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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다시, 3월 :)

은유니 2012. 3. 2. 00:48



느즈막히 일어나서 뒹굴거리며 영화보고 놀다가, 저녁 즈음이 되어서야 "신학기 맞이!"라며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습니다! 작년 2월 28일에서 3월로 넘어가는 그 즈음에 짐정리를 끝냈었으니까, 벌써 제가 여기서 산 지도 일년이 꼬박 되었네요. 한 학기가 지날 때마다 컴퓨터 포맷을 하면서 학기를 정리한다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책과 노트 등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두서없이 널브러져 있던 A4 용지 더미들을 종류별로 정리해서 상자에 담으면서, 새삼스레 제 한 해가 여기에 전부 다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미묘했어요 :). 사실 컴퓨터 한글파일로 남아있는 필기들이고, 특별히 보관해야할 필요는 없는 ppt 자료들이지만, 어쩐지 아까워서 차곡차곡 또 방 한켠에 쌓아두곤 하는데, 초등학교 때 일기장이나 중고등학교 때 노트들처럼 이것도 또 제 과거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고, 추억이지 싶어서 쉽게 버리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때의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건 결국 사진과 다이어리, 혹은 그 때 내가 적었던 글들일테니까..

한 학기동안 교지를 하면서 모아둔 회의 문건들도 정리해놓고 보니 한 호당 5cm 정도 두께는 되어 보이더라구요. 기획사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들었던 생각이지만, 글 하나를 실기 위해서 제가 교지에서 사용하는 종이의 양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 같아요. 제 글이 6천 부나 교내 여기저기에 뿌려진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 느꼈던 위화감과 비슷하게, 과연 내가 쓴 글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새삼스레 듭니다 ;).. 음, 여울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네, 벌써 3학년이 되었어요. 아니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왜 벌써 3학년이지(..) 하는 생각에 복잡미묘합니다 ^_ㅠ... 지난 주 25일에는 교지에서 졸업하는 사람들에게 조촐한 축하선물을 전해주러 갔었는데, 그때서야 괜스레 저도 2-3년 안에는 그네들과 같은 학사모를 쓰고 있겠구나 하고 실감이 나더라구요. 매 학기 있는 학위수여식이지만 실제 학위수여식 때 학교를 찾아가본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학사모를 쓰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졸업생들, 그 주변에서 함께 있는 친구들, 가족들로 북적거리는 게 입학식 때처럼 학교 전체가 들떠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웃고 있어서,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어쩐지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무슨 말들을 전해주면 좋을까 고민고민하기도 하고. 다들 어쩜 그렇게 행복해보이는지, 같이 있던 친구와 '나도 얼른 졸업하고 싶다'는 농담을 건네며 웃다가도, 무언가 확실한 미래나, 길이 정해져 있기에 저렇게 안심하며 웃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면서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 우리는 쓸데없는 걸 미리 생각한다며, 아직은 멀어만 보이는 졸업식이 제 일이 될 날은 그래도 한참 남았을텐데. 후후 :).

이번 학기도 전공과제에 시달리느라 바쁠 예정입니다. 지금은 딱히 복수전공을 하고 싶은 과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아직 듣고 싶은 정외 전공이 많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겠지요. 주변에서는 이제 전필도 아닌데 굳이 왜 듣냐며 말리기도 하지만, 음 그래도 이왕 배우는 거 제대로 더 많이 배워두고 싶어요. 제가 앞으로 전공을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질 않지만, 그래도 일단은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고, 그리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미리부터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이래놓고 분명 4월이나 5월쯤 되면 후회할 게 분명하지만 ㅋㅋㅋ 흐흐ㅠㅠ 예습과제가 두 개라니 벌써부터 긴장됩니다! 이번 학기에 저는 또 몇 페이지의 글을 읽게 될런지요(..)

나중에 시간표 확정되면 1학기 시간표도 다시 올려야겠습니다 :). 1, 2학년 때의 1학기는 반쯤 설레고 반쯤은 걱정됬었다면, 지금의 1학기는 반도 아니고 그냥 100% 두려움과 걱정입니다... 국제정치이론, 나와라 싸우자 +_+! 마지막 학기라시던 하쌤 앞에서 기죽지 않겠습니다!



졸업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부모님과 할머니까지 함께 왔다던 ㅈㅂ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괜히 제 졸업식 때는 부모님과 할머니 모두 함께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부터였을까, 아니면 집 안이 텅텅비고 소란스런 이야기들이 많이 남지 않게 된 이후부터였을까, 할머니 건강이 썩 좋치는 않으시거든요 ;). 어렸을 때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늘 큰소리로 서로 싸우기도 하시고, 친구분들이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놀기도 하셔서, 그냥 그렇게 늘 계실거라고 마냥 생각했었는데, 요즈음의 할머니께서는 그냥 참, 기운이 없으시네요. 언젠가부터 먹기 시작한 심장약을, 챙겨드셨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지도 오래고, 잔병치레도 자주 하시더니 최근에는 한 달 내내 감기를 앓으시고, 전에는 응급실에도 가셨다 그러고..

이럴 땐 제가 말주변이 좋고 애교라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떻게 웃음을 드려야 할지, 늘 고민하고 망설이고 당황하느라 시간을 놓쳐버리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손을 잡아드리고, 죽을 먹여드렸던 게, 제가 그 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데, 할머니께도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드릴까봐 괜히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졸업식에 오셔서 학사모도 씌워드리고 싶고, 첫 월급받으면 가족끼리 외식도 가고 싶고, 할아버지 없이 쓸쓸해하시는 여름날엔 여행도 같이 가고 싶은데.

늘 강하기만 했던 어른들이, 사실은 그냥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될 때마다 제가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께서 작아지고 어려지시는 것만 같아 무언가 두렵고, 갑갑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제 기침은 안 하신다고 하니까, 좋은 목소리로 다시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되기를.



저는 아직 어리기만 해서, 철이 든다거나, 성장한다는 표현에 더 익숙한데, 어쩐지 벌써 3학년이고 두 번째 후배들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지만 이번 학기엔, 그러니까 교지의 다음 호 땐 제가 편집장을 맡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야 조금 어떻게 책을 만드는지 알게 되었다 싶은데 벌써 '장'이 되어야 한다니,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으아..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이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뭔가 거부하고만 싶었던 사실이라서 이제 곧 직접 맞닥들인다고 생각하니 바싹 긴장이 됩니다.

사실 어딘가의 '장'의 자리를 맡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어떨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요 ;).. 그 흔한 초등학교 반장조차 해본 적이 없고, 어디에서든 저는 대표가 되기보다는 대표를 친구로 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대뜸 저에게로 그 바톤이 돌아와 버렸습니다. 잘 할 수 있을지 마냥 걱정밖에 들지 않는데, 게다가 하고 싶은 다를 일들도 쉽게 포기할 수만은 없어서, 좀 더 많이 몸과 마음이 바빠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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