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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2010년 8월 31일

은유니 2011. 9. 7. 03:00

0. 예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참 시간은 야속한 거 같아요. 버리고 가야한다고, 이제는 포기해야만 한다고 그렇게 야단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왜 이렇게 늦었냐며 기다리지 못해 저 혼자 앞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그래도 신기한 건 어느 순간에는 꼭 발 맞추어 걷고 있다는 거에요. 어째서일까, 늘 항상 뒤따라가기 바쁘다고 생각하다가도 언젠가 보면 같이 걷고 있을 때가 있거든요. 이것도 결국 마음의 문제겠지만 :-) 그래도 언젠가 느꼈던 조바심이 지금에 와 조금은 여유로 다시 되바뀐 걸 보면 다행인 거 같아요.


1.  가장 최근의 근황부터 일단 정리를 해보자면 제 이름이 담긴 첫 교지가 나왔습니다. 마음이 선덕선덕하니 떨리기도 했고, 흥분되면서 부끄럽기도 했고, 그리고 더 많이, 아쉬웠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사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싶기도 하고, 원하던 게 이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완전히 마음에 드는 글을 처음부터 쓰는 것은 불가능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 다시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허한 기분이 듭니다. 인식하는 것과,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는 법이기 때문일까. 어떻게든 책은 나왔고, 발간일에 책을 받아들었을 땐 막상 최종교정을 끝냈을 때의 시원섭섭한 마음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강하기는 했지만 더 잘 전달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은 기분이 사라지지 않네요.

사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교지를 한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었고,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는데, 별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정체성을 규정하고 거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정의내리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저를 '여울'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저도 저 자신을 여울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조금은 편해졌지만..


2. 여러가지 생각을 안고서 개강을 했습니다. 결국 복수전공은 신청하지 않았고, 지금의 마음에서는 그냥 단일전공으로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달리 무언가를 부전공하거나 복수전공하겠다는 마음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쨌든 정치외교를 더 많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기도 해요. 결국 방법론의 문제이거나, 마음가짐의 문제일 수도 있겠는데, 지난 학기내내 경제수업을 들으면서 흥미는 있지만 굳이 전공으로 삼아서 더 깊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고 내가 원했던 공부가 맞나 하는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도 해서 지금은 그냥 어렵지 않게 생각하려구요. 대신 그 이외에 경제라든가, 사회학이라든가, 인류학이라든가, 다른 전공들도 들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하지만 일단 지금은 정치외교 전공 세 개만 신청했어요. 그리고 지난 학기 때 듣지 못했던 교양들을 탐닉하고 있습니다! 1학기 내내 거의 사회대에 지박령이 되다시피 살았는데, 이번 학기에는 사범대, 공대, 농대까지 수업을 들으러 다니느라 오히려 발이 바빠졌네요. 이제껏 들었던 교양들과 달리 과제가 많은 수업들이라 여유로울 것 같지는 않아요. 대신에 더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겠지만.

그리고 이제는 진짜 리딩에 파묻혀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영관 선생님의 마수에 빠져서 또 다시 매주마다 예습과제가 주어져 버렸거든요(..) 이럴수가... 이제 슬슬 개강모드로 가동해야겠네요. 사실 1학기 때는 리딩이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 아니었던 탓에 친구들과 나눠서 하고, 좀 게을러져가지고 수업정리만 해놓곤 했는데, 이제는 정말 리딩을 하지 않으면 수업을 못 따라갈 기세라서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제 수업 놓치면 필기를 제공해줄 친구들도 별로 많지 않고.. ^_ㅜ

아, 시간표가 확정되었으니 이따 2학기 시간표도 올려야겠어요!


3. 친구가 말하기를, 많은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무언가의 열정을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많은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는 스스로를 후자에 가까운 거 같다고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어디에 속할지 쉽게 답할 수 없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최근에-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제가 꽤 의지하고 있었던 사람에게 '너 변했구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뭔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는 하지만, 그 순간 그야말로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고선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 스스로였는데 - 변화를 원했던 건 그대들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란에 빠졌던 거 같아요.

사실 달라진 건 없었는데, 어째서였을까.

전 물론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공동체주의나 타인에 대한 희생 따위의 말을 지극히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혼자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고 서울과 같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것이 곧 이기주의나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과 동등한 의미인 것은 아니었을텐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이전에는 걱정과 두려움을 먼저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설렘이나 기대에 가까운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곤 해서 스스로는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았을까요. 하하. 잘 모르겠어요. 그건 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전가하는 것일 뿐이었을까. 전자이길 바라고, 지금은 전자에 가깝다고 느꼈지만 사실 결국 후자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고, 변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 늘 항상 있는 법인데 그것이 제가 바라보는 것과 그대들이 바라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충격이었나, 봅니다.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지켜봐주세요. 이전처럼.




자명종을 하나 사야겠다. 이제 멈추어진 시계를 다시 돌릴 때가 온 것 같다.. : )

버스 밖으로 내다본 차창이 참 어두워서, 불빛없는 세상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시골에 혼자 찾아갔을 때처럼 어둠 속에 오직 나 혼자만 있는 기분이 들어 묘하다. 마치 경계없는 밤바다를 보는 듯한. 그래도 이전만큼 무섭지 않은 건, 돌아가 몸 누일 곳이 있어서라는 안정감 때문일까, 눈 감은 것같은 그곳의 모습에 익숙해서이기 때문일까 : ) 그리고 나는 다시 진주에, 다시 서울에, 다시 혼자 그리고 다시금 시작, 하겠지.

제가 바라는 건 그저 나의 그대들이 행복하기를, 그것 뿐. 각자의 자신이 어렵다 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그리고 언젠가 그 끝에서 웃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또 기원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따금 그 당연하다는 듯 이어지는 농담에 당연하지 않은 듯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로 끝내버리면 안 되는 거겠지만, 거기선 나도 웃는다. 웃어야지, 웃어라고 하는 말일테니.


미안할 여유가 있으면 행복해지는 데 쓰세요.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내가 그대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만큼 따닷하게 살지는 못했을거다. 그대만큼 세상을 아끼는 이가 있어서 고맙다.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주는 이가 있어 고맙다. 그대가 있어 얼마나 힘을 얻는지 모를테지만.. :-)



지금의 너는 그만큼 아프지않아? 그때의 너에게 위로를 건낼 수 있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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