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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ream

은유니 2008. 8. 21. 03:30
 A Dream


연갈색 눈동자. 그것이 나의 기억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귀 기울이면 그와 함께 어렴풋이 삐-삐- 하는 기계음과 잦게 내쉬는 숨소리가 낮게 들려오고, 무언가 뜨겁게 달아오른 분위기와 대조되는, 숨죽여 속삭이는 서늘한 목소리가 내 몸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무수한 조각들은 항상 서로 이어지지 않고 두서없이 떠올랐다. 짝이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을 흩트려 놓은 듯한 기억은 뿌연 안개 속에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직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려 하는 그 연갈 빛 눈동자만이 흐릿한 풍경에서 선명히 떠오를 뿐이었다.

눈을 뜨고 나면 그러한 이미지들은 사라졌고, 내가 실제로 그 연갈 빛을 볼 기회는 이제까지 없었다. 그것은 나의 기억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깨져서는 안 되는 환상과 금기일 것이라고,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여기게 되었다. 무언가에 지나친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열중하여 궁금해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우리들이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규칙과도 같은 것이었고, 우리는 언제나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떠한 거부감도 없이 그것을 수용했다. 고쳐 말하자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목적에 의해 태어난 너에게 그 이외의 것은 아무런 쓸모없는 헛된 장식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주, 그렇게 말하곤 했다.



“…인간이 아니야.”
“네?”

그가 중얼거린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내가 반문하자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휘젓더니 이전보다 분기에 찬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제기랄, 뭐가 제 4의 형명이고, 뭐가 인류의 신 미래란 것인지….”

그는 이따금 나를 찾아와 이런 말들을 내뱉듯 하였다. 이곳에서 만나는 여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깊은 눈매에 흰색 가운을 입고 다니는 그는 나에게 배정된 주치의였다. 이름을 들은 기억은 없었으나 애초에 대화를 나누거나 할 정도의 인물이 그 밖에 없었기에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그는 떨리는 손으로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짙은 검은색이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어 잠시 눈을 간질였다. 내가 아무 말 않고 있자 그는 답답한 듯 눈 둘 곳을 찾다가 창문 하나 없는 이 방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혼자 무어라 험한 말을 하더니 의자에 기대어 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 눈을 덮었다.



눈-

 
“잠에 들 때마다 어떤 이미지가 머리 속에서 반복하여 나타나요.”

그는 실눈을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씁쓸히 피식하고 웃었다.

“너 같은 녀석들도 꿈이란 걸 꾸는구나.”
“꿈…이요?”

생소한 단어에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잠들고 나서 무의식의 작용에 의해 구연되는 이미지나 이야기 같은 것.”

그럼 꿈 속 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무의식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꿈이란 나의 고유의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진 우리에게 있어 ‘나의 것’이라는 게 허락되어 있었던가.

“꿈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그러는 것이지?”

그의 물음에 다시- 이번에는 눈을 감은 것도 아니었는데 불현 듯 떠올랐다. 바라보는 눈길. 내 기억의 시작. 그리고 나의 무의식을 모조리 지배하고 있는 그 이미지.


“…연갈 빛 눈동자.”


순간 그의 손이 움찔하더니 무릎으로 내려왔다. 그는 조금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주 예전부터 끊임없이 같은 이미지만 떠올랐어요. 실제로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다른 것들은 모두 흐릿해서 보이지 않는데 그 눈동자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떠올라요.”

그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이 어색해져 웃어버렸다. 이것은 금기다, 깨어서는 안 된다.

“그저 환상일 뿐이겠죠.”

그는 계속해서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이런 내가 꿈이란 걸 꾼다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 그것이 실재하지도 않는 것이라니- 그로서는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생생하게 빛나던 그 따스함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다가갈 수 없는 곳에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무슨 생각인지. 그리고 무언가를 궁금해 해서도 안 되는 것인데.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에 다시 다물어진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불빛에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한번 반짝이며 눈을 간질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이내 흰색 가운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눈이 자동적으로 시계를 향해 갔다. 4시 20분. 그러고 보니 어느새 신체력 검사 시간이었다.

“HS472K3, 시간 다 되었습니다. 제 13-2 실험실로 이동하십시오.”


