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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은유니 2008. 7. 21. 06:43
 

  Memento Mori

                 20311 손미혜



어제 생명을 소진한 노을은 오늘의 새벽을 낳으며 서서히 세상의 머리 위에서 사라져갔다. 그 어제의 노을의 열정을 받아 태어난 오늘의 하루는 어느새 세상의 손을 맞잡고 삶의 곳곳에, 어제의 시간에서 찾아온 그 마음을 오늘의 사람들에게 다시금 전해주었다. 그 속에서 우리들의 웃음소리도, 혹은 울음소리도 어디에선가 들려왔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다시금 죽고, 다시금 새로이 시작하며 우리에게 시간을 전해주었다.

교실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는 듯 했다. 흐릿하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던 하늘 사이로 투명한 눈물자국만이 흐드러지게 내리던 하루하루에 지쳐있었던 요즈음 오랜만에 보는 짙푸른 하늘이었다. 겨우 찾아온 생명의 화색을 잃지 않으려는 듯 교실의 모두는 이야기를 하며 그 꽃을 피우고 있었다. 드르륵, 세월의 시간을 살아온 죽은 나무의 마찰음이 들렸다.  모두들 잠시 동안 이야기를 멈추고서 나의 눈을 마주하더니 이내 자신들의 이야기 속으로 돌아갔다. 그들 사이에서 가만히 나를 지켜보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때?”

짧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그렇게 서로의 눈을 마주하여 보다 우리는 이내 살며시, 조금은 또 어색한 듯, 그러나 간직하고 있던 빛을 한껏 드러내며 그렇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녀석도-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아마.”

웃음이 그친 뒤 나는 자그맣게 말하며 창문 밖을 내려다보았다. 몇 번이고 뒤돌아보게 만들었던, 저 눈부신 햇살이 나부끼는 운동장은 자신의 위에서 몇 번이나 잔 숨을 내쉬던 누군가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잊지 않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 운동장에 눈을 머물다가, 이내 고개를 들며 그녀가 물었다.

“운동장, 나가 볼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현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곳 운동장 위에서였다. 나는 하얀 제비꽃이 흐드러지게 핀 화단을 바라보며 벤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뉴월의 강한 햇볕이 내리쬐어 달구어진 땅 의 열기는 오후가 되어 차차 식기 시작했고, 바람을 타고 온, 말갛게 피어오르는 제비꽃의 향기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물….”

갑작스럽게 말을 건 상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려보니 흐트러진 머리사이로 땀을 한껏 흘리며 한 소년이 서있었다.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 소년은 잔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골랐다.

“거기- 있는 물 좀 마셔도 될까?”

그가 가리킨 것은 나오면서 가지고 왔던 페트병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페트병을 내밀었고 소년은 한두 모금 마시더니 남은 물을 머리 위로 전부 쏟아 부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물을 털어내더니 벤치 옆에 주저앉듯이 앉았다. 생각해보니 그는 내가 벤치에 나오기 전부터 계속해서 운동장을 달리고 있었다, 신경을 쓰지 않아 모르고 있었을 뿐.

“…달리기 대회라도 나가는 거야?”

“아니, 아니야. …그냥. 답답해서.”

내가 묻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한참동안 달리고 나면 심장의 박동소리 밖에 들리지 않으니까, 거기에 집중하고 있을 수 있어서. 아직 이렇게 잘 뛰고 있구나, 하고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게 된달지.”

그는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고서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눈을 떠 해가 지는 반대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정현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소년의 손을 잡으며 나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좋아했었는데. 현석이가 달리는 모습도, 혼자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도, 그리고 그 곁에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너의 모습도. 뭐랄까, 너희들 항상 다른 사람들이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나 처음에 그렇게 너희 안 보이는 곳에서 지켜보고만 있었어.”

“그러다 그 녀석이 모두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너를 불러낸 거고?”

내 말에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었기 때문인지 작은 것 하나 세심하게 느끼고 관찰하고 그리고 놓치지 않으려고 했었으니까. 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도 처음부터 다 알아차리고 있었을 거야.”

그가 달리곤 했던 운동장의 짙푸르게 반짝였던 잔디는 색이 바라져 있었다. 그 묘한 첫 만남 이후에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현석을 여러 번 만날 수 있었다. 연갈색 머리를 흩날리며 그라운드를 달리던 녀석은 어느새 익숙해진 나의 빈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고, 나도 익숙하게 물을 건넸다. 그리고 얼마간 둘이서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몇 바퀴를 돈 뒤에 그것은 하루의 일상과도 같은 일이 되었다. 매일같이 뺨을 스치는 바람의 소리를 느끼며, 사그라지는 하루를 지나보내었다.


“희망을 전해준다고?”

“그래. 미래를 맡기는 거야, 저 곳을 향해.”

미래를 맡긴다는 표현이 이상해 하늘을 올려다보던 눈길을 내려 현석의 눈을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달리지 않게 된 녀석은 이젠 하늘바라기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저녁 하늘을 지켜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엔 ‘별을 보려고’ 하고 말았지만, 나중에 별을 향해서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묻자 저렇게 대답하며, 의문을 더욱 가증시켰다. 내가 계속 시선을 떼지 않자 그가 웃어버리더니 손을 들어 하늘의 별을 가리켰다.

