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 아이 당신은 순스에서 본 적 없는 어린아이 하나를 발견합니다. 아이는 성별을 알기 힘들만큼 작은 몸에, 입을 제외한 얼굴 전체에 가면을 쓰고 있어 생김새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말하지 않는 아이는 단지 당신을 졸졸 따라다닐 뿐입니다. 단서라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헹그럭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랄까요. 다 올에게 찾아가면 아이를 나르에게 인도하라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만 일축합니다. 이제 아이의 취급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다'들의 당부 때문에 자신의 거처로 아이를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도로 다 올에게 데려다 주던지, 가면을 벗겨 정체를 밝혀내거나 혹은 그냥 내팽겨쳐도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다만 가면이 벗겨지는 일이 있다면 당..
1. 역시나 이 시기쯤 되면 한번 아파주면서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요 ㅇ
* 주치는 차나무 사이를 무언가 흥겨운 발걸음으로 지나다니다가, 가끔씩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어 찻잎을 뚝 떼어 내어 그대로 입안에 물곤 했다. 잘그락, 쇠붙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찻잎 위를 스치며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그 사이로 길게 늘어뜨려진 헝겊 끈들이 제 날갯짓을 하며 공중에 나부끼고 있었다. 첫 별이 제 탄생의 빛 무리를 세상에 뿌릴 무렵에 시작했었던 굿이 끝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나고 주변은 어린 밤의 낮은 숨소리로 휩싸여 왔지만, 주치는 아직 입고 있는 호익을 벗지 않은 상태였다. 소맷부리에 달려 있는 장신구들이 제법 무거울 법도 한데 주치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녀가 다시 잎 하나를 떼어 물고는 우려내지 않은 찻잎의 씁쓸한 향기와 입 안의 푸른 빛깔을 온 몸으로 흡수할 듯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