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것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가 있다. ― 가슴에 품은 작은 것하나 드러내지 못해 입을 다물고 마는,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시선하나 견디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마는. 언제나 웃고, 이야기하며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그런, 그런 아이가 하나 있었다. 작고 조용하기만 해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잘 지내는 아이.. 어느것하나 잘못될 것 없다는 듯 언제나 웃으며, 나쁜일은 쉽게 잊는 아이.. ―그래, 그렇게만 보면 되는거야― 아이는 떠나보내는 게 싫어 누구에게든 험한말을 못했다. 조그마한 가슴에 상처가 생겨도 드러내지 않고 도리어 숨겨버린다. '나는 상처따윈 없는 아이에요' 라고 말하듯이.. 아무도 없는 집, 방안에 틀어박혀 문을 잠그고 혼자 흐느껴 울어버린다. 아이의 심장은, 사실은 상처가 가득한데..
오늘은, 2005년의 마지막날 입니다. ...

언제그랬냐는 듯이 낙엽은 다지고 어느새 겨울이 되어버렸다. 눈이 내리고,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감싸는 조금은 쓸쓸한 계절이... 문득 디카를 꺼내보다 10월에 찍었던, 아직 지우지 않은 가을사진을 발견했다. 10월 28일. 그때는 이렇게 노란색, 빨간색의 단풍잎들이 있었구나.. 학예회가 있던 날, 학교에 들고가 찰칵, 내 디카속에 담겨진 시간 하나. 가을이었구나, 이렇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어 나도모르게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이젠 포근한 그 풍경은 사라지고 외로이 가지만 남아있는데, 이렇게 가을이구나, 이 작은 한장의 사진속 시간은.. ... 길 아래에, 얌전히 쌓여가는 은행잎들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이렇기에 내가 가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포근한 햇살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그마한..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다. 생명이 살아서 숨을 쉰다는 것도, 날씨와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도, 시간이 흘러서 이 모든게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흐름속에 있다는 것조차도.. ...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도 현재는 계속 변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모든게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는 현재가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어 신기하기 그지 없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어쩌면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알수없는 것이 아닐까.. 단 일초가 지나도 방금전 상황은 과거가 되고, 내 선택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수도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길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잡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고, 냄새를 맡을수도 소리를 들을수도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