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도, 나 모르고 있었다. 어느덧 계절은 잠자리가 날아다니게 되었다는 걸.. 매미가 쉬지도 않고 울어대는 그런 계절이 되었다는 걸.. 늘 이렇게, 잊고 지내고 있었어. 잊고 있었는데, 장마는 문득 우리에게 찾아왔고, 장마가 끝나갈 무렵, 어느새 잠자리와 매미가 찾아왔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늘 그래왔다는 듯이. 그래, 당연한 이치이고, 당연한 원리야. 그런데도 너무도 바쁘게 지나쳐 온 것들이 많아. 고속 열차를 타, 주변의 풍경들이 모두 지나가 버린 것 처럼.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시골 길을 걸어갈 때와는 다르게, 많은 것들을 그저 지나쳐 버린 것만 같은 기분.. 계절은,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당연하다는 듯 순환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왠지 뭉클했달까.. 조금만 지나면 잠자리의 숫..
익숙함 -05.04.14 시작이라는 단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곁에 남아있는 건 '익숙함'이라는 단어뿐. 웃으며 이야기하던 설레임들도, 나와 함께 해왔던 가슴 터질듯한 그 두근거림도, 조심스레 손을 내밀며 속삭이던 그 작은 희망 한조각도, 어느새 떠나가버려 남은 건 '익숙함'... 싫다.. 싫다.. 익숙함이란 건 싫다.. 시작이라는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희망도.. 모두 앗아가버리는 익숙함이 싫다. 아무리 외치고 외쳐도 두 귀를 막고 무시하는 익숙함이란 건.. 미치도록 싫다. 싫어도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 익숙함과도 친해져 이젠, '끝'이라는 게 더욱 어색해 버릴지도 모르지.. 끝은.. 시작의 동반자니까.
어느덧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잠에 들어가고 있어. 타닥 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달칵 거리는 마우스 소리밖엔 없어. 조용하고, 또 어두워서 그럴까.. 이 분위기, 오히려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져 버린다. 비오는 날 카페의 창문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느낌.. 은은한 그 향기를 맡으며, 노트북을 꺼내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어. 창문가에 와 떨어지는 비의 행진곡을 듣고 싶어. 오늘 오후에 괜히 혼자 질려버려서, 무언가 '그 무엇도 더이상 하기 싫다'는 허무함 때문에, 수업도 안 듣고 내내 창문 너머만 바라보고 있었어. 이까짓 공부따위, 가끔은 결과도 해보고 무단결석도 해보고 싶다. 그냥 모두 다 잊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불만도 없이, 그냥.. 그냥..
바보같이- 노력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바보같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바보같이... 세상은 그리 쉬운 곳이 아니란 걸 알면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다 잘 될거라고, 이룰 수 잇을 거라고, 혼자 자만하고 혼자 마음놓고 있어버렸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루고 싶은 꿈, 달려가고싶은 길은, 반드시 내가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서 해야 되는 것인데도.. 그렇게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괜찮다는 듯이 그저 남들처럼 웃고, 떠들고, 놀면서 그렇게 지내버렸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코 남과 같아서는 안된다... 는 걸 알면서도 앞으로 시간은 많다고, 해내일 수 있을거라고.. 자만하고 있었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하지 않으면 당장..
중학생이 막된 1학년 때, 기․가 시간에 선생님께서 미래에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한 글을 써 오라고 하셨을 때, 처음으로 직업에 대한 오기가 생겼었었다. 늘 학교에서 장래희망 조사에 관한 숙제가 주어지면 나는 특별히 뭔가 되고싶다- 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는 지라 아버지께서 늘 입에 달고 다니시던 ‘검사’라 적어가거나, 어머니께서 조용히 원하시던 ‘선생님’이라 적어가곤 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직업에 대한 오기랄까.. 그런 게 생겼고 한참을 고민하던 중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에 '소설가'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내가 처음으로 책이란 걸 제대로 접하게 된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를 따라 나선 도서관에서 였다. 책장 빽빽히 꽂아놓은 수많은 책들, 그리고 그 흥미로운 이야기들.. 그 날 이후, 친구와 함께 도..
가슴이 아프면.. 몸도 아프게 되는 것일까... 머리가 지끈지끈 누군가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아, 몸에서는 열이 나고, 힘이 하나도 없어. 심장이 조여와서 터질듯이 두근두근 거려.. 이렇게 아픈거.. 정말 심장이 울고있어서 그런가.. 심장이 눈물을 흘려서, 온 몸을 적시고 있어.. 마치 비를 맞은 것 처럼 젖어있어.. 아파... 아파.. 죽을 것같이 아파.. 가끔은, 어린애처럼 투정도 부리고 싶은데.. 난 더이상 어린애가 아닌걸... 이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좀 더 미래를 생각해야 해. ...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야 하는 걸.. 그래서... 더 아프다..
홀로 웅크린 작은 아이 -05.04.06 저어기서 혼자 앉아 울고있는 아이야.. 몸을 잔뜩 웅크리고서 외롭게 앉아있는 작은 아이야.. 뭐가 그렇게도 아픈 것이냐.. 이리로 오너라.. 이 따스한 가슴으로 널 안아주리라. 이 작은 눈물방울로 너를 보호하리라.. 홀로 웅크린 작은 아이야.. 미소를 지어보렴.. 자 이렇게 웃어보렴. 세상은 힘든 일만 가득한 곳이 아니란다, 작은 아이야.. 세상은 눈물만이 가득찬 곳이 아니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도 있고, 이렇게 멋지고 푸르른 하늘도 있고, 신비롭게 저 멀리서 반짝이며 웃는 별도 있단다. 작은아이야, 주위를 둘러보렴. 그렇게 혼자인 것보다 저 많은 것들과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단다. 따뜻한 미소를 가진 아주머니께서도 계시단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신 할아버지께서도..
현실이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나, 만화방이라는 카페에 존재하는 은유니라는 사람, 그리고 이렇게 나는 이 공간에 또다른 생명 하나를 탄생시켰다. 아무것도 원하는 건 없다. 단지, 나만의 공간.. 이란게 필요했을 뿐, 그래 그뿐이다. 그 무엇도 아닌, 모든 걸 담아두고 싶은 공간..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글을 쓰고 싶다. 혼자 조용히 방에 있으면서, 타닥 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집중하고 싶다. 리듬을 타듯이 음악을 창조해내고 싶다. 비밀의 정원, 이 곳에서 또다른 나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