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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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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니 2011. 9. 15. 05:04

어쩐지 눈물이 나왔다. 가슴이 먹먹하다.


1월 9일 오후 11시 59분.

당시의 편집위원이었던 ㅇㄹ, ㅈㅂ, ㄱㄷ은 아마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날짜와 시간은 내가 교지에 수습지원서를 보냈던 메일 발송 시간이었다. 아마 마감 5분 전쯤이었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제대로 확인해 보니까 정확히 59분이었다. (아마 이때쯤엔 이미 '이 사람 지원서 문의만 하고 지원은 안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진주에서 상경한 지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무렵, 지금처럼 독서대 위에 교지를 놓아두고 화면에는 한글과, 인터넷과, 네이트온 대화창을 켜두고 고민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 학기 직전에 했던 고민을 그때 다시 반복하고 있던 거였다. 나는 언제나 글 쓰는 그대들이 좋았고, 그 속에 담기어져 있는 생각들이 좋았고, 처음으로 접한 교지라는 매체도 좋았다. 그건 아마도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스스로 소속되고 싶은 무언가였지 않나 싶었다. 컴퓨터의 추첨도, 선배들의 이끎도, 친구의 권유도 아니라 그저 제 발과 제 손으로 해보고 싶었던 무언가.

아마 겁이 났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는 것이 무언가 두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이 막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잘 해낼 수 있을까를 막연하게 무서워했던 것 같다. 때문에 걱정 반 두려움 반이었던 619호 문을 여는 것이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 그때 1분 전에라도 마음을 다잡고 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나의 지난 1학기는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눈 앞이 까마득해질 정도니까. 619호를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반가웠고, 이곳에 나를 여울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저 좋았던 한 학기였다.

달리 해본 것 없이 겨우 3학기 째에 시작한 교지였기 때문이었겠지만, 나는 교지를 하면서 덕분에 새로운 것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평소라면 생각만 하고 못 가봤을 집회도, 인권영화제도, 두리반도, 마리도, 천막투쟁본부도, 나잘난학교도, 이주인권센터도 그러했고 비상총회와 본부점거도 그랬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대들과 함께 이곳에 있었기에 가능했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부터 매일매일 보아야만 할 것 같은 친근감에 일주일만 못 봐도 어쩐지 그리워지는 그대들의 글과 생각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이따금 찾아오는 이름과 글로만 접했던 퇴임들을 만날 수 있어 늘 무언가 따뜻했다. 

음, 진짜 개인활동평가를 해보자면-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는 6월 6일의 그 날, 오염천과 총학측의 면담이 있던 월요일의 아침 아리의 전화를 받고 일어난 사건 말고는 크게 지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째서인지 편집실 문을 열면 거의 늘 ㅇㄹ가 있거나, ㅈㅂ가 있거나, ㅇㄹ와 ㅈㅂ가 함께 있었다... 이따금씩 다른 멤버가 추가되거나 교체되곤 했지만. 방학 후 7월에 들어서 다른 활동들과 교지를 병행하느라 이래저래 기획 발전도 못 시켜오고 한창 바쁠 8월 둘째주 회의를 통째로 빠져야 했던 것은 항상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미안했다. 횡성에 다녀온 다음 날 소나시스 잔다고 못 간 거, 모의유엔 회의 때문에 (어쩌면 나 때문에 열렸을) 소나시스에 끝내 가지 못했던 것도. 욕심이 많아서 이도 저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모유는 평가회의와 기획사작업이 진행되던 즈음부터 회의가 너무 많이 겹쳐서 반쯤 포기했고 지금은 거의 완전히 물러선 상태지만..)

지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기획 발전도 해왔어야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던 거 같다. (여기의 '못하다'는 can't이 아니니까 붙여써야 할 것 같다... 할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테니까.) 그냥 막연히 자치언론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획과 회의는 그 막연함 만큼이나 더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교지에 실어도 '괜찮은', 혹은 실려야 하는 글이란 무엇일까 꽤나 많이 고민했었다. 월요일 2시 이후, 목요일 11시 이후 수업이 없었던 지난 1학기 내내 급한 할 일이 있거나 시험이 닥치지 않았던 이상 그 시간은 거의 온전히 교지에 투자했으니까. 그만큼의 능률도, 그만큼의 성과도, 만족할만한 수준의 글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더 많이 생각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사실 그러지 못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해야 할 이야기도 분명히 더 있었던 것 같은데 후기 기획회의 쯤 되니까 솔직히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집회의를 하면서, 기획사 작업을 하면서도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 처음에 그렇게 고민해서 이끌어가기로 한 기획이었는데, 생각이 있어 참여하게 된 기획이었는데 그 생각의 끈과 고민을 끝까지 유지해나가지 못했지 않나 하는 쓰라림에. 그리고 이후에 '다시 찾아올게요' 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어쨌든 책은 나왔다-는게 그래서 신기하고 설레면서 동시에 긴장되기도 했다. 잘 한게 맞나, 싶어서.

그건 나의 글 뿐만 아니라 그대들의 글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도, 해줄 수 있는 진짜 비평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역시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도 여전히 한다. 내 자신의 글에도, 다른 글에도 좀 더 엄격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한 학기를 돌아보면서 든 생각은, 이제 그만 미안할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것. 그대들에게든, 다른 사람들에게든, 그리고 나 자신에게든. 그저 어려운 건 나 자신이었으니까. 가슴이 먹먹한 것도 온전히. 지금쯤 되니 살살 부끄러워 진다. 이래서 새벽에 글을 쓰면 안 되는 건데 하면서 후회해봤자..


...이쯤되니 저보다 긴 글을 쓸 사람은 없을 것 같네요 ;-) 토너 낭비 그만하겠습니다. 이따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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