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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By.Heart

I am not here.

은유니 2009. 11. 27. 21:28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고, 주목받고 있다는 것도 축복해 마지 않을 사실이지만 가끔 생각합니다. 저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나 그네들이고, 저의 현재에 관심이 있는 건 실은 없으려나, 하구요. 실은 저부터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겠지만:-).. 저번에 '너는 정말 대학은 별 상관이 없나 보구나.'하고 누군가 말해주셨을 때 그만 울컥하고 울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저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대적인 이득이 되는 일이겠지만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공부를 하고 싶고, 많이 배우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미래의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조금 허탈하게 느껴지는 게, 그곳을 가지 않으면 모두 실패한 인생이기라도 한 건지 왜 다들 그렇게 말을 하는지요.. 할 수 있는데 노력하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상태에 만족한다는 것이니까 스스로 만족을 느끼고 그것에 행복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일텐데 그게 그렇게까지 답답하고 한심해보이는 것일까요?
저들 말대로 저보다도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알고, 저도 궁극적으로는 '공부해서 남주기'위해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것일진데 단지 배경 하나 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평가내리고 평가받는 것일까..

나, 분명 글을 쓰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진심으로 그걸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그래서 나 스스로의 인생을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헛된 생각이란 것도 알고, 그래서 나 스스로 그걸 접었어. 하지만 꿈을 꾼다는 거 하나가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좀 더 나중에 기회만 된다면 이루고 말겠다는 작은 다짐 하나는 했어요. 그 전제는 좀 더 높은 곳에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며, 수많은 삶을 피부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많이 배우고 익혀서, 그만큼 더 많은 세상에게 내 목소리가 닿도록 그들의 목소리가 나에게 닿도록 끈을 잇고 이어서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절대 인문대학엔 보내지 않겠다 하셨고 내가 절대 경영대학에는 가기 싫다고 해버려서, 차선책으로 사회과학대, 정경대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고 나니까 사실, 목표란 게 사라져버린 거라서 결국 그것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는걸요? 12년 공부해서 하고싶지 않은 공부할 바에는 괜한 돈들여서 대학은 왜 가나, 졸업하고 나서 과연 나는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장래희망 그게 뭐지 먹는건가? 하하. 그런데 '너와 같은 애들이 지금 얼마나 목숨걸고 매달려있을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거냐'니... 현재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한테 미래의 일에 대해 야단을 치면 난 할 말이 없는 걸.. 이젠 진짜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으니까 거기에 만족하자. 거기에 찬성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가 의욕이 없는 일에 옆에서 의욕을 가지고 화를 내고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하면 나는 뭐지? ...아, 하고 싶어했던 것에조차 마음을 떼어버린 자신에게 도리어 화가 나는데, 모든 것은 수능 끝나고-가 아니라 대학에 '붙고난 이후에' 였구나.. 알아, 나는 제대로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데 이루려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성과를 달라고 울부짖고 있다는 거. 사람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는 거고,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란 것도 있고 바라기만 할 뿐 시도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거. 그리고 나는 천부적인 소질도 없고 재능도 없고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취미를 소중히 여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도. 처음 가져본 꿈이라고 끝까지 가져갈거란 우습기 그지없는 아이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조차도. 잘 알아.
카르페디엠? 다 부질없는 소리. 인간은 원래 미래지향적인 동물이야. 현재를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야. 어릴적 꿈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진작에 떠났어야지 너는 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거니? 바뀌어가는 세상에 너 혼자 바뀌지 않겠다니 그게 대체 무슨 우스운 반항이야. 그만해, 그럼 되는 거잖아.
그만할래.. 네,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게요. 그렇지만 나부터 먼저 시작하라는 이야기는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아시다시피 저는 자기주도적이지 못한 시림이라 ^ ^ 그러니까 부디 멈추어있는 저를 일으켜세우지 말아주세요. 저는 이대로 동면이나 들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깨우면 일어나 활동할테니 필요할 때는 문을 두드려주세요. 설핏 든 잠은 쉬이 달아나버릴 것입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먹으며 책을 읽다가 잠이 올 때 잠들고 늦잠자고, 겨우 일어나면 배시시 웃으며 밥을 먹고 친구와 수다 떨며 꺄르르 웃다가 하늘 보고 사진도 찍고, 돌아서서 또 하나의 기억을 종이에 담고. 수없이 꿈꿔온 그 때가, 마치 빛바랜 낙엽 한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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