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Works:/Etugen

바람-.

은유니 2008. 9. 20. 15:07
우리들은 항상 바람과 같이 살아가는 거란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엔 그것에 대한 자부심과, 또한 흘러가듯 붙잡지 못한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진득하게 묻어나왔다. 바람같이, 그 바람에 기대어 살아가다, 그는 이내 바람 속으로 사그라져 자그마한 빛 무리로 응어리져 조각조각 여기저기에 뿌려진 채 사라졌다. 그 흩어진 조각을 하나 가슴에 끌어안고서 나는 손에 닿을 듯한 그 거리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줄곧 살아왔다. 이렇듯 온 세상에 가득 그가 흩뿌리고 간 바람의 잔해들이 보일 때면, 그 광활함에 두 발 딛은 땅이 되었다가, 그 작은 모래알이 되었다가, 어느새 깊숙하게 내려가 모두에게서 동떨어진 먼지 한 톨이 되었고, 다시 도리어 두 팔 벌린 공기를 안고 있다가, 그 광야 자체가 되었고, 어느 순간 나는 우주가 되곤 했다. 먼데 나무 이파리 위에 올라와 앉은 바람과 같은 나를 이 우주 속에서 끌어안곤 하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의 이면에 서서 그저 망연히 그를 잊고, 나를 잊고, 맡에서 불어오는 아련함이 코끝에 매일 때까지 바라보곤 하는 것이다. 바람과 같이 살아간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꽉 잡은 손 사이로 과거의 시간이 흘러들어와 울음을 맺혔다가 다시 하느적 먼데 나무 이파리 위로 올라가 지상으로 둑둑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는 모래알과 섞여, 먼지와 섞여 어느덧 지금과 혼합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그 남겨진 무게감은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겨울날 흐드러지게 꽃피우는 세상의 싹만을 남긴 채, 저렇듯 내려다보는 그들의 품으로 다가가 앉아 있는 거야. 그가 내뱉은 숨이 폐 안에 가득 차 가슴이 답답하게 미어졌다. 그러면 당신은 그렇게 바람이 되기로 한 것인가요. 내보내지 못한 말만이 그 폐 안에서 맴돌고 맴돌다가 이내 그 숨 속에 녹아들어 쓰라리게 지워져 갔다. 사그르 부서지어 털리는 지상의 손만이 눈 안에 가득 남아 있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디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가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Works: > Etug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Mission 1: 빛바랜  (0) 2008.10.07
상현님 선착.  (0) 2008.09.13
Mission 0:바라기  (2) 2008.09.07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