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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2005.11.6

은유니 2005. 11. 6. 21:36
―어릴때부터 '죽고싶다'는 생각 쉴새없이 많이 했다.

학교가는 길, 혹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골목에서 차가 보이면 뛰어들어 차에 치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한번쯤 빨간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한번 뛰어들어 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었어.
옥상에 올라가면 난간 위에 올라가 뛰어내리면 어떨까 생각했고,
높은 곳에서 창문가에 가면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었어.

왜 죽고싶어 하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단지, 그때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어.
죽어서.. 이세상과 헤어지고, 그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그러고 싶었다.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릴때보다 좀 더 심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
칼로 손목 긋는 정도론 죽지 않는다, 손목을 반정도 자르는,
그래서 손이 너덜너덜해져서 막 그걸보고 죽어나가는 나를 생각해보고,
약을 먹고, 식도에서 부터 모든 내장이 다 녹아버리는 생각도 하고,
칼로 배를 찌르는 생각, 총으로 머리를 쏴 버리는 생각..

어떤 느낌일까, 그런 것들은.. 하지만 생각뿐이다, 죽고싶지는 않아.
어릴땐, 죽고싶다는 생각에 그런 상상들을 무의식적으로 하곤 했지만,
지금은 아냐. 살고싶다, 살아가고 싶다.
단지, 죽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떨 뿐이야.

살고싶다면서 왜 그런 생각을 하니?
―글쎄.. 내 모든 생각의 근원이 어딘지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런 이유없이,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밤샌적이 몇번일까...
그 어떤 일을 하고있어도,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잊어버리고, 또 다시 떠올리고, 되새기고, 잊어버리려 한다.




―어릴 땐..
죽고싶다, 하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없어.
스스로를 비판하고, 스스로를 비웃으며 생각들을 죽여나간다.


―그리고 지금은..
살고싶다, 하지만 나를 지켜줄 희망이 없어.
그렇게 힘들어하고 지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부서진 날개를 품에 안고, 닿지 않을 그 곳을 향해 뛰어보지만 이젠 힘이 없다.
하지만 죽고싶지는 않아. 살고싶다고 부르짖는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나를 지켜봐줄 분들이 곁에 있어..

힘없이, 뛰어나가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뛰다 지쳐 주저앉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어두운 거리의 쓸쓸함에 울고,
다시 일어서려 두 다리를 붙잡고, 또다시 뛰고, 뛰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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