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대개 보통 사람들보다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이나, 자신을 이루고 구성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쓸데없고 진지하게, 때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하는 편이었다. 가족의 문제가 그랬고, 국가나 민족, 지역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고, 끝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으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쩐지 가족과의 관계에서조차 아니 오히려 '가족'이라는 그 미묘한 사회제도였기 때문에 이따금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애정과 증오와 이해와 거리감을 동시에 느끼며 나 자신의 위치내리기를 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문제였다. 도망치고 싶었..
1. 본디 하고 싶었던 이야기 2. 해야 하는 일 3. 도망쳐온 것과 마주보기
괜찮지 않아.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싫어하고 때론 증오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었던 믿고 있던 그 사람이 행했다던 그 행동과, 그 속에서 견디어 왔을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시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행복이었던 그 삶들이 더 이상 당신에겐 행복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래도 역시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이 내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나 없고 당신 없는 그 삶이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그 가능성과 그럼에도 삶이 지속되리라는 그 쓰라림이, 뒤섞이고 뒤섞여서, 결국 나는 그 누구도 미워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또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생각이 멈추지 못하는데 입안과 몸은 굳어서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일으킬 수 없었다. 여전히 그건 내게 무섭고 ..
FATHERS ! MARAUDERS ! with LILY and SEVERUS 어떻게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한 사람만 뽑을 수 있나요! => 히히 친세대와 마루더즈는 언제나 옳습니다, 네 옳고 말구요. 마루더즈(제임스 포터, 시리우스 블랙, 리무스 루핀, 피터 페티그루)을 포함해서 릴리 에반스, 세베루스 스네이프까지의 부모 세대를 좋아합니다. 사실 정말 '한' 사람을 뽑을 수가 없는게, 어떤 날은 제임스의 이야기가 하고 싶고, 어떤 날은 시리우스의 이야기가 하고 싶고, 어떤 날은 리무스의 이야기가 하고 싶다가, 또 어떤 날은 세브의 이야기가, 그리고 릴리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거든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어버이 세대에는 이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지만(루시우스, 나시사, 아서, 몰리, 레귤러스..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싫어하는 책은 역시 . 싫어한다기 보다는 읽기가 힘들었다고 하는 게 더 분명할 것 같은데, 은 에서 볼드모트가 부활하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다시 집합하게 된 결말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인데다가, 결말조차 굉장히 안 좋게 끝나서 서럽고 충격적이었다. 물론 때도 퀴렐이 있었고, 때도 리들의 일기장이, 때도 디멘터가, 때도 억지로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여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어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마냥 환상적인 마법세계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늘 어딘가 어둡고, 항상 긴장이 흐르는 느낌이긴 했으니까. 이 그전까지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해리포터가 더 이상 '우리들의 살아남은 아이', 영웅으로 취급받지 않게 되었다는..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역시 ! 책 시리즈 상으로 1편이 마법세계라는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호그와트를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단계였고, 2편이 호그와트에 숨겨진 비밀과 역사를 알리며 볼드모트를 이끌어내는 단계였다면, 3편은 1, 2편에서 완전히 구축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법부, 호그스미드, 아즈카반 등 학교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계로 확장되어 진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 해리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처음의 불안정한 위치에서 벗어나 온전히 마법세계에 발을 딛으며, 끊어져있던 부모님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한 개인으로서의 안정감과 마법사로서의 자신감을 획득해 한 발 전진해나가는 흐름이라서 좋다! 이나, 에서 해리가 살아남은 아이로서 주목받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
구글링을 통해 찾은 The 30-Day Harry Potter Challenge의 여러 버전들을 짜깁기하고 덧붙인 50문 50답 입니다! :) 하고 싶은 질문들이 꽤 많아서 이것저것 질문을 붙이고 자르고 하다보니 The 50-Day HP Challenge가 만들어졌네요! 하루에 하나씩 답하기!가 목표입니다. 물론 매일 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찬찬히 해나가려구요~ (Favorite/Least Favorite은 답변하면서 계속 나올 거 같은데, 질문은 그냥 위 두개 말고는 Favorite로만 통일했어요.)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 함께 해보아요 XD ! Day 01 - Favorite Book/Movie in the Series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영화) Day 0..