문을 연 사람의 말을 듣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준비된 문서를 손에 들고는 나를 이끌고 나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지정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그날 담당자에게 문서를 넘겨주고는 휙 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역시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건가, 하고 쓸쓸히 웃으며 뒤돌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서늘한 기계 특유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그리고 이곳에도 여전히 황금빛 태양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러고 그런 대화를 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평소와 같이 매일 정해진 만큼의 잠을 자고, 모든 영양분이 적절히 함유된 기능식을 먹고, 일상적인 검사를 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하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언제라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획되어진 생활. 우리에게 제공된 생활 속에서 그 황금빛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 35분부터 25분가량으로, 대사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비타민 D를 합성하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된 정원에서 지내게 되어있다. 조금은 무료한 기분으로 가만히 머리 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투명하디 투명한 은빛 하늘이 위에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날 이후 내게 필요한 것 이외의 말을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검사만을 체크하고, 지정된 실험실로 나를 이동시키거나 할 뿐이었다. 그 이외의 시간 대부분은 혼자 지내었다. 나는 그에게 꿈속에서 보았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그와의 대화 이후 더욱 선명해지는 그 빛깔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말한 ‘꿈’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젠 잠을 자는 동안이 아니어도 눈을 감고 있으면 계속해서 그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서였을까. 은빛 하늘의 눈부심에 눈을 잠시 감고 있다 뜬 순간 내 두 눈을 가득 메운 그 아련한 연갈색이 햇빛에 의한 나의 착각이라고 순간적으로 여기게 되었고, 그것이 실제로 나를 보고 있는 누군가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아니, 그 연갈색 눈동자를 가진 누군가가 내 앞에 그와 함께 서 있었다. 여태껏 봐왔던 사람들-흰색 가운, 그리고 깊은 눈매-과는 너무도 다른 따스한 다갈색 스웨터를 입고서 환한 빛을 내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나의 눈이 무의식적으로 그를 찾았다. 그는 평소에 예의 그 험한 말을 했을 때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나 자신의 알 수 없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그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HS472K3, 이것이 당신의 클론입니다.”


그가 옆 사람을 향해 말했다.

‘클론’, 우리들을 지칭하는 대명사와도 같은 것. 아니, 우리의 존재 이유, 우리들이 태어난 목적. 그가 말한 그 단어의 의미를 깨달은, 나의 기억의 시작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된 그 순간, 한번도 나에게도 존재하는 것이리라 생각지 못했던 감정이 나의 모든 생각을 정지시켰다.

‘당신의 클론입니다.’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풍경이 흔들렸다. 내가 으스러지듯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그 따스함이 나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아…?”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어째서?

“잠시 정신적인 혼란에 빠진 것일 뿐입니다. 별 다른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젖어있는 그 목소리와는 다른 침착하고 서늘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나는 기억할 수 있었다. 꿈속에서 늘 들려오는 낮게 숨죽여 속삭이던 그 서늘한 목소리, 그것은 그의 것이었다. 왜 이제까지 그의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그 서늘함이 그에게서 나온 것이 아닐 것이라고 애써 믿으려 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나의 움직임에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던 그 달아오른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나를 만들어낸 사람의 그 차가운 목소리가 늘 나와 마주하는 그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을 인정하자 그가 나의 이야기에 당황해 했던 것도 그 주인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것이 쉽게 짐작이 갔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아아, 나의 꿈도, 무의식도, 결국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허탈한 깨달음. ‘나의 것’이란 역시 존재하지 않는 것이구나.

 
클론에게 주어진 권리는 오직 ‘살아갈 것’일 뿐인 것을.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시연님. 그리고 너는 나를 따라와라. 오늘은 평소의 일정에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연갈 빛 눈동자의 그 사람을 시연이라고 불렀다. 시연은 나를 조심히 일으켜 세우더니 조금 힘겨운 듯 발걸음을 옮겼다. 나의 걸음에 계속해서 신경 쓰며 조심스레 걸어가는 연의 모습에 나는 그저 멍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조금 허탈해졌고, 그에 앞서서 무언가 가슴 속에 응어리 진 게 느껴졌다.


