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곧바로 직시하는 것은 눈과 마찬가지로 렌즈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쩌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보는 해질녘 노을이 너무나 눈부셔서 잠시 멈추어 찰칵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 누구와 함께 길을 걸었고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고 하는 것들이 잠시 사진에 담기고, 문득 돌아보았을 때 빛바랜 사진처럼 보얗게 서려있는 추억이란 녀석이 남아 있었다. 어디를 향하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오래 남는 것이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라 살폿 웃었다. 그래, 예전에 친구와 둘이서 문득 여행을 떠났을 때 장소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함께한다는 추억만이 사진의 매체를 통해 남겨지는 법이었으니까.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1. 가장 재미있는 만우절을 보냈습니다... 밤늦게 불러냈는데도 장난인 줄 모르고 털레털레 나와주셨던 인행오빠, 재준오빠 제가 밥 사드릴게요(..) 순수하지 않은 10 새내기라서 죄송..ㅋㅋㅋ 그리고 아프다고 이것저것 챙겨준 윤섬오빠에겐 꼭꼭 보은을 ㅠㅠ! 새내기에게 4월은 보은의 달입니다. 2. 한달이 지나고 나니까 아무래도 과목에 대한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종문은 뭔가 생각했던 것보다 종교에 대해 깊게 들어가지 않고 겉만 훑는 느낌이라서 이런게 교양이구나 싶게 훌렁훌렁하고 핀트가 어긋나 있다라던지... 복사이는 정말 전탐 치고는 널널하다 못해 여유로운 과목이었구나 하는 거라던지... 정원은 수업에 적응해가고 이제 토론방식도 괜찮지만 여전히 리딩에 쩔어 지낸다던지, 그리고 슬슬 리딩..
너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니-? ― 한 번을 의심하기에 앞서서 적어도 믿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를 대하는 그 사람을 믿고 싶고, 또한 그러한 믿음을 가지는 나 자신을 믿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났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연이었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고 아련한 흔적으로 남길 바라는 것은 모두가 당연히 생각하는 바일테니까요. 그러니까 좀 더 진심을 다해서, 열정을 다해서 그 누군가를 대하지 않았던 자신의 그러한 사소한 행위들을 가끔 질타하고 자주 후회하고 또 때로는 비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 번 믿음을 주기에 앞서서 한 번의 의심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스스로 상처받고, 자주 외롭다고 ..
1. 고등학교 때 부터 그랬지만, 진짜 대학 오니까 하루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아요. 강의 몇 시간 듣고 리딩 좀 하다가 넷온에서 이야기 좀 하다보면 하루가 지나가고ㅡㅠ.. 벌써 3월도 중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는게 혼자 놀라워서 달력 보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학기 초라서 반 일정도 이래저래 많아서 저녁 때도 쉴 시간 없이 후다닥 지나가네요, 끄아(...) 2.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했었던 정치학원론(..) 120명으로 학생 수가 줄고, 또 지난 시간에 드랍을 제출하는 사람들도 몇 있었긴 했지만 여전히 난해한 수업입니다. 내가 홉스의 리바이어던(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 책)을 원문으로 읽을 줄은 몰랐죠.. 내가 흄의 사상(윤리시간에 공감, 공리주의의 모태 등등에 ..
3월 10일, 봄이 가까이 왔어야 할 겨울의 끝자락에. 관악의 3월은 봄이 아니라 겨울인가 봅니다 :-) ― 기숙사에서 사범대 쪽 건물로 가는 길에 찍었습니다. 사진에 학교 건물이 하나도 잡히지 않은 것은 사범대가 기숙사에서 제일 가까운 덕분에 다른 길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갔기 때문이에요. 중앙도서관을 지나 본부 행정동을 지나고 나면 보다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보다 더 큰 것은 정문에서부터 후문 쪽 기숙사 까지의 그 무서운 경사를 지나고 싶지 않았다는 것입니다..ㅋㅋㅋ 이렇게 찍고 보니까 대학이 아니라 그냥 어느 산 중턱의 산책로처럼 보이네요.. 네, 저희 학교 관악산의 언저리에 자리한 산동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