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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Give me some sunshine

은유니 2011. 9. 20. 03:22


Give me some sunshine (요건 Full ver.)

요즘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고 일상처럼 듣고 있는 노래. 3 idiots를 본 건 작년 늦가을이었는데 이 노래가 문득 떠오른 건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였다. 입안에 오물오물 맴도는 노래를 내뱉고 나니 나에게 햇볕을 달라는 무언가의 소망이 툭 하고 떨어져 나왔다. 나에게 햇살을 주세요. 나에게 비를 내려주세요.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주세요... 단 한 순간 만이라도 삶이란 것을 살게 해주세요..



이전부터, 무언가 계속 미적지근한 기분이었다. 사실 교지가 나오고 난 다음에 계속 펼쳐보기도 했었고, 활자와 컴퓨터 상으로만 접하다가 그것이 지면으로 등장한 것에 대한 놀라움이나 감격 등에 젖어 있곤 했었는데, 정작 내 글은 쉽게 읽어 내려가지 못 했었다. 그렇게 수많이 봤던 글이었고, 그래도 나름대로는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했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무언가 계속 불편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조금 제대로 된 표현을 찾은 것 같았다.

그 글엔 내가 없었다.

그래, 분명 나의 고민이나 문제의식에서 시작했고, 많이 공부하고, 많이 찾아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분명한 내 문체로 적어내려간 글이었는데, 정작 그 글에는 내가 없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그 이야기들, 그 모든 것들을 그냥 잘 정제해 놓았다는, 딱 그 정도.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나, 더 이야기해야 했었던 것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리고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무언가가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담아내지 못한 것, 해결하지 못한 것, 적어내려가지 못한 것. 그게 생각해보니 나, 였던 거였다. 불편했던 이유가 거기 있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고 나니 오히려 다시 교지를 펼쳐보는 것이 편해졌다. 알아차리고 나니까 오히려 조금 마음이 덜어진 기분이라고 하면 우스우려나 ㅎㅎ

아무튼 - 다음 목요일은 진짜 마지막 교지회의가 있다. 수습지원서를 보낸 게 1월 9일이었으니까, 진짜 활동한 시간은 그보다는 짧았겠지만 길고 길었던 나의 한 학기가 이제서야 진짜 끝나는 기분이다. 아쉽고, 먹먹하고, 온전하지 못한 듯한 기분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후련히 그곳에 두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시 다음을 시작해야 할테다. 숨 죽은 듯한 방안에 시계바늘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던 그 공허함을 버리고, 그곳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자. 낡은 시계 태엽 소리가 멈추면, 그대로 스러져 버릴 것들이.. : ) 응, 네, 다시 일어나 움직이겠습니다. 조만간..



아무튼 요지는 이렇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오늘 수업은 20분이나 지각했고, 과제는 밀리다 못해 이젠 나도 모르겠다 싶은 기분이고, 어쩐지 내일 수업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들을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거니까요. 이따금 이렇게 넘어질 때도 있는 거고, 운수가 좋지 않아서 일진이 걱정될 때도 있는 거고, 다시 시계바늘이 멈추어 선 질식할 것 같은 순간에 빠질 때도 있는 거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간 시간들이 모두 모여서 이곳에 저를 이끌어왔듯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안해요. 걱정말아요. 이따금 보고싶지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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