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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제목 없음..

은유니 2005. 8. 4. 16:40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는 터라 눈물이 매마른 줄 알았어.
그냥 평범하게 다들 그렇게 사는듯이 그런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나도모르는 사이에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어.
어느새 가슴이 너무 꽉 차서 더이상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차 버렸어.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거야.
이제서야 그랬었구나, 하고 알게 된거야.


사실은 이 작은 가슴속에서 서로 공간을 차지하려고 내 심장을 찢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즐겁다는 듯, 괜찮다는 듯 지내고 있었던 거야.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지내다가, 심장이 찢이겨지는 소리를 오늘에서야 들었어.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산에 운동갔다와서 잠이 들었거든.
그렇게 한참을 자고나서 일어난 뒤부터 갑자기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
온 몸에 힘이 없고, 머리는 욱신욱신. 팔은 찢겨나갈 것 같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냥 멍하니 창문만 바라볼 뿐이었거든.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4년정도 살고계시던 섬에서 이사오셨는데,
그렇게 다시 같이 살게되면 예전 같아서 꽤 즐거울 거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야.
순간 갑자기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튀어나와 버렸어.
너무 자리가 좁아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그 무언가가 툭 하고 터져서 솟아올라 오더라.

그냥 문득 보니까 방에서 혼자 울고있었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아니 생각안하고 싶어.
아주 어릴 때 꼬맹이들 소리내어 울듯이 나 그렇게 울고 있었어.
그전까지 방에서 혼자 문잠그고 소리없이 운 적은 많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누군가가 죽었을 때 오열하듯이 그렇게 울어본 적은 처음이야. 정말 많이 울었어.

내 방에 옷장을 하나 들여놔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그 많은 것들을 정리하면서,
쓰레기, 책, 여러가지 각각의 추억이 담긴 그 모든것들을 다 치우고 버리면서 울었어.
별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
정리하고 난 뒤의 썰렁함 같은 것도 없었어.
단지 무언가 쌓여있었던 것이 터져버려서 혼자서 그렇게 눈물흘리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렇게 다 버려버리고, 또 다 던져버렸어.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한참을 울고나서,
화장실에 틀어박혀 세수를 하고, 또 하면서 울음의 흔적을 지웠지.
그냥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 보여주는 게 싫고, 바보같은 나 자신이 싫어서..

친구들과 배드민턴 치자고 했던것도 바쁘다는 핑계로 취소해 버리고,
가족들에게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모든 걸 정리해 버렸다.



... 그냥 오늘은 그래,
죄송합니다, 다들.. 오히려 더 미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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