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오라버님께서 군대를 가셨습니다. 이전에 오빠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에 집 안에서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이 줄어버렸고, 또 다시 오빠가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부터는 일주일에 몇 번이나 오빠와 얼굴을 마주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게 되었어요. 작년 연말쯤부터는 정말 한 달에 한 번이나, 그리고 몇 달에 한 번쯤이나 만나서 이야기하게 되다보니까 곁에 없다는 거 자체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사실 머리를 박박 깎았을 오빠도 군복을 차려입고 이제 훈련소에서 각잡고 앉아 있을 오빠도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원래 건장한 체질이 아니라서 가면 고생할 거 같지만 그래도 또 혼자 잘 적응하고 헤쳐나가는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잘 지내겠지요? 저보다 더 잘 견디고 더 잘 참는 사람이니까, 더 강하게 지낼테니까 멀리 있지만 걱정하진 않을래요.
2. 사실 걱정이 되는 건 다른 사람입니다... 억지로 밝은 척 하는 그 목소리가 사실 울음을 참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걸 숨기려는 마음도 역시 잘 알기 때문에 또 역시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합니다. 괜찮을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을 먼저 챙겨요, 흐트러지지 않도록, 스러지지 않도록... 그래도 지금까지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온 당신인데 설마 제가 목소리에 담긴 얼굴 조차 떠올리지 못할까봐.
3. 당신의 외로움과, 당신의 슬픔과, 당신의 허탈함과, 당신의 그리움들 알아. 나 역시 충분히 알고 있고 충분히 느끼고 있어서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왜 그렇게 매달리는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잖아. 당신의 감정을 나 역시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경험하라고 강요하는 건 갑갑하고 답답해서 새장에 갇혀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건 서로 나눠서 반으로 덜 수 있다는 말이 너무나 우스운 게, 어째서 그걸 나누어 받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당신은 나누어 주지만 나는 그럼 대체 누구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까. 당신에게서 받는 감정과, 또 다른 이에게서 받는 감정들로도 충분히 넘치도록 많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그걸,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당신은.
작년 이맘 때 나의 기분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미칠 거 같은 불안감을 다스리기도 어려운데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쉬지를 못해서 나는 어디를 가면 좋은지를 알지 못했어. 단 한순간만이라도, 정말이지 단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나를 놓아준다면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어. 하지만 놓질 못했어... 그래 중요한 시기였지, 시간은 나를 앞서서 달리고 있고 돌아보지 않고 그 끝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데 나만 한참 뒤쳐져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 소리쳐지지 않는 숨죽인 외침에 갖혀서 나는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누가 그래, 안에 쌓아놓지 말고 밖에 내놓으래. 하지만 내놓을 사람이 없었어. 그냥 그러고 있는게 차라리 편했어. 밀물처럼 들이닥칠 눈초리들이 싫었으니까.
나도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타입인 줄 알았다? 근데 그 때 깨달았잖아. 스트레스를 남이 주는데, 그걸 주는 사람도 자신이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멈출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거. 그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니 차라리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무덤덤해지고 무감각해져야 한다는 거. 아마 내 두통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그 맘 때였나봐. 내가 당신에게서 포기를 배웠어, 우습게도 당신은 나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그냥 다만 벗어나고 싶었어. 나라도 편해지고 싶었어. 이기주의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있기에 나도 있는 것이지만, 역으로 당신이 있어 나의 생의 받침돌이 흔들린다면 곧장 무너질 것 같은 지지대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지지대를 세울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진심으로 생각했어. 이 모든 게 무너지더라도 나만은 살아남고 싶다고.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좋다. 혼자 돈을 벌이고, 혼자 공부를 하면서 살아갈 생각까지 진지하게 했었어. 당신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 벗어났다고 생각했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자유를 되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변한 건 없더라. 휴대폰으로 연결된 세상은 끝없이 나를 옥죄여오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도 없더라. 우습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보고싶지 않다고 말하면 당신이 얼마나 슬퍼할지 알고 있지만, 그냥 나도 기운이 없어.. 가끔은, 진짜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세상에서 잠시 지내고 싶어. 일단은 나의 상황부터 정리해야 하는 거잖아, 그래야 당신의 감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건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무수히 많은 말과 언어들이 나에게 얼마나 치명적일지 나 역시도 잘 알지 못해... 한 이틀만 시간을 주라.... 나도..
