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초.중.고 - 가을여행, 대나무, 소싸움 중 선택] 물감을 풀어놓은 듯 머리위로 펼쳐진 우윳빛 구름들과 손에 닿을 듯, 그렇게 땅을 보듬어 품고 있는 하늘의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늘바라기. 해바라기가 언제나 태양만을 그리워하며 그곳을 바라보듯,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러나 언제나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저 높은 하늘만을 바라보며 그리움 한 조각을 종이비행기에 띄워 보낸다. 이렇게 세상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풍경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의 추억의 손길이 내 눈을 덮는다. 추억.. 이젠 그 손길과 그림자만으로 남아 나를 지켜주는 그들에게 내 모든 것을 맡기고 어느새 눈앞엔 여덟 살 정도 되는, 머리를 곱게 두 갈래로 땋아 웃으며 뛰어노는,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어린시..
언제나 우리를 향해 그렇게 야단만 치시던.. 우리 아플때면 그렇게 항상 걱정해주시던.. 힘겹다는 이유로 울고있는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그렇게 언제나 우리들의 곁에서 항상 함께 해주시는.. 어머니..어머니.. 오늘 친구의 이모 일을 도우러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생각보다 힘든 일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고, 내 다리가 아니라는 듯 다리가 끊어질듯 아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일하고 나서 돈을 받은 뒤, 당신 생각이 날까요.. 언제나 힘드셨겠구나.. 이렇게 돈 버시느라..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돈도 다 벌고 어른이 다 되었네 하면서, 웃으시던 당신의 미소가 그렇게 슬퍼보이더군요.. 어머니.. 어머니.. 처음으로 번 돈이네, 하면서 그렇게 자랑스러운 듯 말씀하시던.. 당신의 누운 뒷모습을..
서로 상처를 주고, 마음의 벽을 쌓고 있더라도― 거짓 웃음과, 거짓 눈물과, 거짓 마음의 세상이더라도― 이 작기만한 나의 두 손으로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두 다리로는 아무리 달려도 결코 닿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세상'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아름답습니다. 상처보다는, 서로에 대한 따스한 배려와 웃음이 가득 포근하게 자리하고있는, 눈물보다는,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과, 우정으로 감싸주는.. 그런 곳이 아닐까요.. 아무리 힘겨워도, 그것으로 이겨낼 수 있는... 적어도 제 눈속의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들의 따스한 마음으로 넘쳐나는 곳 아닐까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연한 이치라는 듯이.. 그렇게 갑자기, 가을의 모습이 눈앞에 비치기 시작했다. 동화속 한장면처럼, 그림속 풍경처럼, 우유빛 구름들과 은은한 하늘.. 그 하늘속에 나뒹굴고 싶을만큼 너무도 이쁜 그 하늘과 함께, 주위엔 그들만의 색으로 점차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그와함께 떨어져가는 낙엽의 마지막 흔적들.. 그 흔적들이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 손짓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쩌면 그들 특유의 미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가만히 들여다본다. 마지막 자취를, 쓸쓸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그들의 흔적을.. 도서관 가는길에, 다른 나무들보다 너무 일찍 물들어버린 은행잎들.. 새삼 가을이라는 생각에, 노란빛이 한층더 짙어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