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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Secreta(세크레타)

은유니 2007. 4. 1. 23:16

[Sol y Luna - 5화. Secreta(세크레타)]

by.유니




풀잎 하나를 입에 물고서 언 듯 푸른빛이 어른거리는 청회색 머리의 남자가 투명한 하늘아래에 잠이 들어 있었다. 나즈막이 내쉬는 그의 숨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던 풀잎은 그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써 한 시간 남짓 하고 있던 차였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그의 청회색 머리카락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흩날렸다. 그 바람의 손짓에 그의 입에서 머물던 풀잎은 결국 바람의 자락에 얹혀 날아가더니 지붕 맡에 내려앉았다.

“…늦는데.”

어린 바람의 장난에 잠이 깬 것인지 그가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공중에 나부끼게 하던 바람의 행동에 귀찮다는 듯 그는 손을 올려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한가한 낮의 여유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던 그는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뜨고 반쯤 일어나 앉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늘한 겨울의 바람만이 주위의 공기를 가득 메운 채, 이제 머리를 들이미는가 하고 그가 멍하니 생각했던 태양의 모습은 어느새 그의 머리 꼭대기에서 바람과 함께 그의 ‘한가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겨울 하늘의 그것을 닮은 깊으면서도 투명한 푸른 회색빛 눈동자는 그렇게 잠시 반짝이며 빛을 내더니 이내 스르르 잠겨왔다.

그가 다시 입속으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심으로 귀찮다는 듯한, 짜증어린 목소리가 주위 공기를 들썩였다.

“루시엔 녀석, 어딜 간 거야!”

자신이 ‘귀찮으니까 여기 달라붙어 있지 말고 산으로 가서 허브나 따와’ 라고 시켰다는 건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까. 이칼리프는 ‘오기만 해봐라, 이 녀석’ 이라고 속으로 또 다른 계획을 다지더니 이내 다시 누워서 잠이 들어버렸다.


“…다 말해버리겠어!”

자그마한 그 몸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는가 싶을 만큼 세사르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쌕쌕 하고 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에 루시엔은 저도 모르게 ‘푸하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 더 화가 난 것인지 세사르는 ‘흥!’ 하고 휙 돌아서 처음 등장했을 때와의 같은 투명한 보랏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공중에서 빛이 되어 그들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세사르의 자취인 듯한 그 보랏빛은 늘 시리아의 주위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속삭이던 은빛 정령들과 함께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은은한 달빛과 같은 빛을 내고 있었다.

시리아는 아무런 말없이 자신에게 ‘구속’ 되었다는 세사르의 빛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러다 문득 호수에 빠졌을 때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그 목소리를 다시금 떠올렸다.

‘라 아르네 니아.. 에네르드의 눈물..’

라 아르네 니아, 란 시리아 그녀를 지칭하는 말인 듯 했다. 애초에 그 목소리는 도대체 어떻게 들려온 것일까.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시리아를 조용히 바라보던 루시엔은 ‘아’ 하고 문득 자그맣게 탄성을 내뱉었다. 은빛 정령들의 빛에 둘러싸인, 물에 젖은 그녀의 모습은 왠지 인간답지 않은 묘한 미를 자아내고 있었다. 루시엔은 저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에 얼굴에 홍조를 띠더니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루시엔의 웃음에 문득 그의 존재를 깨달은 듯 시리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루시엔의 눈동자가 젖은 머리와 함께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고 그 반짝임에 시리아는 잊고 있었던 꽃 모양 쇠붙이를 떠올렸다.

“아..”

루시엔은 그녀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응? 무슨 일이야?”

“…잃어버렸어.”

“잃어버렸다니, 무엇을…”

시리아는 얼굴에 만연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루시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호수 근처 어딘가를 향해 뛰어갔다. 루시엔은 그런 시리아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자신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일까, 그녀의 얼굴엔 안타까움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으음-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응 역시 소중한 것이겠지?”

“……”

“좋아, 나랑 같이 찾아보자!”

루시엔은 태양빛 웃음을 지으며 시리아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를 향해 사파이어 빛 눈동자가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뒤섞인 망설이는 듯한 마음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루시엔은 그런 그녀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짝 쑥스러운 듯이 재차 말을 건넨다.

“나 이래 뵈도 보물찾기 같은 거 잘 한다구!”


그렇게 시작된 그들만의 ‘보물찾기’. 루시엔은 물론 여전히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발밑의 풀잎들 사이를 스윽 스윽 헤매이고 있었다.