4. 식어버린다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생존을 위한 방법인가 봅니다. 식어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도 존재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고 있습니다.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차라리 식어버리자고. …하지만 여전히 식어버린다는 건 무섭네요. 나는 내가 생각하는 사고와 내가 느끼는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에 무덤덤해지고 더이상 달아오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통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아직 저는 제 가치관과 제 인생관이 제대로 서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각자는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 여러가지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단지. 어떠한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에 앞서서. 일단은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습니다. 모르는 것이 많고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네요.
5. 투정하지 말 것. 내가 선택하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위에 나는 서 있으니까, 후회하지 말 것. 타인의 의지와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들지 않을 것.. 설사 이미 맞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결과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것, 스스로 저항하고 스스로 노력할 것. 최선을 다해 반항할 것... 남한테 의존하지 말 것.
견디어내지 못할 아픔을 견디자. 이겨내지 못할 싸움을 시작하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지금도 여전히 꾸자. 부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인지.
6.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부쩍부쩍 합니다. 부족한 게 역시 많아요. 하고 싶은 게 많은 만큼 더 배우고 더 익히고 시야를 넓혀야 겠습니다. 이미 많이 뒤쳐져 있다는 걸 잘 아니까. 그만두었던 책 읽기도 다시 시작하고, 단절되어있었던 연결고리를 다시금 되찾아야 겠습니다. 그들에 비해서 제가 아는 것은 너무 작고 너무 부족해서...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저 자신의 수준은 향상시켜야 하겠지요.
―
일기라고 적어내려가고 있었는데 정작 내용은 일기가 아니게 되어버렸네요. 끙, 반성하자.. 이제 털어두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벌써 학기가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아직 시험은 하나 남았구요. 여태 공부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소화가 되지 않네요, 하루만에 진도를 이렇게까지 나갈 줄은 몰랐구요(..) 어쩌면 이틀 동안 줄곧 밤을 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험은 5시에 끝나지ㅠㅠㅠㅠ... 아.. 힘내자. 처음 시작은 제가 한 것이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시길. 벗어나지 않도록 발 밑을 제대로 살필테니까요.
2. 사실 걱정이 되는 건 다른 사람입니다... 억지로 밝은 척 하는 그 목소리가 사실 울음을 참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걸 숨기려는 마음도 역시 잘 알기 때문에 또 역시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합니다. 괜찮을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을 먼저 챙겨요, 흐트러지지 않도록, 스러지지 않도록... 그래도 지금까지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온 당신인데 설마 제가 목소리에 담긴 얼굴 조차 떠올리지 못할까봐.
3. 당신의 외로움과, 당신의 슬픔과, 당신의 허탈함과, 당신의 그리움들 알아. 나 역시 충분히 알고 있고 충분히 느끼고 있어서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왜 그렇게 매달리는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잖아. 당신의 감정을 나 역시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경험하라고 강요하는 건 갑갑하고 답답해서 새장에 갇혀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건 서로 나눠서 반으로 덜 수 있다는 말이 너무나 우스운 게, 어째서 그걸 나누어 받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당신은 나누어 주지만 나는 그럼 대체 누구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까. 당신에게서 받는 감정과, 또 다른 이에게서 받는 감정들로도 충분히 넘치도록 많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그걸,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당신은.
작년 이맘 때 나의 기분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미칠 거 같은 불안감을 다스리기도 어려운데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쉬지를 못해서 나는 어디를 가면 좋은지를 알지 못했어. 단 한순간만이라도, 정말이지 단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나를 놓아준다면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어. 하지만 놓질 못했어... 그래 중요한 시기였지, 시간은 나를 앞서서 달리고 있고 돌아보지 않고 그 끝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데 나만 한참 뒤쳐져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 소리쳐지지 않는 숨죽인 외침에 갖혀서 나는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누가 그래, 안에 쌓아놓지 말고 밖에 내놓으래. 하지만 내놓을 사람이 없었어. 그냥 그러고 있는게 차라리 편했어. 밀물처럼 들이닥칠 눈초리들이 싫었으니까.