그는 연을 어디론가 이끌고 가 누군가에게 연을 부탁하고, 나만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의 손을 놓을 때 연은 쓸쓸히 웃었고, 나는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의 뒤를 따라야만 했다.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는 신경질 적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나를 보며 작게,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의 본 바탕이 되는, 너의 존재의 시발점이 되는 아이이지. 너는 그 녀석과 모든 유전자가 같고, 너는…”
“그 ‘연’이라는 분에게 좀 더 긴 생명을 주기 위해 태어난 것- 이라는 건가요.”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토해내듯 말을 이었다.

“너는 시연의 클론(clone), 복제인간.”


그의 입을 통해 듣고 나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우리들의 삶의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던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보니 오히려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 진정되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나는 클론으로서, 그 본체가 치사에 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에게 나의 몸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정확히 짜여진 일상 속에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그리고 시연이 나타났다는 것의 의미도 불현듯 이해가 되었다.


“저는… 곧 쓰이게 되겠군요.”


그는 나의 말에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입안에 가득 고인 피의 향기가 방안 가득 퍼졌다. 그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위해 나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클론의 연구자로서, 그리고 그 성공자로서 자신의 연구의 결과물이 쓰이게 된다는 것에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만들어지지 않은, ‘태어난 사람’의 감정이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주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방안 캐비닛에서 무언가 서류들을 두서없이 꺼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나의 상태가 기록된 자료들, 그리고 복제 계약 증명서류들이 가방 안에 담겼고 그것으로 모두 끝이라는 듯이 그는 나를 등지고 섰다. 그의 등이 너무도 멀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나는 방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으나 그렇게까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래, 정해진 삶의 정해진 끝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뒤돌아서 그의 등을 쳐다보았다. 그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으나 떠나는 내 뒤로 그의 목소리가 마지막 자취를 남겼다.


“그 연갈색 눈동자, 네가 본 것은 시연의 것이겠지만 너 역시… 그 눈을 가지고 있어.”

그가 말하는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으나 그 자취는 꽤나 길게 남았다.




그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아까 그가 연을 남겨두고 떠났던 곳으로 이번엔 그 연갈 빛이 먼저 나와 나를 맞았다. 잃어버릴까 두렵다는 듯 연의 손이 나의 손을 찾았다. 따스한 다갈 빛 온기가 부여잡은 손을 타고 전해져왔다. 마치 나의 몸에는 흐르지 않는 무언가가 연에게는 넘치는 것 같았다. 내가 연의 복제라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것이 태어난 자들만이 지닌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나와 함께 생활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너를… 보고 싶었거든.”

맞잡은 손에 꾹 힘이 들어왔다. 떨고 있는 그 손은 땀이 가득했다. 긴장한 듯 보였다. 힘겨워 하는 듯한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견디기 힘들어 은연중에 나도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연의 그 태양 같은 눈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것은 후에 내 기억 속에 남은 세 가지 중 첫 번째 것이었다. 기억의 시작이었고, 환상이며, 금기였던 것이 현재로 이어져 고리가 연결되었다-.


 
처음으로 그 장소를 떠났다.


처음으로 맡은 바깥의 공기는 조금은 산뜻하면서도 시원했고, 뺨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은 손 안의 그 촉감만큼이나 간질거리고 부드러웠다. 투명한 하늘은 사각형 조각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져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였고, 교외에 다다르자 머리로만 상상했던 초록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의 색 역시 은빛에서 마법처럼 조금식 푸르스름해져 갔다.

 
“너는 처음 보겠지만 이게 진짜 하늘의 색이야. 이제 몇 군데에서 밖에 볼 수 없는 ‘하늘색’이지만.”

연이 나를 보며 설명했다. 빠르게 지나쳐 가는 주변 풍경과 다르게 하늘은 움직이지 않고 마치 우리를 따라오는 듯해서 계속 머리 위를 올려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연은 조금이라도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듯 나무에 대해, 강에 대해, 산과 바다, 우주, 그리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금 힘이 드는 듯 말할 때마다 조금씩 쉬어야 했지만 결코 멈추려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친절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이런 호의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조심스레 연의 손에서 손을 빼고 하늘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숙였다. 눈부신 그 빛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연은 다시 나의 손을 잡으려 하였지만 나는 다시 피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눈을 마주할 수도 없었다. 응어리진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

 
“나와 함께 있다는 게… 견디기 힘들어?”

