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대개 보통 사람들보다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이나, 자신을 이루고 구성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쓸데없고 진지하게, 때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하는 편이었다. 가족의 문제가 그랬고, 국가나 민족, 지역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고, 끝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으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쩐지 가족과의 관계에서조차 아니 오히려 '가족'이라는 그 미묘한 사회제도였기 때문에 이따금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애정과 증오와 이해와 거리감을 동시에 느끼며 나 자신의 위치내리기를 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어려운 문제였다. 도망치고 싶었..
1. 본디 하고 싶었던 이야기 2. 해야 하는 일 3. 도망쳐온 것과 마주보기
괜찮지 않아.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싫어하고 때론 증오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었던 믿고 있던 그 사람이 행했다던 그 행동과, 그 속에서 견디어 왔을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시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행복이었던 그 삶들이 더 이상 당신에겐 행복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래도 역시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이 내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나 없고 당신 없는 그 삶이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그 가능성과 그럼에도 삶이 지속되리라는 그 쓰라림이, 뒤섞이고 뒤섞여서, 결국 나는 그 누구도 미워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또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생각이 멈추지 못하는데 입안과 몸은 굳어서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일으킬 수 없었다. 여전히 그건 내게 무섭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