“저 녀석은 나보다 더 오래 살 테니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 나의 희망만큼은 저 곳에 남겨두고 싶어. 그리고 저 곳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쌓여있는 그 희망들 속에서 지낼 거야. 사실은 두렵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즈음 들어 부쩍 그런 표정을 지어보일 때가 많았다. 같은 반이 아니기에 나는 저녁의 그 시간이 아니고는 그와 마주할 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던 것인데, 이리 저리 귀동냥으로 안 것에 의하면 학년 초부터 규칙적으로 학교 수업을 듣지 못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쯤엔 거의 학교에 나오지를 않고 별을 바라보는 그 저녁 무렵에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곤 했었다.

“금방이라도 가려는 듯이 말하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자그맣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어쩌면. 나, 그렇게 건강하지 못하니까.”

“그게 무슨…”

“어렸을 때부터. 그들이 뭐라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나를 향해 무엇인가 포기하게 만들었어. 달리는 것도, 겨우 받아낸 허락인데 이제 또 못하게 해버리고. 그 속에서 내가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늘을 보는 것뿐이더라. 그때부터 잃지 않으려 노력한 유일한 게 이거야.”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었다.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냐, 그래서 말하지 않으려 했고. 그냥 곁에서 있으면서 같은 시간을 같은 공간을 함께 할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이왕이면 그 희망 속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기를 바랐어.”

잠시 이 세상을 다녀간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그 속에서 추억을 하나 쌓아간다는 듯이 말했다.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응, 응 하고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가 사라질 무렵 잠시 나타나는 그 붉은 빛과 닮아있다고, 마지막 찰나의 순간을 빛내는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푸르른 등불을 향해 여행을 떠날 거라는 것을 이미 그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늘을 보면 저곳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을 보면 심장의 두근거림이 들려와. 그래서 저 반짝임 사이로 달려 나갈 수 있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답답한 현실에 대한 도피처가 되어버렸는지도 몰라.”


“이제 조금 알아가기 시작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녀는 벤치에 걸터앉으며 허실히 웃었다. 우리는 그때와 같은 벤치에서 이제 보이지 않는 그녀석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앉았다. 붉은 노을을 반사하며 길게 늘어진 그의 그림자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래도 떠나가기 전에 현석일 알게 되어서 기쁘다고 생각해. 그의 별에 담길 희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남겨준 그림들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


“말은 다리가 없어도 살 수 있다지만, 말로 태어나 달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젠가 그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저 무슨 말이냐며 웃으며 넘어가 버렸지만, 말로 태어나 달리지 못했던 그는 그런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으려 했었던 것이라는 걸,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 그렇게 부단히 애썼던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하늘에 나리는 햇살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는 자신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그렇게 달렸었던 것일까.


“그 녀석이랑 있으면서 항상 생각했어, 그 녀석의 '희망을 전해주는 것'은 미래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단지 잃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어린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희망을 전해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항상 들었었어.”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은연중에 결심했었어. 그와 함께 그 별을 향해 나의 희망도 함께 전해주자. 매일 밤 전해지는 그의 희망과 함께, 나의 희망도 전해주자. 그렇다면, 언젠가 그 녀석이 그 별로 가버리게 되더라도 그 모두를 안고서 조금 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언제까지고 그 녀석 곁에 머물려고, 결국 희망을 다 소진한 그 녀석이 그 별로 떠나갈 때까지, 나 역시 희망을 전해주며 마음을 맞닿아 있으려고 노력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공간의 같은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밤은 끝나고 아침이 말갛게 밝았다. 별 대신에 눈부신 햇살이 나리는 아침이었다. 새파란 잔디는 폭신한 연황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다시 한껏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며 일어설 것이다. 회색빛 하늘은 다시금 그 본유의 푸름을 되찾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을 떠나 더 넓은 곳을 향해 나아가게 되겠지. 내일의 눈부심을 믿으며.

“들어가자.”

그녀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나 역시 잠시 그 연갈 빛 운동장을 두 눈 가득 담아 두었다가 일어섰다. 그리고 우리는 교실을 향해 돌아선다. 우리의 뒤에서 햇빛에 숨겨진 별이 잠시 반짝였다.


아직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나는 그 별로 떠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 지켜보려고 해. 언젠가, 내 희망을 다 소진한 그날 너를 만나게 될 때, 네가 가보지 못했던, 만나지 못했던 내일은 아름다웠다고 전해주기 위해서….







뭐야 이거 무서워(..) 사람이 하루종일 붙들고 있었는데 요거밖에 안되네요. 으하하.
나 왜 이거 쓴다고 했지? 몰라 이거. 하루만에라니 이건 미친짓이야.. 나에게 적어도 일주일에 시간을 주세요 ㅠㅠ 아니 것보다 영감의 신을 ... 나 정말 아무것도 생각안나. 흐끅. 저번에 썼던거 그대로 낼까도 생각했고, 해리포터 쓴거 대충 고쳐서 낼까도 생각했는데 도저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구요... 고쳐야 할 점이 산더미 같은 건 알겠는데 도저히 어디부터 언제 손대야 될지 모르겠다. 으아, 오랜만에 컴퓨터 하면서 밤을 하얗게 불태웠내요 ;ㅂ; 사실 제목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입력했던거 그대로 인쇄해 버렸구, 뭔가 중간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마구마구 많았는데 어디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집어넣어야 할지, 그 시간은 대체 언제 주어지는 건지! 아니 뭐 어제부터 열심히 썼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놈의 마감병 때문에(..)
나 몰라.. 분명 떨어질거야.. 끄앙.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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