연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이외의 것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묘한 어색함이 느껴졌을 뿐이었다. 그들이 늘 말하곤 했던 ‘헛된 장식’에 불과한 것이지 않았나.

“저는… 당신의 삶에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저에게 보여주고 더 많이 알게 되어봤자, 그 기억은 이곳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것들은… 헛된 장식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젖어있는 연의 음성에 놀라 고개를 드니, 연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심장께를 부여잡고서 잦은 숨을 내쉬며 힘겹게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도리어 당황하고 말았다. 내가 무언가 잘못 말했던가? 본래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감정이 넘치는 존재였던가.


“왜… 우시는 거시죠?”

물기 흥건한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무언가 말할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잠시 후 우리들은 연의 저택에 도착했다. 조금 진정한 연은 그 곳의 고용인의 도움을 받아 찬찬히 집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돌아온 고용인은 나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더니 허둥지둥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나를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듯 몸을 들썩이기만 할 뿐 움직이질 못했다. 그 뒤 보게 된 모든 이들의 반응 역시 같았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저게 그 클론이라는 거야?”
“어머, 진짜 연님이랑 똑같네. 무서워….”
 
연은 그런 그들의 수군거림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의 팔을 잡아 이끌고 빠르게 걸었다. 주변 모두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싶은 속도로 복도를 지나쳐 자신의 방에 도착하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문에 등을 기대고서 숨을 헐떡였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나를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입이 작게 움직였다.

“…미안해.”
“네?”
“너를 태어나게 해서, 그렇게 살아가게 해서… 제대로 된 삶을 가지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그는 그렇게 그 표정을 풀지 않고서 계속해서 그렇게 말했다. 원래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을 어째서 연은 미안하다고 하는 것일까.

“저는…”

나는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뒤이어진 연의 말에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조금 전에 이동하던 중 말하려고 했던 것을 지금에야 털어놓는 듯 했다.


“매일 밤마다 너의 꿈을 꾸었어. 아주 어렸을 적에, 아마도 갓 태어났을 무렵에 본 너의 모습이었겠지. 너의 연갈색 눈동자가 잠에 들 때마다 바로 어제 본 것같이 선명하게 떠올랐어. 그 눈동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죄스러워서… 죄스러워서…. 그래서 너를 꼭 다시 보고 싶었어.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너를….”
 
연은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연 역시 나와 같은 이미지를 보았던 것일까. 눈앞에서 바로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그 연갈 빛을….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실재하는 것이며 자신의 클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어쩌면 나와는 달리 망설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물어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꿈’ 이라는 단어 역시 알고 있었을 테니까.
 
 
“‘사람은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내가 죽는 대신 네가 살아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이 죽고, 제가 살아간다니….”
“그래. 나는 내 본디 운명대로 죽고, 대신 네가 살아야 해. 그동안 내가 빚진 만큼 살아가길 바라. 너는 나의 도플갱어니까, 나인 척 하고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연은 나를 바라보며 아픈 미소를 지었다. 도플갱어라는 말 역시 생소한 단어였고, ‘살아가라’고 말하는 그 역시 생소한 모습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더 힘들어 할까봐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였다. 그 아픈 미소가 가슴에 저렸다.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그는 그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 않았던 것인가.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그 만의 것들을… 태어난 사람의 그 무언가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분명 그랬을 것인데 왜 저다지도 아프게 웃는 것일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가슴에 응어리졌다. 이건 대체 무슨 감정인지.



 
잠시 동안의 외출에도 힘에 겨웠던지 연은 금세 잠에 들었다. 색-색- 하는 숨소리가 귀를 간질였고 마주한 연의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 나와 같은 피를 전해주고 있을까. 침대 옆 테이블의 거울이 문득 눈에 들어와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연갈색… 나의 눈동자? ‘그’는 멀어져가는 나에게 연의 눈이 나의 눈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르다.

