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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곧바로 직시하는 것은 눈과 마찬가지로 렌즈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쩌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보는 해질녘 노을이 너무나 눈부셔서 잠시 멈추어 찰칵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누구와 함께 길을 걸었고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고 하는 것들이 잠시 사진에 담기고, 문득 돌아보았을 때 빛바랜 사진처럼 보얗게 서려있는 추억이란 녀석이 남아 있었다.
어디를 향하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오래 남는 것이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라 살폿 웃었다. 그래, 예전에 친구와 둘이서 문득 여행을 떠났을 때 장소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함께한다는 추억만이 사진의 매체를 통해 남겨지는 법이었으니까.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웃으며 떠들었던 기억이 남아있어 다만 이것이 진짜 행복의 잔향이구나 싶었다. 어디를 갈지보다 누구랑 함께 할지를 먼저 고민해보았던 지난 기억 한웅큼이 흐리게 자취를 남겨서, 보고싶다고 문득 생각했었다.
고향의 하늘도 이렇게 빛나고 있을까. 찬 기운 서린 강바람과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에 더불어 저 멀리까지 비추곤 했던 노을의 붉은 빛깔이 언제까지고 반복되고 반복되었던 그 때, 함께 걸었던 길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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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잉태했던 그 손으로 다시금 꽃망울을 피어내기를.
붉디 붉은 그 잔혈이 구름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다만 그치기를.
생명을 잉태했던 그 손으로 다시금 꽃망울을 피어내기를.
붉디 붉은 그 잔혈이 구름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다만 그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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