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빠, 미안해요 ... 나도 내가 감당이 안돼. 어이없고 짜증나고 화가나서 미쳐버린 걸지도 몰라. 헛된 것에 목숨걸고 그 목숨을 잃어버렸어. 안녕, 친구들. 죽어버린 마음을 전해주지 못해 미안해. 잃어버린 것을 찾아 떠나려고 해. 음악이 아니면 치유되지 않아, 왜그럴까? 노래라도 듣고 있지 않으면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어. 계속해서 westlife의 목소리를 듣고, 계속해서 피아노의 건반소리를 듣고, 바이올린의 현을 듣고, 그러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겁없는 나의 질주는 이미 끝나버린 것만 같고, 그러나 끝나지 않는 나의 마음 때문에 썩어가고 있어. 잊어버리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다시 되찾기엔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 엄마 아빠 미안해요 . 당신의 기대에 맞는 사람..
세상의 중심에서. 그리고 그 끝에 서서. ― 사소한 행복에 겨워 웃고, 작은 마음에도 상처받고 눈물을 흘리고. 아아, 그래. 결국 작디 작은 존재일 뿐인 나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었구나 싶을만큼, 울고 웃고, 다시 울고 다시 웃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또 웃고 .. 그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 작은 마음도 추스리지 못하는데, 어찌 알겠어요. 네, 어쩌면 그런것일지도 모르죠. 그것만큼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죠. 알고 있는 만큼, '무지'에 대한 간절함만 커져가고 있는데. 사실은 그래요. 네.. 사실은, 당신의 그 말이 옳은 것일지도 모르죠. 아니, 당신이 옳아요. ― 우리의 세상은 넓고, 나의 세상은 좁아. 이 좁은 세상에서, 나는 사소한 행복에 겨워 웃고, 작은 마음에도 상처받아 눈물..
[Sol y Luna - 5화. Secreta(세크레타)] by.유니 풀잎 하나를 입에 물고서 언 듯 푸른빛이 어른거리는 청회색 머리의 남자가 투명한 하늘아래에 잠이 들어 있었다. 나즈막이 내쉬는 그의 숨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던 풀잎은 그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써 한 시간 남짓 하고 있던 차였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그의 청회색 머리카락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흩날렸다. 그 바람의 손짓에 그의 입에서 머물던 풀잎은 결국 바람의 자락에 얹혀 날아가더니 지붕 맡에 내려앉았다. “…늦는데.” 어린 바람의 장난에 잠이 깬 것인지 그가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공중에 나부끼게 하던 바람의 행동에 귀찮다는 듯 그는 손을 올려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눈을 뜨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