비록 모양과 색은 같을지 모르겠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이것이 나의 눈이었다. 연의 눈과는 다르다. 나는 클론에 불과하다…. 본디 그 빛을 클론이 가지고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다정한 심장소리가 나의 것과 함께 박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을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왠지 가슴이 더욱 갑갑해졌다.


 
다음 날 우리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다. 연은 나에게 너무도 많은 감정을 보여주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많이도 웃고, 끊임없이 활기로 주변을 메웠다. 나는 처음으로 풀과 나무의 촉감을 느끼고 살아있는 생물체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그 건물 안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흰색 가운의 그들 말고는 살아 숨쉬는 무언가를 전혀 본 적이 없기에 그런 것이 있다는 말조차 당시에는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연이었다. 물론 연은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커지만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렸지만 그 모든 것보다 더 강렬한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으나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 쓸모없는 것이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을 감당할 길이 없어 멍하니 있는 나를 데리고 연은 많은 곳을 보여주었지만 쉽게 지치는 그 몸을 이끌고는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낼 수 없었다. 연은 이내 지쳐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가만히 내가 연을 응시하고 있자 연이 나를 보며 살폿 웃었다.

 
“계속- 내 눈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연의 말을 듣고서야 내가 그랬었나 하는 생각에 무언가 무안해졌다. 사실 나는 여전히 이렇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바랐던 그 빛이 있다는 게 실감이 가지 않았다. 꿈일 뿐이라 생각했었으니까. 그 꿈마저 나의 것이 아니라 여겼으니- 절대 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말없이 그의 눈을 계속 쳐다보고 있자 그 역시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분명 같은 눈일 텐데, 내 눈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어. 내가 내 손을 마주 잡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따스한 온기가 너의 손을 잡을 때 전해져 오듯이….”
“제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나요?”
 
연의 손에 비해 차갑고 어느 것도 느껴지지 않는 기계 같은 손이라 생각했었다. 연은 환하게 꽃을 피웠다.

“따스하고, 저릿저릿한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져.”

연의 연갈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함께 살아있구나- 하고, 비록 잠시 동안이겠지만 우리 함께 살아있었구나- 하는 걸… 잊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 온기도… 제 심장도, 이 눈도… 그 동안의 꿈도 다 거짓일 텐데….”


나의 것이란 없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란 본디 없는 것이다…. 나의 말에 연은 화들짝 놀라며 코가 맞닿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다른 모든 시야를 방해하고서 오직 연의 두 눈이 전부를 메우고 있었다. 저 하늘의 황금빛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환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사그라지는 공기의 연한 노을 내음이 그 빛을 더욱 돋우었다.

“같은 눈이겠지만… 그렇지만 달라. 너의 눈엔 뭔가 좀 더… 그래, 별과 같은 꿈이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걸.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광활한 우주 속에서 꿈꾸고 있잖아.”

‘꿈’? 연이 말하는 꿈의 의미는 그가 말해준 것과 달라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그 뜻을 다시 물었다.

“다른… 꿈의 의미도 있나요?”
“이루어 내고 싶은 희망,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오던 소망…. 그것이 ‘꿈’이야.”

“…희망?”


연의 눈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리 없다는 회의감이 들었으나, 그와 함께 그랬으면 좋겠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연과 만나고 나서부터 계속 이상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연이, 저 연갈 빛이 하는 말의 마법을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을의 내음이 점점 짙어지더니 어스름한 청회빛과 섞이기 시작했다. 연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나는 그의 곁에서 떨어져 창문을 닫으러 갔다. 갑자기 거세어진 바람이 휭 하고 방 안을 훑고 지나갔다. 금세 모든 온기를 빼앗길 것 같은 느낌에 급히 창문을 있는 힘껏 닫고 돌아섰다. 그러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시연…?”

문득 불안감이 강하게 들었다. 심장박동이 급격히 올라가는 걸 느끼며 연의 두 손을 잡았다. 온기를 모두 빼앗긴 손이 차갑게 시렸다. 인형같이 표정 없는 창백한 연의 얼굴… 그것이 마지막까지 나의 머릿속에 각인된 그 두 번째 이미지였다.




