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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경계

은유니 2012. 1. 13. 05:08



1.
이 사진의 절반을 딱 잘라서 오른쪽이 개인적인 사진찍는 취향. 밝기라던지 색감이라던지 그런 게.

사진 보정을 할 때 취향은 일단 모니터에서 보기에 밝게 하는 것. 이게 카메라 LCD 화면 상으로 볼 때랑 인화해서 직접 볼 때랑 모니터 상으로 볼 때랑 다 느낌이 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스킨을 수정할 때나 바탕화면 같은 걸 쓸 때도 그렇지만 일단 눈에 보기 편하고 밝은 색감/빛감을 좋아한다. 채도는 보통이거나 약간 낮고 명도는 약간 높은 느낌.. 같은 사진을 인화할 때는 또 선명하고 시선을 잡는 게 좋아서 채도가 약간 높고 명도는 약간 낮은 편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음 색감이 어쨌든 역시 구도라든지 시선이라든지 등등의 프레임 자체가 그 사진에 대한 선호를 구분짓는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찍었던 대부분의 사진을 그때그때 즉각즉각 업로드하곤 했는데, 지금은 사진을 찍어도 모든 사진을 포스팅하지 않고, 쓸데 없이 눈만 높아져가서 백장 가량의 사진을 찍어도 정작 마음에 드는 건 한두 장 나올까말까. 1차로 카메라 상에서 삭제되고, 2차로 컴퓨터 상에서 제외되고, 3차로 포토샵에서 제외되고, 4차로 블로깅에서 제외된다... 음 그래도 1차 삭제 이후의 사진들을 전부 보관하고는 있지만 눈에 차지 않아서인지 잘 보지 않게 되는 듯.. 예전에 한창 편지쓰기를 좋아했던 때에는 히사키님에게 보낼 편지에 사진이나 그림같은 것들을 동봉하던 버릇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고 나니까 그나마 인화도 하지 않고 그저 컴퓨터 상으로 보관하는 게 전부가 되어버린 듯 하다 ;). 내 사진을 몇 년만에 실물로 보게 된 게 새맞이 준비 때 과반 게시판과 교지 포토에세이에서 였으니까(..) ㅋㅋㅋ 하고, 음 2007년 이전의 사진은 웹업로드용 사진만 있고, 2008년 정도부터의 사진은 거의 대부분 원본으로 저장해두고 있는데 언젠가는 이것들을 실물로 볼 수 있겠지.. 있겠...지..? ^_ㅜ 히히.

요즘은 포토샵을 실용적인 업무나 사진 크기줄이기 용, 그리고 이따금씩 블로그 스킨 수정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 때는 포토샵도 정말 열심히 했었어서 한 사진을 가지고 만지작 거리면서 약간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는 걸 좋아했었다. 기본적으로 화사하게 보정을 하고, 테두리를 만들고, 글을 적어 넣는다거나 블로그 주소를 박는다던가 했었는데 귀찮아(..)서 지금은 업로드하기에 적절히 크기를 수정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어쩐지 몇 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 있지만 점점 능력이 퇴화하고 있어...

카메라 기종이나 렌즈에 따라서, 그리고 그 기술적인 부분에 따라서 사진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니콘 덕팔이와 표준렌즈를 산 이후로는 크게 카메라에 돈 투자할 만큼의 심리적,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하고 굳이 책을 보고 공부할 만큼의 시간적 역량이 되지 않기도 해서 사진은 그저 찍고 싶을 때 이따금씩/교지 취재용으로만 찍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취재용으로 적극 이용되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

음, 예전에 ㄹㅇ과도 이야기했던 것이지만, 사실 내가 사진찍을 때 담기는 프레임들은 내 생활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도서관(주변의 나무들, 거리들, 가는 길의 풍경...이라서 정작 도서관은 없지만;)-집근처가 주요 테마였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야말로 학교학교학교를 무한반복하곤 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사계절 시간대에 따른 고등학교 사진이 거의 다 있었지.. 사실 이건 대학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긴 마찬가지이긴 해서 학교 사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마찬가지인 건 고등학교 때건 대학 때건 나무가 많은 곳이라서 정작 건물은 없어서 여긴 어디? 싶은 사진이 많다는 거. 출사에는 관심이 없냐고 묻지만 사실 혼자 사진찍으러 가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가는 것이 좋고, 여럿이서 가다보면 사진찍는 것보다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더 좋아서 오히려 카메라는 걸림돌이 되는 느낌이라 그저 가까운 곳을 가볍게 혼자 돌아다니는 게 내 적성에 맞지 싶다. 사진찍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심심해 하거든(..) 얜 뭐야 하면서 투덜투덜...ㅋㅋㅋ 으익.