“우리 사부님은 말야, 허구한 날 물건을 잃어버리시곤 나보고 찾아오라고 해. 그렇게 아무렇게나 던져놓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항상 쌓여있는 사부님 물건들 사이로 무언가를 찾아내거나, 알지 못하는 약초 따위를 캐오는 심부름 같은 것도 자주하곤 했어.”

조금은 투덜거리는 듯한 목소리, 사부님 앞에서는 절대 하지 못했을 이야기들. 사실 말을 했다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잘 알기에 그저 입속으로만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불평을 털어놓을 다른 상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열심히 풀밭을 헤치는 루시엔에 비해, 오히려 시리아는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풀 속을 스치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쉽게 입을 열지 않은 채 그저 루시엔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내가 그런 걸 잘 알 리가 없다는 것쯤은 사부님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도, 항상 그런다니깐. 사부님이야 대륙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고, 그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겠지만, 난 여기 근처를 벗어나 본적도 없는데 말이야.”

“……”

손끝을 스치는 풀잎의 감촉이 좋았다.

“조금이라도 가르쳐 준다던가, 아니면 힌트 정도라도 주면 될 텐데, 책 한권 툭 던져놓고는 구해오라고 해. 그것도 검사로서의 기본 자질이라나.”

이쯤 하는 걸 보니 어쩌면 그동안 쌓인 게 꽤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말없는 그녀를 향한 농담을 하는 것인지 루시엔의 말 여기저기엔 장난어린 말투가 조금씩 섞여있었다.

“어제도 늦게 왔다는 이유만으로 결국 특별훈련 코스를 거쳐야 했는데, 그렇게 고생시켜 놓고는 오늘도 옆에 있으면 성가시다고 산에 가서 허브나 따오라고 하는 거 있지.”

“…아,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시리아를 만난 뒤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

루시엔은 제 혼자 머리를 긁적이며 피식 웃었다.

이제 겨우 시리아와의 두 번째 만남이건만은, 왠지 그녀와 함께 있으면 다른 그 무언가 들은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채 문의 건너편에서 마냥 그녀와 있으려고만 하게 된다. 그 강력한 끌림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웃음을 잃은 듯 냉기 어린- 그러나 쓸쓸하기만 한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다가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그녀의 웃음을 보고 싶어.’

“…와줄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소년의 귓속으로 자그마한 목소리가 찾아왔다.

“으응?”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 반문하는 목소리.

“허브… 내가 도와줄게.”

좀 더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소녀의 볼엔 자그마한 홍조가 보였던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소년은, 루시엔은 단지 그 말 한마디에 머릿속을 맴돌던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얼굴 가득 하얀 미소를 띠우며, 생각했다.

‘아아, 어쩌면 인연이란 것일지도 몰라.’

그렇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루시엔은 가만히 시리아의 그 반짝이는 투명한 은백색 머리를, 그 너머의 소녀의 마음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아무런 말이 없자, 도리어 시리아가 고개를 들어 그의 눈동자를 찾는다. 서로를 향하던 두 눈이 마주치자 태양의 금안이 환하게 빛났다. 그 어느 누구 하나 발견해주지 않았던 그녀의 달빛의 벽안 속에 숨겨진 그 무언가를, 어쩌면 발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도와주는 거야!”

루시엔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멈추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시엔은 그녀가 바로 호수 자락을 떠나 허브를 찾으러 가려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자, 잠깐만- 지금 바로 가자는 거였어?”

“……”

“시리아, 잠깐! 네가 찾던 물건은 어떻게 하고?”

이미 조금 멀어진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괜찮아, 이미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니, 루시엔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릴 듯이 멍하니 있다가 시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어버리자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얏!”

채 몇 걸음을 걷기도 전에 루시엔은 발밑을 통해 전해져오는 따끔 하는 느낌에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렸다. 무엇이 걸렸기에, 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발밑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시, 시리아! 같이 가!”

마치 강아지처럼 그녀를 향해 뛰어가는 그의 손안에는 태양의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금속 물체가 쥐어져 있었다.


“음, 그러니까 이게 여명 초(Dawn Herb) 라는 거구나.”

세상이 밝아올 무렵에 일출하는 하늘의 빛깔과 닮은 꽃을 피운다는 여명 초는 그 꽃과 잎, 심지어는 허브의 뿌리 까지도 어느 것 하나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이 근방에서 제일 구하기 쉬운 허브들 중 하나였다. 이미 아침이 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여명초의 꽃을 보는 행운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거의 매일 새벽녘에 나와 혼자 수련을 하곤 하던 루시엔은 여명초의 근처에 떨어져있는, 빛을 잃은 꽃잎의 본래 모습을 꽤 여러 번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명 초는 새벽이 지나갈 무렵에 꽃이 져버리기 때문에, 그 꽃잎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고 한다. 여명 초는, 꽃잎은 다려서 약용으로 사용하고, 그 잎은 그늘에서 말린 후 향신료로 사용된다. 사부님이 식사를 준비하는 루시엔을 보고 가끔씩 툭 던졌던 말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여명초의 잎은 향이 좋아서 향신료로 쓰는 가장 흔한 허브야.”