1. 한 학기가 끝났다. 당차게 전공 네 과목과 교양 두 과목의 18학점으로 시작했던 다섯번째 학기의 시간표는 마치고 나니 전공 두 과목과 타과 전공 한 과목, 교양 한 과목이라는 11학점으로 훌쩍 줄어들어 버렸다. 그 사이의 간격에, 무언가 많은 것을 빼앗긴 것도 같아 기분이 어쩐지 미묘했다. 듣고 싶어했던 한 교양수업의 선생님께서 이번 학기부터 바뀌시는 바람에 강의주제와는 별개로 강의가 재미없었다는 이유로 OT를 듣고 나오자마자 수강취소를 했고, 매주 토론과 발제를 반복한다는 한 전공수업의 커리큘럼을 듣고 첫수업을 했던 다음 날 이 과목 역시 수강취소를 해버렸다. 그 자리에 대신 2년 째 듣고싶어했던 사진 수업을 대신 넣고, 한달을 버티다 끝내 가장 나를 (좋지 않은 의미로) 긴장되고 설레게 했던 국..
1. 여느 때처럼 화방의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던 아침이었다. 어제 저녁 막스가 급히 아침까지 준비해달라고 미리 부탁해놓았던 화구들을 내놓던 빌리는 돌연 화방 문 옆에 꽂혀 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낯선 지명과 기억에서 어렴풋하게 흔적만 남아있는 발신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엘리자베스 루이제 폰 바덴. 빌리는 그 이름을 입안에 몇 번 웅얼거려 보았지만 기억이 날 듯 말 듯 잘 떠오르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밀랍 봉인 문양과 편지봉투를 보건데 어느 귀족 집안의 부인인 것으로 보였지만, 도시 구석에서 화방이나 하고 있는 그가 그런 높으신 분을 알 리가 없었다. 가끔 지방 유산층의 의뢰를 받아서 초상화를 그리러 간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이들은 편지라는 고상하고 낡은 방법을 쓰기보다..
작년 이맘때쯤 진주에서 친구가 만개한 벚꽃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온 적이 있었다. 마침 눈이 내리고 있던 그 날의 관악에서 나는 한참을 그 사진을 바라보며 웃었던 것 같다. 하긴, 이 때쯤이면 벌써 동복을 벗고 산듯한 마음으로 춘추복을 입고 싶어서 바등바등 거리고 있을 때겠구나 싶어서. (일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3월 말이면 벌써 춘추복을 입고 있었다... 참, 이년 사이에 고것도 까먹었구나.) 어제는 같은 친구가 이번에는 만개한 개나리의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벚꽃이 곧 절정에 달할 그곳은 벌써 개나리가 늦었다고 한다. 봄을 일찍 알리는 매화가 2월말부터 피기 시작하던 곳이었으니 이제 그렇게 되었겠구나 싶었다. 버스로 3시간 40분, 눈이 온다던가 명절이라 차가 막힐 땐 5시간 반도 넘게 걸리던 그 거..
처음으로 제대로 찍어본 것 같은 관악의 봄 =) 확실히 마음이 여유로우니 사진도 많이 찍게 되는 것 같다! 주요무대는 학생회관 뒤 자연대 및 자하연 근처. 학교에서 혼자 단풍놀이 했던 적은 많은데 어쩐지 꽃놀이 한 기억이 없어서 이번에는 제대로 맘잡고 카메라 들고 다녔다. 1학년 때의 봄은 봄이란 걸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땐 4월까지 눈이 내렸었고, 벚꽃이 채 빛을 내지 못했어서 시들시들해가는 모습만 기억에 남았기도 했고, 따뜻한 곳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인지 익숙하지 않은 시기에 피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맘을 못잡기도 했었고. 2월 말, 3월 초면 매화가 피고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고, 3월 말이면 벚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면 만발하고, 그 즈음 목련도 피기 시작하고,벚꽃이 지면 하얀 배꽃..
1. 나는 기본적으로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돈을 쓰는 것에도 혹은 돈을 모으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용돈을 받을 땐 받는 대로, 혹은 돈을 벌땐 버는대로, 혹은 양쪽 다 하지 않을 때는 또 그런대로 씀씀이에 큰 차이가 없는 삶을 사는 편이다. 일정 정도의 수입이 있다고 무언가 엄청 쓴다거나, 모은다거나 하지도 않고, 수입이 없다고 해서 아껴쓰거나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정기적인 용돈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중고등학교 무렵엔, 설이나 추석 때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아서 mp3도, 카메라도, 전부 직접 사기도 했고, 2박 3일 정도의 여행도 여러 번 그냥 쉽게 다녔었다. 큰 돈을 한꺼번에 쓰기 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게 있고 그 정도 감당할 돈이 있다 싶으면 고민하지 않는 타입. 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