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니-? ― 한 번을 의심하기에 앞서서 적어도 믿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를 대하는 그 사람을 믿고 싶고, 또한 그러한 믿음을 가지는 나 자신을 믿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났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연이었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고 아련한 흔적으로 남길 바라는 것은 모두가 당연히 생각하는 바일테니까요. 그러니까 좀 더 진심을 다해서, 열정을 다해서 그 누군가를 대하지 않았던 자신의 그러한 사소한 행위들을 가끔 질타하고 자주 후회하고 또 때로는 비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 번 믿음을 주기에 앞서서 한 번의 의심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스스로 상처받고, 자주 외롭다고 ..
그대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대가 바라보는 곳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대의 보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지친 표정이 빛나는 것은 아마도 당신이 바라보는 곳에 무엇보다 눈부신 빛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꽉 쥔 손이 아프지 않도록 살살 풀어주고, 내딛는 발걸음이 차마 힘겨울까 당신은 진 길을 밟는 당신이 있기에. 그러한 당신의 마음이 있기에. 언제나 당신의 눈길은 나의 내딛는 발걸음보다 더 앞을 바라보며 행여나 다치지 않을까.. 행여나 넘어지지 않을까.. 행여나 돌뿌리가 있을까, 행여나 미끄러운 길이 있을까, 행여나 가시밭길이 있을까... 한 번을 다시 한 번을 조심하며 내딛는 발걸음이 다시금 당신에게 돌아올까봐 조심하며. 부디 돌아오지 않고 반듯이 너의 길을 걸어가기를, 다져놓은 ..
[유니세프에서 보내는 글] 아이티 강진 긴급구호 폐허 속의 어린 생명을 구해 주십시오 중앙아메리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근처에서 1월 12일(현지시각) 7.3의 강진이 발생, 피해자 수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망자와 실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은 약 20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지진으로 인구가 밀집한 수도 근처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큽니다. 대통령궁와 의회건물을 비롯해 수많은 주요건물들이 붕괴됐고 부서진 건물마다 수많은 사상자가 매몰되어 있습니다. 구조작업이 늦어지면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될 것입니다. 유니세프는 신속하게 아이티에 구호에 나섰습니다. 집과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이 당장 생활할 수 있도록 1차로 구강수분보충염과 수질정화제..
일요일은 제 막내 고모의 늦은 결혼식이었습니다 :-) 제가 아직 기억조차 하지 못할 무렵부터 고모의 곁에는 고모부가 계셨지만 어째서인지 식은 올리지 못하셨다고 해요. 모든 사람들에게 사정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일까 한참 늦어버린 결혼식이 되어버려서, 이미 훌쩍 커버린 아들들과, 이미 서로에게 가족으로서 편하게 받아들여진 시댁, 친정 식구들과, 지나간 세월만큼 늘어난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름이 한데 엉켜 어째서인지 목이 메여왔습니다. 같이 나이든 친구들과 활짝 웃으며, 어색하게나마 다시 처음처럼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나는 앞으로 평생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약속하는 그 모습이 행복해보였어요. 참으로 오랜만에, 아 그래서 가족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
2005년 7월 2일:일년 반 정도를 지내왔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떠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곳으로 첫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A secret garden'에서 또 다른 나를 싹틔우고 새로운 인사를 건네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원 안에서 자리잡았습니다. ―이후 4년여의 시간 동안 저는 많이 어렸고, 길을 헤매였으며, 아득한 앞쪽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헛웃음을 흘리고는 했습니다. 여전히 '마법사'라는 명칭에 익숙하고 떠나보내는 일에 더디어 어쩔 줄 몰라 난처해 하였어요. 언제나 하늘을 바라며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2009년 12월 30일:저는 여전히 어리고, 분명한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많으며, 꿈꾸는 것보다 절망하는 일이 잦고, 앞으로 걸음을 떼어놓기 보다는 길을 찾지 못해 주저앉는 일이 셀 수 없이 ..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고,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축복해 마지 않을 사실이지만 가끔 생각합니다. 저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나 그네들이고, 저의 현재에 관심이 있는 건 실은 없으려나, 하구요. 실은 저부터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겠지만:-).. 저번에 '너는 정말 대학은 별 상관이 없나 보구나.'하고 누군가 말해주셨을 때 그만 울컥하고 울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저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대적인 이득이 되는 일이겠지만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공부를 하고 싶고, 많이 배우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미래의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으니까.. 이야기..
꿈을 꾸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부서질 듯이 깨끗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디를 향해서 가는 것인지는 분명히 기억나지 않았는데 다만 새라도 된 듯이 날고 있다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고 꽤나 즐거웠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라도 났는지 어깨 너머를 뒤돌아보았고, 그때야 나의 어깨죽지엔 날개가 돋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개도 없이 허공에 떠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나는 이미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끝없는 추락. 높이를 알 수 없었던 하늘은 우주로 변했고,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는 아래엔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 갑자기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주변에 무언가 붙잡을 것이 없을까 두리번 거렸다. 어느 누구도 없었고, 그저 까마득한 낭떠러지 밖엔 존재하지 않았다. …누가 그랬던가, 모..
1년간 1층에서 복도에 햇빛 안 들어온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그래도 아침에 바쁘게 올 때는 가까워서 좋다면서 농담을 나누기도 했던 2학년 3반 교실. 으아, 오늘 3학년 교실로 올라가고 보니 새삼스레 기분이 묘하더라. 새로 깔아서 좋아했던 교실 바닥도 이젠 안녕인가, 싶기도 하고, 이제 산책도 자주 못 나가겠구나 싶기도 하고. 한가지 좋은 건 역시 3학년 교실은 3층이라서 창문 밖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은 것? 해 저물 무렵의 노을이라던가 그런 건 1학년 때 4층에서 내려다볼 때가 훨씬 더 잘 보였으니까. 햇빛도 가득 들어오구-. 이제 진짜 3학년이구나. 음, 내가 이 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또 어떤 기분일는지.
저는 삼현여고 Cenacle의 10기 동아리원이자, 2009년 3월에 3학년이 되는 재학생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3월 초에 동아리 홍보를 하고, 2학년들이 중심이 되어 면접 등을 통해 신입생을 모집하게 됩니다. 그렇게 모인 동아리원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있는 '전일제 계발활동' 시간에 동아리실로 정해진 반에 모여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 성과를 2학기 기말고사 이후 12월에 있을 학교 축제기간의 둘째날에 동아리 전시를 통해 보이게 됩니다. 저희 동아리를 포함하여 현재 삼현여고에는 25개의 동아리가 존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동아리가 10년 이상 존속되어 왔습니다. 동아리 활동은 모두 각자의 취미, 관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규 수업으로는 할 수 없는 많은 체험들을 직접 경험하..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는데 눈 앞에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이 나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어. 언제나 잊고 잊고만 지내는데도, 봄에 반짝이는 꽃을 피우고 나더니 어느새 이렇게 짙푸른 초록의 빛이 주변에 드리워져 있네. 그 나리는 햇빛을 받고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온몸에 와닿는 바람과 마주하는 기분이란 쉽게 설명할 수 조차 없을 것만 같이. 우리 학교 교정은 꽤 멋있구나, 라는 생각을 이제야 새삼스레 하게 되고 부서지는 햇살을 반사하는 그 초록 잎들에 마냥 심장이 두근거렸지. 실내에 붙잡혀 있기 보다는 저 빛 속을 힘 닿는 데 까지 달려 나가고 싶을 만큼. 신기하지 않아? 심장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이 눈부신 이 곳.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