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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푸른빛이 감도는 밤의 하늘은 아직 채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투명한 공기로 감싸 안고 있어서 새로운 날의 시작 느끼게 해주었다. 새벽은, 그 맑은 영혼의 목소리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보다도 시작 이라는 예의 그 새로운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가져다주었다.
만월이 다가오는 듯 점차 차오르는 달은 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벽의 이슬에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소년은 그 신비스러운 빛으로 자신을 비추고 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의 그림자에 얼굴이 반쯤 가려져 표정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달빛을 보면서도 별 감흥이 없는 듯 소년은 그렇게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소년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어느새 인가 어두운 빛이 점차 밝아오더니 이내 깨질 듯 환한 푸르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아래에 빛으로 가라 앉아 있던 태양이 고개를 들더니 소년의 머리맡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양의 그 모든 것을 비추는 환한 빛이 은은하고 신비롭지만 약하기만 한 달빛을 몰아내고 온 세상을 감싸갔다. 아니, 태양의 환함에 어둠 속에 홀로 빛을 발하던 달이 물러나 버린 것일까. 어떠한 경우든, 태양과 달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지고 뜨는 그 찰나의 순간인 뿐인 것이다.
투명한 햇살이 소년을 비추자 어둠에 반쯤 가려져 안보이던 소년의 모습이 분명히 드러났고, 마치 저 태양의 빛을 가져와 놓은 듯한 금발의 짧게 삐친 머리와 무표정하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그 깊고 투명한 금빛의 눈에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소년은 주위를 감싸는 그 빛이 태어나는 그 장관을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 있던 모습과는 어딘가 모르게 달라보였다. 그건 아마도 태양빛의 부스스한 그 금발머리 때문일까.
‘이제 그만 내려갈까..’
어느 정도 윤곽이 뚜렷해졌고, 풀과 나무들 속의 눈에 띄지 않는 길의 모습도 차츰 드러나자 소년은 태양을 바라보기를 그치더니 살짝 - 희미하게, 스쳐지나가듯 미소를 짓더니 발걸음을 재촉하여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또 늦었다고 특별 훈련 코스를 거치게 할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던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베시시 웃었다. 일에 대해선 철두철미한 소년의 스승이었지만 정말이지- 정말이지- 성격만큼은 어느 누구도 받아줄 수 없을 만큼 한마디로 말하자면 ‘최악’이었달 까. 그럼에도 소년이 스승님 곁에서 언제고 있는 건 그의 아버지이자 단 하나 뿐인 친구이며 그의 곁에서 그 웃음을 보고 있자면 그 무엇이든 잊고서 안심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있어도 좋아, 라고 생각했다.
쿡쿡 웃음을 터뜨리던 소년은 왠지 쓸쓸한 눈빛을 살짝 비추었으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이 다니던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새벽의 공기는 차갑고 서늘했지만 또한 상쾌하고 설레임으로 손끝이 떨려오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을에 가까워지자 더욱 발걸음을 빨리하며 걸어가던 소년은 불현 듯 나무들 사이로 달빛을 본 것 같다는 느낌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햇빛의 장난이었을까, 나무들만 무성할 뿐 스쳐지나가듯 보았던 빛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년은 고개를 갸웃하며 방향을 돌려 길을 가려다 다시 한번 눈앞을 스치듯 반짝이는 달빛을 느끼고는 그 빛을 찾아 눈길을 돌렸다. 나무들 사이로 무엇인가 지나쳐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두근두근.
소년은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자각하지 못한 채 자석에 이끌리듯 그 빛을 찾아 다가갔다. 두근두근. 심장의 박동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마치 머리보다 먼저 느끼고서 반응을 하는 듯.
……그곳엔 은빛 머리의 한 소녀가 자그마한 빛에 둘러싸여 어루만지듯 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랑의 만화방에서 타로와 함께하는 판타지 자작 릴레이 입니다 -
타로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도 같이 연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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