 다녔는데, 지금은 허허 그래 이정도는 해내야 외교학전공 학부생이라 하지 않겠어! 하는 기분으로... 네 사실 날림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결과는 12월 말에! 그리고 중간고사야 안녕?ㅠㅠ
3.
저같이 여태까지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공부를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너같이 공부 안한 사람이 대학원을 가는 거야... 라는 소리를 듣고 아! 하는 깨달음을 얻었던 언젠가가 대체 언제였는지 모르겠네요. 아빠 나는 아마 결혼 안할지도 몰라, 라고 진지하게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아빠 나 아마 취직 안할지도 몰라, 라고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도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진지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쉬운 게 있다면 이번 학기, 그리고 적어도 다음 학기까지는 더 생각해볼까 하구요. 아직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알고 싶은 건지, 그래서 무엇을 연구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주변에 너무 공부 잘하는 애들도, 열심히 하는 애들도, 그리고 좋아하는 애들도 많아서, 정말 나같은 인간이...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고 있지만, 그리고 나같은 형편에 공부는 무슨, 하는 생각도 이따금씩 하지만, 일단은 이번 학기를 다니면서 확실히 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주변에 누군가는 대학원에 가고, 누군가는 취직을 하고, 누군가는 실패해서 고시준비를 하고, 또 누군가는 고시를 실패해서 다시 복학하고, 또 누군가는 잘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대학원을 등록했다가, 그 등록했던 대학원을 다시 취소하기도 하는, 주변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습니다. 저는 늘상 자신감 부족하고, 열등감 가득하고, 게다가 놀기 좋아하고, 남들 다 하는 거 하기 싫어해서 스펙 쌓아놓은 것도 없고 공부만 한 것도 아니라 학점도... 크.. 여기까지만. 아무튼 실은 친구들 졸업하는 시기씩이나 되어서도 아직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걸 하고 싶다, 저걸 하고 싶다, 하는 생각보다는 이건 하기 싫고, 저건 못하겠고, 하는 게 더 강하다보니까.
그래도 신기한 건, 언젠가 생각했던 3가지 선택지에 대한 부분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거에요. 사실 이것도 아마 경로의존성이겠지만 :) 해본 게 이것밖에 없어서 이걸 선택하는 것일지도, 해본 게 이것밖에 없다는 건 그리고 어쨌든 그걸 계속할 수 있다는 건 나한테 이게 맞다는 뜻이라서- 이걸 선택하는 것일지도.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양쪽 다가 맞는 거 같아요. 일단은 공부를 더 해봐야지, 안 되면 겨울부터는 취직준비를 해야할테고.. 음 어느 쪽이든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테지만.
실은 아직까지 대학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 그거 뭐야 무서워...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았기도 하고 ㅋㅋㅋ 맘이 아직 안잡혔으니까. 이렇게 으헤헤 하는 상태로 공부할거야! 하다가 그때의 나한테 호통받을까 두렵네요 으아. 일단 그것도 이번 학기가 지나면! 확실히 할테야. 안되면 졸업 한 학기 더 늦추고 뭐 :D... 어떻게든 되겠죠?
제가 대학원이라는 선택지를 섯불리 잡지 못하는 건 저 자신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부분적으로는 부모님-가족에 대한 문제도 있었는데, 정말 의외로, 아버지께서 공부를 하고 싶다면 끝까지 해봐라고 하시더라구요. 으아 감동... 은 너무 장난어조인가. 으하 예전엔 정말 철부지 딸이었는데, 이제는 아버지께서 힘든 일 하시는 것도 싫고 저때문에 괜히 맘고생하시는 것도 싫고, 못난 딸이라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할머니께서도 혼자 저렇게 계시구, 언제 우리 손자손녀 돈 버는 거 보나 하시구, 아버지께서도 어머니께서도 결국 혼자인 거니까. 전에 회사일 때문에 소송이니 뭐니 이런 일로 힘들어하시는 거 보니, 의지할 사람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같이 논의해볼 수 있는 사람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실은 부양해야겠다든지, 언젠가 같이 살아야지 라든지, 원하는 거 들어들여야지, 하는 생각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내 인생은 내거야! 하는 마인드로 살아왔었는데, 지금은 가장 우선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고 독립해서 우와 우리 딸 이렇게 돈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하는 자랑하시는 목소리 듣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어요. 나이들어서 그런가, 내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근데 정말 예기치 않게 아버지께서 먼저 공부 더 할거냐는 이야기를 꺼내시고, 열심히하라는 이야기하시니까 괜히 아,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이 드는 거 있죠. 그렇구나 역시 난 아직 어리고, 보살핌을 받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괜히 :).. 음 학점으로 만족시켜드릴 자신은 없지만, 그리고 졸업 이후에도 우리 딸이 이렇다! 하고 자랑할만한 좋은 딸이 될 자신도 없지만, 조금 더 힘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우선은.
그러기 위해선 사실 블로깅하지 말고 일단 과제부터 해야하지만... Y_Y...
4.
잘 살고 있습니다! 일년 전 일기에 비해 많이 나아졌죠? 히히. 버려둔 곳이지만 이따금씩 들릅니다. 있는둥 없는둥 :) 보고싶어요!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적지 않아도 아실테니까!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담에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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