나도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타입인 줄 알았다? 근데 그 때 깨달았잖아. 스트레스를 남이 주는데, 그걸 주는 사람도 자신이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멈출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거. 그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니 차라리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무덤덤해지고 무감각해져야 한다는 거. 아마 내 두통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그 맘 때였나봐. 내가 당신에게서 포기를 배웠어, 우습게도 당신은 나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그냥 다만 벗어나고 싶었어. 나라도 편해지고 싶었어. 이기주의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있기에 나도 있는 것이지만, 역으로 당신이 있어 나의 생의 받침돌이 흔들린다면 곧장 무너질 것 같은 지지대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지지대를 세울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진심으로 생각했어. 이 모든 게 무너지더라도 나만은 살아남고 싶다고.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좋다. 혼자 돈을 벌이고, 혼자 공부를 하면서 살아갈 생각까지 진지하게 했었어. 당신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 벗어났다고 생각했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자유를 되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변한 건 없더라. 휴대폰으로 연결된 세상은 끝없이 나를 옥죄여오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도 없더라. 우습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보고싶지 않다고 말하면 당신이 얼마나 슬퍼할지 알고 있지만, 그냥 나도 기운이 없어.. 가끔은, 진짜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세상에서 잠시 지내고 싶어. 일단은 나의 상황부터 정리해야 하는 거잖아, 그래야 당신의 감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건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무수히 많은 말과 언어들이 나에게 얼마나 치명적일지 나 역시도 잘 알지 못해... 한 이틀만 시간을 주라.... 나도..
4. 식어버린다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생존을 위한 방법인가 봅니다. 식어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도 존재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고 있습니다.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차라리 식어버리자고. …하지만 여전히 식어버린다는 건 무섭네요. 나는 내가 생각하는 사고와 내가 느끼는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에 무덤덤해지고 더이상 달아오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통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아직 저는 제 가치관과 제 인생관이 제대로 서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각자는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 여러가지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단지. 어떠한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에 앞서서. 일단은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습니다. 모르는 것이 많고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네요.
5. 투정하지 말 것. 내가 선택하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 위에 나는 서 있으니까, 후회하지 말 것. 타인의 의지와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들지 않을 것.. 설사 이미 맞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결과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것, 스스로 저항하고 스스로 노력할 것. 최선을 다해 반항할 것... 남한테 의존하지 말 것.
견디어내지 못할 아픔을 견디자. 이겨내지 못할 싸움을 시작하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지금도 여전히 꾸자. 부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것인지.
6.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부쩍부쩍 합니다. 부족한 게 역시 많아요. 하고 싶은 게 많은 만큼 더 배우고 더 익히고 시야를 넓혀야 겠습니다. 이미 많이 뒤쳐져 있다는 걸 잘 아니까. 그만두었던 책 읽기도 다시 시작하고, 단절되어있었던 연결고리를 다시금 되찾아야 겠습니다. 그들에 비해서 제가 아는 것은 너무 작고 너무 부족해서...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저 자신의 수준은 향상시켜야 하겠지요.
―
일기라고 적어내려가고 있었는데 정작 내용은 일기가 아니게 되어버렸네요. 끙, 반성하자.. 이제 털어두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벌써 학기가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아직 시험은 하나 남았구요. 여태 공부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소화가 되지 않네요, 하루만에 진도를 이렇게까지 나갈 줄은 몰랐구요(..) 어쩌면 이틀 동안 줄곧 밤을 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험은 5시에 끝나지ㅠㅠㅠㅠ... 아.. 힘내자. 처음 시작은 제가 한 것이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시길. 벗어나지 않도록 발 밑을 제대로 살필테니까요.
'Yun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유...? (0) | 2010.04.29 |
---|---|
Don't worry (4) | 2010.04.16 |
Daily (0) | 2010.04.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