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Yunee:/Diary―

시덥잖은 혼잣말.

은유니 2008. 11. 9. 18:55
:날이 많이 짧아져서 이젠 다섯시 쯤엔 벌써 주위가 어두워져. 작년엔 교실이 4층이여서 맨날 창문 바라기 하면서 보충수업 마칠 때쯤 환하게 빛나는 달 쳐다보곤 했는데, 지금은 1층이니까 그 마저도 나무랑 건물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아. 다만, 창문 밖의 변해가는 빛깔을 나도 모르게 주시하고 있곤 해. 어째서일까. 낙엽이 지기 시작할 때는 도리어 몰랐는데, 이렇게 저물어가는 하루를 지켜보는 것이 무언가 응어리져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무언가를 잊지 못해서 그리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그것에 붙잡혀 놓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향불은 오직 위를 향해 올라갈 뿐, 지상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 법이건만. 그럼에도 그 향불에 자신을 담아 흘려보내는 것은 역시나 사람의 한이겠지만은. 그러나 그렇게 흘려보내지 못하는 재는 이 곳에 남는 다는 걸 왜 쉬이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일는지. 그저 탈탈 털어버리고 다시 웃어보이며 뒤돌아서면 될 것을. 왜 그다지도 힘겹게 잿더미를 두 손 가득 쓸어모으고 있는 건가. 시커멓게 묻어나오는 가슴에서 퍼낸 그 울음을 왜 다시금 담아넣으려 하고 있는 건가. 결국 모두 부질 없는 것을.

:계절은 바뀌어도 우리네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을 사는 것조차 감사하지 않는 다면 그건 제대로 살지 않는 사람이려나.

:실용학문보다 순수학문에 눈길이 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사실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냥 지금은 목표를 향한 것이 아닌, 결과를 향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 거 상관 없기도 하고. 1년 뒤에도 나는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쨌든 무덤덤하다. 모두가 거쳐간 것이라면 왜 나라고 못할 건 없잖아, 이기도 하고. 그냥 어깨 으쓱하면서 이것에 내 인생을 걸고 싶지는 않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산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 후회하지 않으려는, 그래서 정당화하려는 마음을 제대로 가져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 이후의 인생이 없는 것 처럼 다만 숨죽여 지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 단계가 끝나고 나면, 취업이니 더 큰 산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역시나 나의 삶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우리는 올바른 삶의 길이 있다고 믿어서는 안되고, 잘 산다는 것의 척도를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이, 그리하여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 그것이 나의 길이 아닐지라 하더라도 일평방미터의 작은 공간에서 소리없이 앉아 있지만은 않겠다. 미련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조금은 어색할지라도, 묻어둔 것을 다시 꺼내려 하지 않는다면 그 길은 계속해서 이어져갈 것이니까. 나는 단지 그 길을 걸어가는 존재이고, 그리하여 '끝'이랄 것이 없는 여행을 지속해야 하는 생명의 한 줄기일 뿐이니.

:지쳤다는 표정은 짓지 말 것.
:나 이외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끝내는 그저 탁탁 흙 위를 보듬고 일어설 것.

'Yun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래저래 혼란.  (0) 2008.11.15
벌써 11월이네요(..)  (0) 2008.11.01
유니야 한대만 맞자..  (0) 2008.10.17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