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0. 결국, 아무렇지 않다는 건 없는 거다. 괜찮다는 말로 고이 포장해서 보이지 않게 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이젠 넣을 공간이 없어 비죽 고개내미는 그것이 묻는다. 너는 정말 괜찮니. 아무렇지 않니. 견딜만 하니.. 1. 오늘은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노인회의 후원으로 잠실구장에서 하는 개천절 행사에 놀러오셨다던 할머니는 하루종일 뭐가 그리 재미있으셨던지 저녁도 다 먹고 돌아갈 즘에야 손녀 생각이 났나 보았다. 참 사람 많더라며 웃던 목소리에 어쩐지 덩달아 즐거워져 웃는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난 아버지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더 가까웠었다. 식후 커피 한 잔에 한 모금을 기대하는 눈빛을 잊지 않으셨던 두 분은 언제나 손톱만큼을 남겨주셨고, 달디 달던 설탕맛 커피는 ..
0.독서의 계절이라는데, 1. 읽어야 할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읽어내는 것도 분명히 많은 것 같기는 한데- 요즘은 뭔가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요컨데 능동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럴 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잠을 잔다.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배도 고프지 않아 점심도 굶고, 오는 연락도 손을 뻗어 답하지 않게 된다. 2. 이따금씩, 이건 내가 지어낸 상상일까 아니면 단지 꿈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은 모두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마치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처럼 떠오른다. 내 눈 앞에 있는 상대의 얼굴도, 목소리도, 색채도 모두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Give me some sunshine (요건 Full ver.) 요즘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고 일상처럼 듣고 있는 노래. 3 idiots를 본 건 작년 늦가을이었는데 이 노래가 문득 떠오른 건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였다. 입안에 오물오물 맴도는 노래를 내뱉고 나니 나에게 햇볕을 달라는 무언가의 소망이 툭 하고 떨어져 나왔다. 나에게 햇살을 주세요. 나에게 비를 내려주세요.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주세요... 단 한 순간 만이라도 삶이란 것을 살게 해주세요.. ― 이전부터, 무언가 계속 미적지근한 기분이었다. 사실 교지가 나오고 난 다음에 계속 펼쳐보기도 했었고, 활자와 컴퓨터 상으로만 접하다가 그것이 지면으로 등장한 것에 대한 놀라움이나 감격 등에 젖어 있곤 했었는데, 정작 내 글은 쉽게 읽어 내려가지..
어쩐지 눈물이 나왔다. 가슴이 먹먹하다. ― 1월 9일 오후 11시 59분. 당시의 편집위원이었던 ㅇㄹ, ㅈㅂ, ㄱㄷ은 아마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날짜와 시간은 내가 교지에 수습지원서를 보냈던 메일 발송 시간이었다. 아마 마감 5분 전쯤이었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제대로 확인해 보니까 정확히 59분이었다. (아마 이때쯤엔 이미 '이 사람 지원서 문의만 하고 지원은 안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진주에서 상경한 지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무렵, 지금처럼 독서대 위에 교지를 놓아두고 화면에는 한글과, 인터넷과, 네이트온 대화창을 켜두고 고민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 학기 직전에 했던 고민을 그때 다시 반복하고 있던 거였다. 나는 언제나 글 쓰는 그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