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는 감정이입을 잘하고, 쓸데없는 걸 현실처럼 상상하는 편이었다. 물론 얼마나 감정이입을 잘하게 하고, 얼마나 현실처럼 와닿게 만드느냐는 작가와 연출과 배우의 몫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게 남들보다 작은 요소에 쉽게 잘 울고, 울컥하고, 혹은 그 장면을 쉽게 보지 못하고 멈추어버리고 마는 건 아마 내가 유달리 상상을 상상인 채로 내버려두지 못하고 마치 그것이 실제의 현실인마냥,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인마냥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씩은 그럴 때가 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 속의 내용을 내가 이어서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실제로 벌어진 일인지 스스로 잊어버리고 마는 때가. 꿈이란 건 사실 현실감이 없어서, 공간도, 시간도, 혹은 색채도, 소리도 없이 개연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몇몇 장면이 뒤섞여 일어나는 것인데, 그 꿈에 지나친 개연성이 개입되고 그리구 잠이 깼을 때도 연이어 그 꿈을 생각하다가, 다시 잠이 들면 이어서 꿈을 꾸는 것같은 기분에 휩싸이는 때가. 나는 계속해서 누워있을 뿐인데, 상상 속에서 내가 일어서서, 냉장고 안을 확인하고, 물이 없는 걸 깨닫고, 방문을 열고 나가 1층까지 내려가 정수기에서 물을 가득 담아서, 다시 내방으로 돌아와 물 한모금을 마시고 나면, 현실 속에서 나는 아직 누워있고 목은 여전히 마른데도 '아 그래 이건 내 귀찮음이 만들어낸 상상이지 실제로 난 아직 일어서지도 않았구나'하고 그제서야 깨닫는 때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어야 하고, 만화는 만화일 뿐일테고, 화면 너머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실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여야 할텐데, 이따금씩은 내가 실제로 그 장소에, 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상상은 현실이 아니니까 상상인거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일텐데. 나는 자꾸만, 자꾸만, 현실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잊어버리고 보지 못한 것이나 듣지 못한 것까지 나아가서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무서워서, 어떤 답변이나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혹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 '실재'일지가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보고, 실제로 듣고, 실제로 확인한 것은
짓이겨진 그녀의 입술가, 부서진 그녀의 휴대폰, 그리고 "때렸다"던 그의 한 마디.
그런데 자꾸만 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모르는, 차마 무서워서 열어보지 못한 저 방문 너머로,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던 걸까, 대체 누가 누구를, 대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걸까. 그 밤 사이에, 그녀는 자신을 때린 그의 앞에서 어떤 공포를 느꼈을까. 어떻게, 폭력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그렇게 방문 너머로 벌어질 수 있었던 걸까.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었으면 했다. 그 사람은 그래도 네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애정과, 네가 보아왔던 것만큼의 나약함을 가지고 있기에, 정말 실은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은 목소리도 크고 욱하는 성질에 자기 성격 못죽이고 말도 험하게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고 마음 여린 사람이라서, 아마도 목소리만 크지 실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내게 말해주었으면 싶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자꾸만,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만약 정말 내가 상상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 거였다면, 나는 과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그 사람과 함께 웃고 함께 잘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똑같은 입으로 그런 말과 그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고, 어떻게 그 밤을 견딜 수 있을까.
차마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그녀에게? 그에게?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나는 아직도, 그 열아홉의 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같다. 실은, 벗어나는 것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아직 두렵고 무서워서 무엇부터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과연 그를 용서하고, 그녀를 용서하고, 혹은 나를 용서하고, 이젠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상태를 만들어나갈 용기가 있을까..?
이따금씩은 그럴 때가 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 속의 내용을 내가 이어서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실제로 벌어진 일인지 스스로 잊어버리고 마는 때가. 꿈이란 건 사실 현실감이 없어서, 공간도, 시간도, 혹은 색채도, 소리도 없이 개연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몇몇 장면이 뒤섞여 일어나는 것인데, 그 꿈에 지나친 개연성이 개입되고 그리구 잠이 깼을 때도 연이어 그 꿈을 생각하다가, 다시 잠이 들면 이어서 꿈을 꾸는 것같은 기분에 휩싸이는 때가. 나는 계속해서 누워있을 뿐인데, 상상 속에서 내가 일어서서, 냉장고 안을 확인하고, 물이 없는 걸 깨닫고, 방문을 열고 나가 1층까지 내려가 정수기에서 물을 가득 담아서, 다시 내방으로 돌아와 물 한모금을 마시고 나면, 현실 속에서 나는 아직 누워있고 목은 여전히 마른데도 '아 그래 이건 내 귀찮음이 만들어낸 상상이지 실제로 난 아직 일어서지도 않았구나'하고 그제서야 깨닫는 때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어야 하고, 만화는 만화일 뿐일테고, 화면 너머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실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여야 할텐데, 이따금씩은 내가 실제로 그 장소에, 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다. 상상은 현실이 아니니까 상상인거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일텐데. 나는 자꾸만, 자꾸만, 현실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잊어버리고 보지 못한 것이나 듣지 못한 것까지 나아가서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무서워서, 어떤 답변이나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혹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 '실재'일지가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내가 실제로 보고, 실제로 듣고, 실제로 확인한 것은
짓이겨진 그녀의 입술가, 부서진 그녀의 휴대폰, 그리고 "때렸다"던 그의 한 마디.
그런데 자꾸만 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모르는, 차마 무서워서 열어보지 못한 저 방문 너머로,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던 걸까, 대체 누가 누구를, 대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걸까. 그 밤 사이에, 그녀는 자신을 때린 그의 앞에서 어떤 공포를 느꼈을까. 어떻게, 폭력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그렇게 방문 너머로 벌어질 수 있었던 걸까.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었으면 했다. 그 사람은 그래도 네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애정과, 네가 보아왔던 것만큼의 나약함을 가지고 있기에, 정말 실은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은 목소리도 크고 욱하는 성질에 자기 성격 못죽이고 말도 험하게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고 마음 여린 사람이라서, 아마도 목소리만 크지 실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내게 말해주었으면 싶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자꾸만,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만약 정말 내가 상상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 거였다면, 나는 과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그 사람과 함께 웃고 함께 잘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똑같은 입으로 그런 말과 그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고, 어떻게 그 밤을 견딜 수 있을까.
차마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그녀에게? 그에게?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나는 아직도, 그 열아홉의 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같다. 실은, 벗어나는 것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아직 두렵고 무서워서 무엇부터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과연 그를 용서하고, 그녀를 용서하고, 혹은 나를 용서하고, 이젠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상태를 만들어나갈 용기가 있을까..?
'Yun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03.22. (0) | 2013.03.23 |
---|---|
2012.12.03 (0) | 2012.12.03 |
I (0) | 2012.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