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물어봐보고싶다, ―엄마, 내가 지금부터 계속해서 공부만 하는 건 어때?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공부하면, 좋은 대학가서 성공할지도 모르고 하고픈 일을 이루게 될 가능성도 희망도 꽤 늘어나는 거잖아.. 글쎄 모르겠다.. 확실히, 지금부터 공부만을 계속해서 하게되고 그곳에 관심을 가지면 진짜 성공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 그건 왠지 거부감이 생겨. 뭐랄까,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관심을 갖고 있는게 많아서.. 그것들 하나하나가 내겐 너무도 소중한 꿈들이라서.. 어느것하나 포기하고 싶지가 않아, 못할것만 같아.. 그런건.. 단지 무언가 '한가지'만을 위해서 그 많은것을 포기해야 한다는게, 싫어서.. ―엄마, 그럼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
―어릴때부터 '죽고싶다'는 생각 쉴새없이 많이 했다. 학교가는 길, 혹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골목에서 차가 보이면 뛰어들어 차에 치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한번쯤 빨간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한번 뛰어들어 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었어. 옥상에 올라가면 난간 위에 올라가 뛰어내리면 어떨까 생각했고, 높은 곳에서 창문가에 가면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었어. 왜 죽고싶어 하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단지, 그때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어. 죽어서.. 이세상과 헤어지고, 그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그러고 싶었다.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릴때보다 좀 더 심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 칼로 손목 긋는 정도론 죽지..
구름들만이 가득한, 조금은 어두워보이는 하늘, 그러나 왠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밝은 햇빛이 보일것만 같아. 저 먼곳에는 하늘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푸른색 물감으로 물들어져있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내가 올려다보는 이곳의 하늘은, 드문드문, 흩여진 하얀색 투명한 빛과, 포근한 회색 물감들.. 아무것도 아냐, 단지.. 단지, 먼곳의 푸르름을 그리워하기보단, 지금은 지금 이대로의 하얀색과 회색의 친근함이 좋다. 사진을 찍는것은 '지금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다. 언젠가, '현재'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나를 맞이하겠지.. 나는 계속해서 지금 이순간을 사진기에 담고, 마음속에 담고, 추억 하나를 조금씩 새겨나간다.
..... ... 무엇일까, 알수없는 이 공허함이 가득한, 싸늘히 식어가는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우고 체온을 떨어뜨린다, 아니, 체온을 상승시킨다. 열이 나, 머리가 아프다. 차가운 공기가, 이유없는 열병이, 나의 마음을 빼앗고, 심장을 빼앗고, 눈물을 빼앗고.. 어떠한 감정도 없이, 모든것을 빼앗겨버리고, 사랑을 원하다, 사랑을 버리고 전부를 다 바쳐 사랑하고, 그 전부를 잃고.. 나는, 이세상은 없다. 빼앗아간 마음과, 심장과, 눈물들.. 아무것도 없다, 이세상엔.. 무엇을 바랬던 것이고,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그 무엇이 소중해, 다른 걸 버리려 했던 것일까... 살아가기 위해 소중한건, 단지 그 하나밖에 없었던 것일까.. 겨울의 차가운 체온이, 이유없는 열병을 자아내게 하고.. 세상의 알수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