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t.ly/1KXf0GZ 성정체성 뿐만 아니라 인종/민족/지역 정체성까지도 '태어난' 것과 관계없이 정립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는 백인이면서 백인이 아니고 흑인이 아니면서 흑인이다. 2.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나라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줄 구성원을 아꼈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
1. "할머니는 밤중 화장실에 갈 때 할아버지를 동행하며 몇 번이고 당부한다. “당최 어디로 가시지 마오. 내가 무서워 그래요.” 사랑과 동시에 사랑의 완성인 죽음에 대해 말하는 영화가 되었다." 2. "아들의 유품이 택배로 올라온다는 전갈을 받은 엄마는 택배 기사와 마주칠까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안절부절못합니다. 유품을 받으면 그때는 아들을 진짜 보내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준비가 안 돼서입니다. 이틀을 피하다 엄마는 유품을 받았습니다. 바닷물에 있던 아들 교복이 삭아버릴까봐 빨리 세탁을 하려는데 이번엔 아이의 여동생이 유품 상자를 열지도 못하게 합니다. 상자를 열먼 바다 냄새가 된 오빠가 온 집 안에 퍼질 텐데 그러면 자기는 집에 못 들어올 거 같다고요. 곤혹스런 아빠는 아들 교복이 든 유품상자를 차..
12월 16일. “내일은 추우니까, 집에 있어요.” 이런 말을 들었다. 밤이었고 오래 걷던 중이었다. 춥나. 그런 것도 같아서 알았다고 답하려는데 기침이 났다. 자꾸 입이 얼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는 걸까,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걸까. 추워서 말조차 얼어붙은 걸까. 문득,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다. 너무나 추워서 말이 얼음알갱이로 변해버려 겨울 동안은 아무도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하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 살던 한 처녀가 죽기 전에 남긴 말도 예외 없이 얼음알갱이로 남았다. 이웃에 살던 부자는 그 말을 가난했던 처녀의 가족에게서 사들였다. 봄이 되고 날이 풀리자 말들도 풀려나 들어줄 사람들에게로 돌아갔지만, 뒤늦게 돌아온 처녀의 연인은 그 말을 돌려..
오월 어느 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둔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
이따금 고양이와 소년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소년은 높이 쌓아올린 장작더미 안의 비밀 은신처에 들어가 울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세상은 수치심과 절망뿐이다. 소년은 머리 위에 커다란 더미를 버티고 있는 장작 하나를 빼내 무너뜨림으로써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기로 결심한다. 주머니 속의 과자가 기억났으므로 일단 그것을 꺼내서 먹는다. 그런 다음 장작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고양이가 다가와 젖은 뺨을 핥기 시작했을 때 소년은 그 축축하고 까끌까끌한 감촉에 스르르 눈을 감고 만다. 그것은 소년의 비통한 계획을 철회할 만큼 충분히 따뜻하다. 소년은 알고 있다. 고양이가 핥는 것은 소년의 눈물이 아니라 입가에 붙어 있는 과자 부스러기다. 훗날 소년은 이렇게 쓴다. '진정 순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