…사부님의 지식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긴 있나보다.

“사실은 약초 학 전문가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

“아, 아무것도 아냐.”

이곳엔 허브들이 자라기에 좋은 것인지, 여기저기에 향 허브의 냄새가 물신 풍겨왔다. 향기에 취할 듯 그렇게 마음껏 허브의 내음을 들이마셨다. 루시엔이 책 속에서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사부님이 그렇게 열변을 토하며 강조(혹은 캐올 것을 강요)했던 약초들을 실제로 보자 또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순수하게 ‘자연’ 이라는 것에 대해 감탄하는 루시엔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실버레인(Silver Rain)….”

“실버레인?”

그녀가 실버레인이라 지칭한 허브의 꽃은 흡사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이은 듯이 투명한 은빛을 내고 있었다.

“시리아를 닮은 허브네..”

“…날 닮아?”

무심코 중얼거린 말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졌던가. 시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음, 그러니까, 허브의 꽃잎이 은빛을 내고 있어서 시리아를 닮았다고 생각했어.”

“…실버레인의 꽃은 말려서 차를 만들어.”

그들은 그렇게 겨울 속의 푸르름을 거닐었다. 시리아가 문득 멈추어 조그맣게 손을 내밀며 허브를 가리켜 설명을 하면, 루시엔은 몸을 숙여 허브의 잎을 따고, 가끔 꽃잎도 몇 장 조심스럽게 땄다. 루시엔의 주머니엔 어느새 허브 잎들이 가득했다.

마냥 그렇게 숲속을, 그 고요한 풍경 속에 스며들듯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함께 걷는 도중에 루시엔은 계속해서 손을 허브가 있는 반대편의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뺐다 했다. 주머니 속에서 루시엔이 달자락 호수를 떠나기 전에 발견한 그 금속 물체가 루시엔의 손안에서 잘그락 하고 움직였다. 계속해서 의식하고 있었다. 꽃 모양의 쇠붙이. 시리아가 찾고 있었던 것은 분명 이것이었을 것이다. 분명 자신의 물건이 아니었음에도, 분명 시리아가 찾고 있던 물건임에 틀림없음에도, 왠지 그냥 시리아에게 건네기가 싫다는 느낌. 그런 자신의 감정에 당황했지만, 당황하면서도 쉽게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자그만 비밀처럼, 간직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들이 거니는 거리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살갗에 닿는 느낌이 겨울답게 꽤나 시렸다.  루시엔은 저도 모르게 몸을 으스스 떨었다. 젖은 옷이 다 마르질 않아 바람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추워?”

몸을 으스스 떠는 루시엔을 보는 시리아의 눈길에 미안한 듯한 감정이 걸렸다. 정령의 도움 인걸까, 그녀의 옷은 이미 말라 있었다. 시리아의 눈길을 느낀 듯 루시엔은 주머니 속에서 손을 뺀 채 으쓱하며 말했다.

“아냐 괜찮은걸, 이쯤이야.”

여전히 시리아의 눈에 걸린 감정이 풀리지 않는다. 루시엔은 오히려 자신이 당황한 듯 재차 말했다.

“으엑, 정말 괜찮다니까… 푸에취.”

괜찮다더니 이윽고 나오는 기침소리. 겨울에 온몸이 흠뻑 젖어서 돌아다녔으니, 감기에 걸릴 만도 하지. 루시엔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집에 갈래?”

조그맣게, 시리아가 말했다.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루시엔이 반문했다.

“시리아의 집?”

시리아는 루시엔의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곧 이니까.”

“음, 그러니까… 가도 되는 거야?”

“안 될 것도 없잖아?”

“음, 그런 건 아니지만….”

루시엔은 난처하다는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오늘도 사부님에게 야단맞을 것 같지만. 역시 이렇게 있다간 감기가 더 심해질 것 같으니까…잠시 몸 좀 녹이다 갈게, 그럼!”

루시엔의 대답에 시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아’ 하며 문득 생각났다는 듯, 조심스레 루시엔에게 물었다.

“카레… 싫어해?”

오늘의 점심은 카레로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루시엔은 환한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다.

“아니, 무지 좋아해 !”






백만년은 늦은 듯한 솔루나 5편 (..)
아하핫 ;ㅂ; 죄송해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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