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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 목적 없이 시작한 일이었고, 그 이후부터는 그냥 본디부터 그래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었고, 사실은 별 뜻 없이 행동하는 것이고, 나는 단지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해왔어. 분명히 많은 방법이 있었을 테고, 나의 대처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을 텐데도, 나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수 없었어. 그게 옳다고 여기도록 교육받아왔으니까.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자라왔으니까.
수단에 불과했던 것들이 목적이 되어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바라왔던 것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왜 이다지도 아무렇지 않은 일로 여겨지는 것인지.
주변에는 힘들게 지켜가는 사람들도 많고, 당당하게 간직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고, 그러라 격려하고 마음을 기대도록 위안을 주는 분들도 많이 있고, 또한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빈말이라도 기분 좋아지고, 너에게만은 이라는 말 한마디도 되려 죄송스러운데. 괜찮아. 괜찮아.
공부라던가 성적이라던가 지위라던가 돈이라던가, 그러한 것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도 안 되고, 그러한 것들이 기준이 될 수 없으리라 여겨왔는데도 이렇게 쓰디쓴지.
운동장에서 기차놀이 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서 새삼스레 신기하게 느껴져서 억울하다. 나는 현재를 즐기고 있다고, 삶을 만족할 만큼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비울 수가 없어.
아침 7시. 밤 12시.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삶이 있고, 한국은, 여기 이곳은 나의 뿌리에 불과한 것이야. 지금의 쓰라림도 헛된 것은 아니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가겠다고 다짐한 길이다. 어느 길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걸어간다는, 뛰지는 못해도 한 발짝씩 나아간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인데도. 내 의지로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하다가도 뒤돌아서서는 내가 원한 일이 아니라고 우기고. 그리고는 만족하지 못해 미친 듯이 뛰다가도 반환점도 결승선도 잃어버리곤 여긴 어디였지 하고 멍해지고.
그래 사실은 알고 있어. 나는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고, 실은 단순하게 여겨도 별 상관은 없는 일이라는 걸. 남들과 다르게, 어리석게 사는 걸 선택할 자신감도 없다는 걸. 비울 수, 없다는 거. 사소한 일에 웃음 짓고 하늘 바라기에 행복해하는 것이, 고작 그것이 다라는 거. 그리고 끝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글을 쓰고 싶어? 쓸만한 생각이 있어야 쓰지. 소재 삼을만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쓰지. 새로운 발상을 느낄 수 있을만한 경험이 있어야 쓰지. 365일 중 50일 정도를 제외한 300일을 늘 똑같은 육각 상자에 있는데. 내가 그곳에서 수용하고 수용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앞서 나가는 애들을 보면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애들을 보면서, 포기하고 타협한 아이들을 보면서,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하지?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글과 언어의 힘을 믿는다고, 그렇게 여기고는 있는데.
곁에서 이렇게 반짝이고 있는데.
글을 쓰고 싶다. 혼자 조용히 방에 있으면서,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집중하고 싶다. 리듬을 타듯이 음악을 창조해내고 싶다. 어느새 다가오는 3주년. 또 다른 내가 사는 비밀의 정원은, 그리고 '또 다른 나'는….
그리고.
그 시간과 그때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였는데 추억하는 아름다움이 된 것 같아.
팔랑팔랑.
은유니-연주
라온제나-여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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