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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기뻐하고 자랑해대는 그대의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전화를 하고, 소소한 장난으로도 좋아하는 그대의 모습은 항상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만큼 나도 기쁘기도 했다. 짐짓 귀찮아하면서도 괜히 또 없으면 허전하고 생각나는 그런 거.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어째서일까.
나는 그대가 가족이라서 울었던걸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울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언제나 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가족이었기 때문에 소중한걸까,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이었던 걸까. 하지만 전자였다면 어떻게하지. 녀석은 오히려 명쾌히 대답해서 나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사실 이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와 마찬가지로, 닭이 먼저일까 계란이 먼저일까와 마찬가지로 답이 없는 문제이고 전자와 후자가 같이 존재하는 문제였을 것이다. 그걸 구분하려 들었던 게 문제였던 셈이지. 나는.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마음도 멀어진다는 게 사실이라면 나에겐 지금 마음에 가까운 사람이 없을터이다.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지만 또 쉽게 그럴 수 없는 건 사람마다의 기준이 다르고 판단하고 싶은 마음이 다르니까. 이젠 아무래도 좋다. 어쨌든 삶은 잘 돌아간다. 참.
그냥 이따금씩- : )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젠 함께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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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가 없어서 글을 썼는데, 이제는 글로도 온전히 다 토해낼 수가 없는 무언가가 있다. 머리보다 앞서는 것은 어쩐지 말로도 글로도 정작 담기지 않아. 어쩌면 그것은 말보다도 눈짓이나 표정, 입고리에서 나오는 것이라서 그럴까.
오늘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다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달력이 여전히 4월인 것을 보고 혼자 웃었다. 사실 애초에 탁상달력보다 휴대폰과 다이어리를 자주 보고 신경쓰다 보니까 생긴 일이겠지만 어쩐지 덩그러니 놓여 있는 4월이라는 시간이 참 닮아있더라. 마치 삼일 간 유지되었던 혁명처럼, 마치 삼일동안만 이어졌던 다짐처럼. 휴대폰 달력과 달리 내가 넘기지 않으면 혼자 넘어가지 않는 녀석의 날짜를 7월 14일로 맞추고 돌아보니 비슷한 여름이었지 싶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해가 화창하게 떠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발에 마음을 다 잡지 못하는 봄날도, 그 깊이에 놀라 한번쯤은 다시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가을저녁도, 옹송히 앉아 웃으며 두 손을 모아 빌었던 겨울눈도 좋다. 더운 날 샤워하고 나온 뒤 다시 땀에 젖어도 선풍기 하나만 있으면 행복했고, 눈발에 덜덜 떨다가도 두 손 녹일 수 있는 핫초코 한 잔만 있으면 웃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비 오는 날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별 거 없었다. 비오는 공기에 묻어나오는 흙냄새, 씻어내리는 듯한 깨끗한 공기가 좋았다. 우산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바람부는 날이나, 비내릴 듯 말 듯한 우중충한 날은 싫었지만 장마를 좋아했던 것도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던가, 싫어한다던가 하는데 별 다른 이유가 필요하진 않았으니까. 장마가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언제나 다시 햇발을 볼 수 있다는 기대와 아쉬움을 동반해서 미련이 남는다. 오월의 바람이 그러했듯이 초여름의 빗발도 곧 그치고 다시 돌아오겠지만.
지금은 일곱시 십사분. 조금만 더 늘리고 싶으면서도 얼른 보내버리고 싶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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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왜 스스로 괴물이 되려 하는지 알지 못해. 나는 네가 과거에 어떠한 삶을 살았고 그래서 지금껏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 그래서 나는 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괜한 참견일지도 모르고, 언제나 조바심내고 조심스럽고 걱정되고 하지만 또 좋아서 괜히 어찌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지켜볼게. 그러니까 나도 지켜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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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레임에 담기는 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렵다. 끙끙. 기대치를 낮추고 시선을 돌아보면 다른 게 보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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