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것은, 우리는 왜 끝을 알면서도 부단히 달리려 애쓰는가 하는 것이다. 결과란 이미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어떻게든 노력해봤자 결국 그렇게 끝날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 불씨를 끄지 못하고 이내 불태우고 마느냐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달릴 때마다 결국은 결과지점에 일찍 다다르게 될 뿐이지 여타 다를 것이 없는데도 왜 굳이 그것을 고집하는 것일까. ― 무언가 끝없이 파고들어 열정을 토해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렇게 자신의 일에, 아니 자기 자신에 파고들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신기하다 랄까. 죽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 마음이 있다는 게 가끔, 아니 항상 부러워서 그들의 땀과 노력에 어쩔 수 없이 작아져 버린다. 위대함이라던가, 혹은 존경심이라던가, ..
저렇게 파란데 공기는 너무 차가워서, 문득 겨울옷을 꺼내입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우와, 이거 가을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거죠? 저희는 교복이 한복이고, 또 하복과 춘추복의 치마가 같아서 살갗에 닿는 바람에 견딜 수 없어서 부르르 떨어요. 다음 주부터는 동복으로 갈아입을까... 뭔가 차갑게 굳어버려서 움츠렸던 것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끝내 펼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떨어져 나가는 날개를 위해 다시 한번 힘껏 날갯짓을 해봅니다. 아버지께, '여행 가고 싶어요.' 라고 말했더니, '그럼 토요일 일요일에 잠깐 갔다 와.' 하시더군요. 일주일쯤- 떠나버리고 싶다고 했더니, 웃어버리고 마셨습니다. 음… 역시 그 소원은 한 이년 몇 개월쯤 뒤로 미루어야 하는가. 아아, 그때면 일..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주변을 바라보면 늘 이렇게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요즘 너무 해가 일찍 지다 보니, 저녁을 먹고 나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짬을 낼 때면 매번 이렇게 칠흑 속의 은은한 주황색, 하늘색, 초록색 빛들이 반짝이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디카를 집어들었다. 사진을 잘 찍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말했듯, 지금 이 순간과 이 감정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추억만들기'를 하듯이 수없이 셔터를 두드리다 보면 그 속에 함께 스며드는 걸 느껴서, 살폿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이면 족하다. 한겨울이 되면, 아마 칠흑에서 나와 다시 칠흑으로 들어가는 생활이 시작되지 않을까. 매일 아침 일곱시부터 저녁 열시경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이 되어 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