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권의 문제는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없는 것이 아니라서 사실은 조금 두렵다. 2학기 내내 인도주의적 개입과 주권, 인권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었고 그들의 주장이 어떤 것이고 그들의 반박이 어떤 것인가를 읽어 내려갔다.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지만 사건을 객관화하고 현실주의의 논리에 따라 이를 재구성하는 것은 쓰리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 애초에 주권을 정의했던 초기의 논의는 교회와 교황의 권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고 국민국가, 혹은 민족국가를 이루어 자신의 영토 내에서 쉽게 침범되지 않는 자치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을테지만, 지금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권의 논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을 위해서 강조되는 것인지 사실 확실히 규정내리기가 어렵다. 결국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는..
모두가 조용히 잠든 새벽, 깊어가는 것은 아마도 간절함. ― 작은 것에 기뻐하고 자랑해대는 그대의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전화를 하고, 소소한 장난으로도 좋아하는 그대의 모습은 항상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만큼 나도 기쁘기도 했다. 짐짓 귀찮아하면서도 괜히 또 없으면 허전하고 생각나는 그런 거.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어째서일까. 나는 그대가 가족이라서 울었던걸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울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언제나 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가족이었기 때문에 소중한걸까,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이었던 걸까. 하지만 전자였다면 어떻게하지. 녀석은 오히려 명쾌히 대답해서 나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사실 이건 아빠가 좋아 엄마..
유월, 이라는 울리는 어감을 좋아했던 그 날들도 어느새 지나가고 있다. ―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종강을 했습니다. 과연 해야하는 모든 일들을 종강하기 전에 끝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걱정했던 시간도 어쨌든 다 지나가버리고 말았어요 :-). 역시나 사람은 코앞에 닥치면 무엇이든지 다 하게 되는 걸까(..) 그렇게 걱정하고 어려워했던 일들도 어찌어찌 다 해결하고, '이건 대체 무슨 말일까?'를 곱씹으며 내려다보았던 시험지도 답안지도 이미 제 손을 다 떠나버렸으니 이젠 가만히 앉아 학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_ㅜ 사실 학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아니 수강신청을 할 때부터 그런 느낌을 받기는 했었지만 이번 학기 내내 조금은 붕 떠있는 기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어요.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 시험 ..
사진 취재를 나갔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름대로 사진 교육도 받았겠다 실습 중이었던 오뉴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지나친 자하연이 참 좋더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건 자하연의 햇살은 기분 좋은 여유를 가져다 준다. 지나가는 길에 자하벅스에서 따뜻한 커피향과 와플냄새가 풍겨와 발길을 멈추어 세운다. 편집실 카메라로 찍어서 잊고 있다가, 편집실 컴퓨터에서 딴 짓하다가 발견 :-) 시선을 돌려봐야겠다. ― 나는 너무 태평하게 세상을 산 걸까.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실은 항상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은 지금에 와 어디에 닿아 있는 걸까. 언제나 나는 내 감정에 충실했고, 내 생각이 중요했고, 나의 삶에 매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