2.
11월이었나 10월에 학교 천체관측동아리 전시회를 본 적이 있었고, 오늘은 광화문 쪽에 인터뷰를 갔다가 지하철 역에 조그맣게 있는 전시회장에서 천문우주기획이라는 오로라 전시회를 본 적이 있었다. 둘 다 눈으로 관측 가능하지만 쉽지 않고, 사진으로 담길 때 그 느낌이나 잔상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참 신기하고 그야말로 '환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학교 동아리 전시회에서 동아리 선배이신 사진작가분이 기증해주셨다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어떤 분일까 하는 약간의 경외심이 들었었다. 그냥 참 기분이 미묘하다 ;)... 무엇이었든 실제가 아닌 사진 전시회였을 뿐인데, 한 달 전에 적었던 전시회의 후기는 어쩐지 쓸쓸함이 묻어나오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아 나도 찍고 싶다'에 가깝다. 간사한 건지, 솔직한 건지, 그냥 애라서 그런 건지.

사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해외여행지로 제일 먼저 꼽는 알래스카, 차마고도, 소금사막, 산티아고 등 보통 이 나이 때의 친구들의 일반적인 희망사항과 다른 곳들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사실 한 장의 사진이나 한 편의 영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지 싶었다. 실제로 가볼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고, 가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실제로 가게 될 곳은 희망사항과 조금 많이 거리가 있겠지 싶다. 첫 여행지가 어디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되지 않는 경험이지만 국내여행은 유명 관광지보다는 사람 적고 버스엔 마을 사람들과 할머니가 많은 곳이 좋은 듯. 물론 여행은 어딜 가느냐보다 역시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


3.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활동했던 커뮤니티에서는 타인과 글로 교류하는 법을 잘 알지 못했었고, 세계관 자체가 뚜렷하지 않았고, 내 문체랄 것 역시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지금의 내가 싫어하는 모든 글의 요소들을 갖추어 있곤 했었다. 며칠 전 어떤 곳을 배후하다 마주친 한 이름이 계속 눈에 밟혀 찾고 찾고 찾다가 그 당시에 같이 활동했(다고 적기도 그럴 게 그다지 가깝지도 친하지도 기억에 남지도 않았지만 어쨌)던 분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때 나는 어떤 글을 썼었나 싶어서 오랜만에 찾은 카페에 남겨진 자취들을 읽어보다가 또 다시 발견한 몇몇 이름들이 어쩐지 반가워 블로그나 홈페이지, 카페 등을 흘러흘러 별호그와 천방에까지 닿았다. 그 이전에 몇 가지 캡쳐나 저장을 해두어 다행이지 싶은 것들과, 백업해두지 않아 아쉽다는 말로도 다 할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 계속 마음에 밟혀 어쩐지 잠들지 못했다. 일상 생활 도중에도 이따금 생각나는 이름들이, 그때 나누었던 대화들이, 지워지지 못했던 휴대폰 속 번호들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잘 지내기를 바라는 기원이 다라는 것이 지금 내가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길이겠지, 싶었다.


4.
한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경우는 한 가지뿐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이 슬퍼하고 더 많이 기뻐할 때. 적어도 하루는 기뻐하고 하루는 슬퍼하세요. 매일 매일 다른 날을 사시길. 초지일관, 한결같은 사람은 금물이에요. 만약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인생에 좀 더 많은 걸 요구해보세요.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대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또한 나에게.


여전히 지켜보고 있어요. 그저 응원하고 있어요. 바라고 있어요. 그냥, 행복하길. 다른 그 무엇보다도, 그대의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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