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 북채에 맺혀 있는 울음이 고동의 흐름을 타고 주변으로 파도무늬를 그리며 퍼져나갔다. 지분지분 잠들어 있는 땅 속의 목소리들을 깨우는 그의 발걸음이 북채의 움직임과 함께 점차 그 자신만의 마당을 이루어내며 원을 그리고 있었다. 어슬녘, 첫 별이 제 탄생을 알리며 지상에 내리우던 빛에 맞추어 시작한 그의 춤사위는, 어느새 서남쪽으로 흐려지며 사그라지는 날 빛 속에 발갛게 물들여졌다. 주변을 휘감아 도는 그의 소매 끝에 붉은 기운이 망울지는 듯싶더니 그것은 이내 꽃을 피우며 그의 손놀림을 타고 우측으로, 다시 좌측으로 흐드러졌다. 공중에 나부끼는 꽃술은 하이얀 빛을 머금고 꿈을 꾸는 듯 연한 꽃잎 속에서 하늘거렸다. 두두둥. 소맷부리에 매달린 천 조각들이 자르륵 하고 저 스스로를 감고 도는 소리를 내..
1. 푸드득, 무언가를 떨쳐버리듯 날아오른 새의 날갯짓소리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먼동이 트는 붉은 빛을 향해 날갯소리는 점차 멀어져가더니 이내 공기를 가르며 떠나가는 그림자와 함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쉬이 사라지지 않는 무게감으로 오래간 자취를 남겼다. 적황색 지평선 위로 일렁이며 솟아오르는 기운이 더해져 지나간 긴 흔적을 발갛게 물들였다. 새벽의 짙은 내음에 깨어난 그는 발밑으로 자박자박 밟히는 그 흔적을 잠시 동안 경이로운 듯 쳐다보았다. 그가 생명의 소리를 들었던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드문드문 이전의 기억들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곤 하였으나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굽혀 발밑의 흙을 한 줌 쥐어들었다. 스르르, 손가락 사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