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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Etugen

상현님 선착.

은유니 2008. 9. 13. 20:58
*강아지풀, 흥얼거림, 파란 하늘




마치 손을 마주 잡으려는 듯 작은 언덕 위에 금홍빛 태양의 손길이 나즈막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손길을 스치는 가득 투명한 바람이 파란 하늘 위로 지나가며 장난을 부렸다. 그 투명함마저도 금홍빛으로 채색되어 빛나는 듯 온누리가 눈이 부셨다. 바람을 타고, 주변에 흐드러지게 갓 피어오르는 낮은 풀들이 서로 부등켜 앉고서 허리를 숙였다 펴고, 곡예를 부리 듯 강아지풀 하나가 소녀의 입술에 물려 춤을 추고 있었다. 하시르 옌은 사실 그 소녀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 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그것들이 풍기는 향기에 취해, 눈부시게 환한 그것의 마음에 끌려 이곳으로 왔고, 자신의 콧속으로 들어와 가슴과 발끝, 손끝을 거쳐 머리마저 빛으로 채우는 바람의 숨결을 느끼며 그 느낌 그대로 나무를 감싸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잠시 동떨어진 듯 자신의 시계에만 온 신경을 다 부리고 있던 그는, 룬이 뭔가 불만스러운 듯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짧은 연갈빛 머리를 바람에게 맡긴 소녀가 룬의 눈 앞에 강아지풀을 왔다 갔다 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룬은 그 강아지풀에 두 눈을 집중하며 잡고 말겠다는 듯이 강아지풀의 움직임을 따라 앞발을 왔다갔다 거렸고, 결국 소녀의 장난에 토라져버렸다. 그렇게 룬을 놀리던 소녀는 이번에는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는 씨익 웃으며 바싹 얼굴을 룬 앞에 들이대었다. "야옹아," 소녀의 맑은 음성을 타고 강아지풀이 아래위로 팔랑거렸다. "언제쯤이면 저 아저씨가 나에게 '어머 누구세요, 이름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볼까?" 조금 부루퉁해져 있는 소녀의 말에 하시르 옌은 저도 모르게 살며시 피식 웃고 말았다. "어라, 야옹아, 저건 목석이 아니었던거야?" "니야아아" 자신에게 하는 말인줄 아는 듯이 룬이 분한 듯이 울었다. "아아, 그렇구나. 난 나무랑 하나가 되어있길래, 자신도 나무인 줄 알고 그렇게 뿌리내리고 있는 줄 알았어!" 그에 하시르 옌이 얼굴 가득 웃음을 터뜨리자, 성공했다-라는 표정으로 소녀의 짙은 밤색 눈이 완연히 태양빛을 드리우며 웃었다. 그가 이번에는 소녀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언듯 태양의 줄기가 그와 소녀의 눈에 드리웠다. "이름이 무엇이니?" "안녕하세요, 주치라고 합니다, 검은 잎의 나무님! 참, 모하비에게는 제가 여기 있다는 거 비밀이에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소녀의 목소리는 되려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로 흩어져가 누군가의 귀에 닿을 것만 같았다. 그 귓속에 소녀의 목소리와 손잡은 흥얼거림도 역시 들려오겠지.






:메모장 선착이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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