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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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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니 2011. 3. 23. 01:25

왜 우리의 교차점은 그다지도 짧았을까.
왜 우리는 이후에 계속 평행선을 그리며 달려왔던 걸까.
언제쯤 다시 우리가 걷는 길이 만날 수 있을까.


음, 아아. 집 안에만 계속 있으면 내가 어떻게 말했는가를 잊어버릴 것 같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나고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도 선명한데 왜 내 목소리는 쉽게 잊어버릴까.
보고싶어. 잘 지내니. 요즘 많이 정신없지.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더 보고싶은가봐.
라고 하고 싶은 말들이 무진장 많은데 어째서인지 나는 눈동자만 똥글똥글 굴리고 있을 뿐.
밥 먹었어? 라고 전화를 걸어주는 아버지가 반갑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어디 아픈데는 없니? 하고 말을 건네주는 어머니가 보고싶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하고.


그대들이 경험한 것들은 초라한 나의 인생에 비해 대단하기도 하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나도 좀 더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또 나아가려는 발걸음이 망설여지기도 하고. 복잡하고 애매하고 알 수 없는 감정에 그래도 주어진 것들은 놓치지 말자는 생각. 설사 뒷걸음질 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멈추어 서있지 말고 '움직임'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조금은 앞으로 나아간 세상을 만들고자 힘쓸 것.

행동하지 않는 자에게 현재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글 쓰는 그대들이 부럽다 :-)... 오랜 습관처럼.


분명 필기를 했는데, 내 손은 움직였고 내 앞의 노트에는 필기가 남아있는데 머리 속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순간 당황해 교수님을 쳐다보니 이미 진도는 저만치 나아가 있는 상태. 졸았다거나, 멍때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분명 '살아' 있었는데 그 순간의 기억이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어이없었다. 마치 만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타임리프가 벌어진 것처럼. 졸았다면 모를까 왜 필기는 전부 되어있는 것일까. 졸지 않았다면 왜 수업을 들은 기억은 없을까. 그 상황이 사실 너무도 우스워서 친구의 필기를 복사하며 한참을 시덥잖은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미쳤나봐.

우짜노. 괘안나. 쉬어랏...

아무것도 아닌 이 말에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어졌다. 너무 오랫동안 보지 않은 녀석들이 보고 싶어졌다. 넌 쓸데없이 맨날 아프다며, 계절감기를 놓친 적 없는 나를 향해 핀잔 던지던 그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아플 예정이었던 모의고사 날 정말 아파버려서 조퇴하고 집에서 내내 누워있었던 그 날이, 방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3일을 내내 죽과 과일 정도만 먹고 지냈던 날들이 겹쳐지면서. 하지만 나는 정말 집에 가고싶었지만 쉴 수 없었고 때문에 나아지지 않는 나의 정신상태를 놓고 한참 실갱이를 벌여야만 했다.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아픈 건지는 모르겠는데, 매년 이맘때쯤 겪는 몸살이나 감기려니,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생각해도 이건 심하다 싶었다. 가방을 뒤적였지만 타이레놀이 보이지 않았다. 하긴 약은 별 효과가 없곤 했으니까, 하며 웃는다. 참아야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거야.



생각해보면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저 다가가 안길 수 있는 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가 욱신거리고 온몸이 쓰라리고 3월의 바람이 여전히 차고 봄이 오는 것이 더디게 느껴지는 까닭도 그 탓이겠지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라고 중얼거리는 말 속에 그러나 그다지 힘은 나지 않네요.
전기장판을 가져올 걸 그랬다며 후회하며, 뜨거운 바닥에 하룻밤 자고 나면 나을텐데 하면서 웃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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