 
저택의 대응은 나보다 능숙하고 재빨랐다. 어디론가 급하게 연락을 취하는 가 싶더니 연과 나는 함께 병원- 내가 있었던 그 건물로 우송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나를 보며 수군거렸지만, 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눈치였다. 내가 만들어진 목적을 그들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내가 연의 곁에 있는 것을 묵인해주었다. 나는 차가워져가는 연의 손을 꽉 쥐었다. 왠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어째서… 당신은 나의 본체이면서, 왜 클론인 저보다도 이렇게….”

삑- 삑- 하는 연의 심장박동의 횟수가 점차 낮아져갔다. 내 머리 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를 만나야 한다- 는 알 수 없는 간절함. 빛을 사그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연은 응급실로 들여보내졌고, 나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익숙한 그 길을 따라 뛰었다. 그 곳에, 내가 지냈던 그 방에 그가 있을 거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쾅!”

문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고, 그와 함께 형광등 불빛에 반사된 그의 검은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를… 사용해 주세요.”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마치 나를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급한 마음이었고, 그가 당장이라도 일어서 주길 바랐다. 연은 나의 눈 안에 ‘꿈’이 꿈틀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 의미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연의 설명을 듣고도,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자 연에게 내가 모르는 그 ‘꿈’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 녀석을 위해 죽겠다는 말이냐…?”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이잖아요. 제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나요?”


그러자 회의감이 한가득 그의 얼굴에 밀려왔다. 그리고 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아이는 너에게 삶을 양보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나는 그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연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강한 감정이 일었다.


“안돼요!”


나의 외침에 그는 마치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할 힘이 있을 줄 몰랐다는 듯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아이를… 살려주세요. 저를… 저의 몸을 연에게 주세요.”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제기랄’ 하고 낮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떨리고 있었다.

“저는… 연의 클론이잖아요?”
“그 따위 클론- 만들어내지 않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평소보다 심한 분기가 느껴졌다. 그는 줄곧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듯 했다. 나의 존재가 세상에 있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그 것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줄곧, 줄곧 거부하고 싶었던 듯 했다. 하지만 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갈 빛… ‘내’ 꿈속의 그 빛을 겨우 알게 되었는데… 보내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것이 내 존재의 이유였다고 나 자신에게 확답을 주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내 삶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HS472K3. 그것이 제 명칭이지만… 연의 속에 저는 남아있을 테니까, 이제 괜찮아요.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고, 저의 존재 역시 꿈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만들어지지 않은 너의 진심이라는 거냐.”


다시 한번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옷매무새를 고치고 나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깊은 그의 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진 표정이라고 여겨졌다. 그의 걸음은 응급실에서 멈추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이 누워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그는 잠시 허실히 웃고는 나를 연의 옆 침대에 눕혔다. 몇 가지 간단한 점검을 한 후에 우리는 건물의 더 깊숙한 곳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그는 말없이 마취주사를 찾는 듯 했다. 불현 듯 아직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주사에 마취 액을 넣던 그의 눈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는 왠지 모를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정현….”

주사의 피스톤이 눌려지기 시작하며 꿈결 같은 달콤한 나른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시현아… 잘 자거라.”


나즈막한 그의 목소리가 감기는 눈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그제야 알게 된 그의 이름. 그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시현… 그것은 그가 나에게 지어준 ‘나의 이름’이었을까. 무언가- 눈에서 빛이 떨어진 것 같았다.






우아- 이렇게 보니까 너무 부끄러! 아는 분이랑 하는 배경만 같은 단편 릴레이 인데 공책에 두서없이 썼던 걸 컴퓨터로 옮겨 적으면서 조금씩 고친 거에요.. 누군가 아는 사람한테 글보여준 거 너무 오랜만이라서 민망하고 이상하고 어색하고 아무튼 참 그렇네요 ㅠㅠㅠㅠ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거긴 한데 실제로 쓰니가 이거 참 구성도 어색하고 무언가 설정도 제대로 안 된거 같고 이야기는 또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거 같아서 경험치를 좀 더 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길게 썼네요. ;D
이번 달 마감이 3개나 있는 데 전 이러고 있고 ㅇ<-< 200자 원고지 70장 분량이라는 데 이게 딱 그 분량이라서 이걸로 내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미 제 머릿속은 텅 비었그 y///y ... 하아 어쨌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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