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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는 집은 너무도 좋지만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어서 사실 지금 좀 많이 아픕니다.
건강하셔야 해요, 뭐라도 꼬박꼬박 챙겨 드시구요, 손녀 왔어요, 조금만 웃어 보세요.. 말하려고 해도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고 그냥 목에서 턱턱 막혀 왔어요... 설마 아니겠지, 에이 아닐거야. 괜찮으실거야. 잘 지내시겠지. 오빠 군대 갔다와서 졸업하고,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다 같이 외식하는 그 날까지 계속 곁에 있어주실거야... 그런데 왜 저렇게 야위셨을까, 왜 아무것도 드시질 못하실까, 대체 얼마나 아프신 걸까..
설마. 당신은 왜 그의 제일 가까운 사람부터 데려가시려는지... 제발, 조금만 머물게 해주면 안 되나요. 조금만 그 곁에 남겨주시면 안될까요. 이제 조금 진심으로 웃는구나 싶었는데, 이제야 조금 안심할 수 있구나 싶었는데. 왜 다시 억지 웃음을, 소리 없는 울음을,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아픔을..
저는 그 앞에서 얼마나 죄스러운 존재인지... 제발, 조금만 더 웃어주세요.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주세요. 조금만 더.. 밥도 많이 드시고 그래야 할텐데...
―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조금은 감정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친구랑 웃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그래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까요? ...제가 조금만 더 자랑스럽고 힘이 되어주는 존재였다면 좋을텐데. 제가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하고 재잘재잘 말도 잘 하는 아이였다면 좋을텐데. 그래서 곁에서 조금이라도 기운이 되고 웃음을 주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바람만 계속 늘어나서,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
떠나버린 사람의 행복을, 아무런 조건 없이 빌어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 행복에 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까지는 얼마나 더 긴 세월이 지나야 할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깨달아버린 그 한마디가.
제가 다시 당신에게 그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까요. 아프다고, 지금 많이 아프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해야 할까요, 아니면 행복을 빌어주며 다시 밝게 꾸민 목소리로 당신께 고해야 할까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그토록 싫어했으면서도 끝끝내 웃음 한조각을 바랄 수밖에 없는 건 당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당신의 가지고 있으면서 뱉어내지 못하는 그 감정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여전히 당신을 존경하기 때문이 아닐까...
―
이렇게도 달아오르는 여름 밤, 또 다시 저는 누군가를 잃어야만 하는 것인지... 다시 8년 전의 그 때처럼 환호와 열기로 가득한 여름 속에서 홀로 동떨어져 식어가는 마음을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인지..
내일이면 다시 저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남아있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다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이 바라는 일일까요.
아,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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