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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는 차나무 사이를 무언가 흥겨운 발걸음으로 지나다니다가, 가끔씩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어 찻잎을 뚝 떼어 내어 그대로 입안에 물곤 했다. 잘그락, 쇠붙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찻잎 위를 스치며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그 사이로 길게 늘어뜨려진 헝겊 끈들이 제 날갯짓을 하며 공중에 나부끼고 있었다. 첫 별이 제 탄생의 빛 무리를 세상에 뿌릴 무렵에 시작했었던 굿이 끝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나고 주변은 어린 밤의 낮은 숨소리로 휩싸여 왔지만, 주치는 아직 입고 있는 호익을 벗지 않은 상태였다. 소맷부리에 달려 있는 장신구들이 제법 무거울 법도 한데 주치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녀가 다시 잎 하나를 떼어 물고는 우려내지 않은 찻잎의 씁쓸한 향기와 입 안의 푸른 빛깔을 온 몸으로 흡수할 듯 눈을 감고 잠시 있다가 다시 떴을 때, 주치는 지상에 내려와 앉은 두 별빛과 눈이 마주쳤다.
“여기로 오면 너를 만날 수 있다고 하기에….”
그녀가 그를 발견하기 전까지 계속 혼자 지켜보고 있었던 듯, 그는 겸연쩍어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주치는 어린 밤이 풍기는 향취에 흠뻑 취한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런 주치를 보고 그는 잠시 그녀가 현실의 시간으로 되돌아오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점차 그의 얼굴을 인식해가던 주치의 눈에서 조금씩 다시 빛이 돌아오더니, 이내 평소의 장난스런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도 달님의 노래를 들으려고 왔나요?”
주치는 실제로 그 노래를 듣고 있는 듯이 고개를 조금씩 흔들거렸다.
“…노랫소리를 걷고 있구나.”
그의 말에 주치는 빙그레 웃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제자리를 빙그르 한바퀴 돌았다. 그녀의 몸짓을 타고서 차르륵 쇠붙이들이 천 사이를 감아 돌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깻죽지 아래 숨겨져 있던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몸짓을 하는 것과 같이.
“오늘 같은 날에는 저 녀석 말 정도는 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가 그런가, 하고 헤설피 웃어버리고 말자 주치는 휘익 그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그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뛰듯이 걸어왔다. 그러고는 두서없이 그를 향해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그러고 씨-익 웃더니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시 뒤돌아서서 그에게 따라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차나무 사이를 뛰어 나갔다. 그는 떠도는 말을 잃고서 가만히 서 있다가 당황하며 빠르게 멀어져가는 주치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의 왈츠를 걷는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곳은 탁 트여 있어서 모든 세상을 굽어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언덕께였다. 별빛을 가득 머금고 있는 풀잎들이 하얗게 소금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가 잦은 숨을 겨우 내쉬며 언덕을 올라가자 왜 이렇게 늦느냐는 듯이 주치가 언덕 위에 앉아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홱- 하고, 그대로 소금 꽃들 사이로 드러누웠다.
“마치 별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가 주치 가까이로 다가오자 주치는 고개만 돌려 그를 보며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참, 아저씨 이름이 뭐였더라?”
그녀의 아저씨라는 호칭에 그가 멍하니 향할 곳 잃은 눈으로 주치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웃어버리고는 대답했다.
“옌…이라고 해.”
“아- 맞다. 근데 왜 저를 따라오신 거였죠?”
자기가 그를 이곳까지 따라오게끔 했다는 것은 까마득히 잊은 듯이 주치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그는 얼굴에 살짝 웃음을 띠우더니 그제야 주치를 찾아온 용무를 털어놓았다.
“내일 아침에 마을을 떠나게 될 것 같은데…”
주치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처음에 그녀가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마는, 어쨌든 그녀도 역시 샤먼이었으니까. 주치는 귀찮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듯이 한숨을 내어쉬었다. 굿을 치르게 된 것이 그녀에겐 꽤나 귀찮은 일이긴 했지만, 룽다 조각에 부적을 쓰는 것은 그것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 조금 더 입안 가득한 푸른 피리소리를 즐기다가 해도 될 것이었다. 그러나 주치는 문득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겨우 그것뿐이에요?”
화가 난 듯한 주치의 말에 그의 손끝이 움찔하고 떨렸다.
“부적을 부탁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나요?”
그는 그대로 꼿꼿하게 앉아 자세를 풀지 않는 그녀를 보며 자신이 한 말을 -몇 마디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며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었나,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그는 별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자 도리어 더 난처해했다. 무엇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무엇을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가 머뭇거리기만 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자 주치는 팔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는, 주치라는 한 사람이에요.”
샤먼이기 이전에, 필요에 의해 찾아지는 샤먼이기 이전에.
주치는 뒤에 이어질 말을 그저 뱃속으로 울렁거리며 삼켰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손끝을 따라가며, 그는 뒤이어지지 못한 말을 들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사람은 직접 말해지는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숨겨진 것들은 조금만 눈길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은 사실 그녀가 그런 말을 하기 이전부터 깨달았어야 했었던 것을.
