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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제 막내 고모의 늦은 결혼식이었습니다 :-)
제가 아직 기억조차 하지 못할 무렵부터 고모의 곁에는 고모부가 계셨지만 어째서인지 식은 올리지 못하셨다고 해요. 모든 사람들에게 사정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일까 한참 늦어버린 결혼식이 되어버려서, 이미 훌쩍 커버린 아들들과, 이미 서로에게 가족으로서 편하게 받아들여진 시댁, 친정 식구들과, 지나간 세월만큼 늘어난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름이 한데 엉켜 어째서인지 목이 메여왔습니다.
같이 나이든 친구들과 활짝 웃으며, 어색하게나마 다시 처음처럼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나는 앞으로 평생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약속하는 그 모습이 행복해보였어요.
참으로 오랜만에, 아 그래서 가족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서로에게 슬프도록, 아프도록 사랑하셨을까. 두 분 모두 지금까지 지내왔던 슬픔도, 아픔도 모두 잊고 지금 현재의 그 갓 결혼한 듯한, 이제 갓 시집을 간 듯한 그런 풋풋하고 알콩달콩한 행복을 다시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만큼 조금 더 긴 행복을, 기원합니다. 당신들 모두에게.
덕분에 조부모님과 같이 사는 저는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마구마구 밀려오는 친척들에게 시달려야 했습니다. 으하하; 집은 크지 않은데 친척관계는 넓어서 꽤나 시끌벅적했어요.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풀어 놓으시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왁자지끌하게 떠들고 놀고, 저는 그 중간 쯤에서 애매하게 한두살 짜리 꼬맹이들을 돌보고, 어른들 부엌 일을 돕고 했구요. 일요일에는 고모의 들러리(?)로 서서 이것저것 챙기고 다녔다고 수고비까지 두둑하게 받아버렸습니다. 아이코, 이틀간 바이바이 했던 디카를 받으니 신혼여행이랍시고 간단히 다녀온 두분의 여행 사진이 담겨 있어서 왠지 저까지 두근두근 거렸어요. 얼른 사진관에 가서 인화를 해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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