“알아요. 안다고요, 타무르. 하지만 제가 잘못 말한 건 아니잖아요?”
마치 허공에 대고 말하듯 혼자 중얼거리는 주치에게선 어느 순간부터 왈츠의 노랫소리가 끊어져 있었다. 그녀의 꿈결 같은 음률을 없애버렸다는 생각에 그는 욱신- 가슴께가 쓰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여 주치의 곁에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쉽게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지만- 떨고 있는 주치의 두 손을 감싸듯 잡았다. 그의 행동에 놀란 듯 주치의 짙은 가을빛의 눈동자가 동그래지며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떨리던 주치의 손이 다시금 안정되어왔고, 그 손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내부로 전해져 들어왔다. 주치의 손을 쳐다보는 그의 두 눈앞 가득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구나, 이 아이도 외로웠을 거야. 사실은 이렇게 뜨거운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는지도 몰라.
“달이… 너보고는 뭐라고 했니?”
그가 작게 웃어보이자, 주치의 표정이 밝아오더니 아까의 그 기분은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서 열에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리소리를 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거기, 아무리 달님이라지만 공은 없다고. 그쪽이 먼저 무언가를 제시해야 내가 그에 대응이라도 할 거 아냐?’ 라고 했더니 조금 투덜거리면서 노래를 들려줬어요.”
옌 씨도 들으셨나요?
그녀가 묻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꿈에 젖은 듯한 그때의 표정에서 이미 많은 것을 듣지 않았던가, 란 생각을 하면서. 주치가 내쉰 숨 속에서도 그 뜨듯한 꿈의 자취가 두 손 가득 파랗게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라, 아까부터 노래가 끊어졌다 했더니, 저 녀석 이제 제 차례지 않느냐고 그러네요. 쳇, 그 정도 가지고 끝났다 이거야?”
달과의 대화를 스스럼없이 하는 주치의 모습엔 다른 그 어떠한 거짓의 모습도 서려있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그녀만의 방식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그만의 방식으로 그 모든 것들을 지켜봐 왔듯이.
:전 절대, 신카이 마코토 님의 작품을 생각하며 제목을 붙인게 아닙니다..
두번째 선착, 이번에도 상현 님이 받아가셨습니다, 으하하. 주치랑 참 자주 만나네요 /ㅅ/
주치 정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성격인데 제대로 표현을 못 해내겠어서 매번 죄송하네요, 끙끙...
주치는 차나무 사이를 무언가 흥겨운 발걸음으로 지나다니다가, 가끔씩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어 찻잎을 뚝 떼어 내어 그대로 입안에 물곤 했다. 잘그락, 쇠붙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찻잎 위를 스치며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그 사이로 길게 늘어뜨려진 헝겊 끈들이 제 날갯짓을 하며 공중에 나부끼고 있었다. 첫 별이 제 탄생의 빛 무리를 세상에 뿌릴 무렵에 시작했었던 굿이 끝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나고 주변은 어린 밤의 낮은 숨소리로 휩싸여 왔지만, 주치는 아직 입고 있는 호익을 벗지 않은 상태였다. 소맷부리에 달려 있는 장신구들이 제법 무거울 법도 한데 주치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녀가 다시 잎 하나를 떼어 물고는 우려내지 않은 찻잎의 씁쓸한 향기와 입 안의 푸른 빛깔을 온 몸으로 흡수할 듯 눈을 감고 잠시 있다가 다시 떴을 때, 주치는 지상에 내려와 앉은 두 별빛과 눈이 마주쳤다.
“여기로 오면 너를 만날 수 있다고 하기에….”
그녀가 그를 발견하기 전까지 계속 혼자 지켜보고 있었던 듯, 그는 겸연쩍어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주치는 어린 밤이 풍기는 향취에 흠뻑 취한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런 주치를 보고 그는 잠시 그녀가 현실의 시간으로 되돌아오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점차 그의 얼굴을 인식해가던 주치의 눈에서 조금씩 다시 빛이 돌아오더니, 이내 평소의 장난스런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도 달님의 노래를 들으려고 왔나요?”
주치는 실제로 그 노래를 듣고 있는 듯이 고개를 조금씩 흔들거렸다.
“…노랫소리를 걷고 있구나.”
그의 말에 주치는 빙그레 웃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제자리를 빙그르 한바퀴 돌았다. 그녀의 몸짓을 타고서 차르륵 쇠붙이들이 천 사이를 감아 돌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깻죽지 아래 숨겨져 있던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몸짓을 하는 것과 같이.
“오늘 같은 날에는 저 녀석 말 정도는 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가 그런가, 하고 헤설피 웃어버리고 말자 주치는 휘익 그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그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뛰듯이 걸어왔다. 그러고는 두서없이 그를 향해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그러고 씨-익 웃더니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시 뒤돌아서서 그에게 따라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차나무 사이를 뛰어 나갔다. 그는 떠도는 말을 잃고서 가만히 서 있다가 당황하며 빠르게 멀어져가는 주치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의 왈츠를 걷는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곳은 탁 트여 있어서 모든 세상을 굽어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언덕께였다. 별빛을 가득 머금고 있는 풀잎들이 하얗게 소금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가 잦은 숨을 겨우 내쉬며 언덕을 올라가자 왜 이렇게 늦느냐는 듯이 주치가 언덕 위에 앉아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홱- 하고, 그대로 소금 꽃들 사이로 드러누웠다.
“마치 별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가 주치 가까이로 다가오자 주치는 고개만 돌려 그를 보며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참, 아저씨 이름이 뭐였더라?”
그녀의 아저씨라는 호칭에 그가 멍하니 향할 곳 잃은 눈으로 주치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웃어버리고는 대답했다.
“옌…이라고 해.”
“아- 맞다. 근데 왜 저를 따라오신 거였죠?”
자기가 그를 이곳까지 따라오게끔 했다는 것은 까마득히 잊은 듯이 주치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그는 얼굴에 살짝 웃음을 띠우더니 그제야 주치를 찾아온 용무를 털어놓았다.
“내일 아침에 마을을 떠나게 될 것 같은데…”
주치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처음에 그녀가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마는, 어쨌든 그녀도 역시 샤먼이었으니까. 주치는 귀찮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듯이 한숨을 내어쉬었다. 굿을 치르게 된 것이 그녀에겐 꽤나 귀찮은 일이긴 했지만, 룽다 조각에 부적을 쓰는 것은 그것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 조금 더 입안 가득한 푸른 피리소리를 즐기다가 해도 될 것이었다. 그러나 주치는 문득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겨우 그것뿐이에요?”
화가 난 듯한 주치의 말에 그의 손끝이 움찔하고 떨렸다.
“부적을 부탁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나요?”
그는 그대로 꼿꼿하게 앉아 자세를 풀지 않는 그녀를 보며 자신이 한 말을 -몇 마디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며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었나,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그는 별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자 도리어 더 난처해했다. 무엇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무엇을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가 머뭇거리기만 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자 주치는 팔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는, 주치라는 한 사람이에요.”
샤먼이기 이전에, 필요에 의해 찾아지는 샤먼이기 이전에.
주치는 뒤에 이어질 말을 그저 뱃속으로 울렁거리며 삼켰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손끝을 따라가며, 그는 뒤이어지지 못한 말을 들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사람은 직접 말해지는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숨겨진 것들은 조금만 눈길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은 사실 그녀가 그런 말을 하기 이전부터 깨달았어야 했었던 것을.
“알아요. 안다고요, 타무르. 하지만 제가 잘못 말한 건 아니잖아요?”
마치 허공에 대고 말하듯 혼자 중얼거리는 주치에게선 어느 순간부터 왈츠의 노랫소리가 끊어져 있었다. 그녀의 꿈결 같은 음률을 없애버렸다는 생각에 그는 욱신- 가슴께가 쓰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여 주치의 곁에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쉽게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지만- 떨고 있는 주치의 두 손을 감싸듯 잡았다. 그의 행동에 놀란 듯 주치의 짙은 가을빛의 눈동자가 동그래지며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떨리던 주치의 손이 다시금 안정되어왔고, 그 손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내부로 전해져 들어왔다. 주치의 손을 쳐다보는 그의 두 눈앞 가득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구나, 이 아이도 외로웠을 거야. 사실은 이렇게 뜨거운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는지도 몰라.
“달이… 너보고는 뭐라고 했니?”
그가 작게 웃어보이자, 주치의 표정이 밝아오더니 아까의 그 기분은 어느새 다 잊어버리고서 열에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리소리를 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거기, 아무리 달님이라지만 공은 없다고. 그쪽이 먼저 무언가를 제시해야 내가 그에 대응이라도 할 거 아냐?’ 라고 했더니 조금 투덜거리면서 노래를 들려줬어요.”
옌 씨도 들으셨나요?
그녀가 묻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꿈에 젖은 듯한 그때의 표정에서 이미 많은 것을 듣지 않았던가, 란 생각을 하면서. 주치가 내쉰 숨 속에서도 그 뜨듯한 꿈의 자취가 두 손 가득 파랗게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라, 아까부터 노래가 끊어졌다 했더니, 저 녀석 이제 제 차례지 않느냐고 그러네요. 쳇, 그 정도 가지고 끝났다 이거야?”
달과의 대화를 스스럼없이 하는 주치의 모습엔 다른 그 어떠한 거짓의 모습도 서려있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그녀만의 방식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그만의 방식으로 그 모든 것들을 지켜봐 왔듯이.
:전 절대, 신카이 마코토 님의 작품을 생각하며 제목을 붙인게 아닙니다..
두번째 선착, 이번에도 상현 님이 받아가셨습니다, 으하하. 주치랑 참 자주 만나네요 /ㅅ/
주치 정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성격인데 제대로 표현을 못 해내겠어서 매번 죄송하네요,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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