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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퇴사과정이 끝나고, 다시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도망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멀어지기 바빴던 첫 퇴사. 그리고 3주 간의 시간을 거치며 천천히 지난 업무들과 동료 직원들 간의 관계를 마무리해갔던 이번 두번째 퇴사는 그 분위기도 방향성도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지금 당장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앞으로의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만두었던 첫번째 퇴사 때의 나는 함께 일해 온 선후배 동기들과 관계를 거의 끊어내듯이 정리했고, 퇴사 의사를 표한 뒤 수차례의 면담을 거쳤지만 당일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나갔다. 지금을 제대로 마주보기엔 너무도 힘들고 지쳐서, 그렇지만 또 그런 나를 챙겨주는 많은 선배들이 고맙고 죄송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엉엉 울었던 기억만이 가득하다. 그렇게 달아난 이후 며칠간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계속해서 잠을 청했다. 시간은 빠르고도 더디게 지나가더라. 다시 자리에서 일어날 힘과 용기를 얻고, 미처 매듭짓지 못한 관계들을 회복하기까지는 거의 두세달의 시간이 걸렸다.
스스로 마지막을 정했다는 점에서는 첫번째 퇴사와 두번째 퇴사는 닮아 있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단단해졌다는 점이다. 이전의 나는 지난 시간들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지난 1년여의 시간을 천천히 마무리짓고 차례로 주변에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단단함이 자리했다. 사실 처음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꺼내고 최종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기 그지 없었다. 수차례 이어진 면담, 최종적인 정리를 유예하게끔 만드는 여러가지 일들이 계속됐다. 퇴사 시기부터 업무 인수인계, 향후 거처와 공간의 향방을 놓고 벌어지는 지치는 논의들의 연속. 그럼에도 그 혼란스러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놓치기 싫어한다는 건 그만큼 내 능력을, 그리고 나 자신을 인정한다는 뜻이고, 함께 일해보자는 감사한 제안은 함께한 지난 시간들이 결코 헛되거나 의미 없지 않았음을, 그것은 결코 실패나 좌절은 아니었음을 알려주었다. 그건 꽤나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자기확신과 자기긍정은 지금을 버티어낼 용기를 준다.
많은 분들께서 나와의 마지막을 아쉬워해주셨고, 그만큼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로 두 손이 무거워질 때면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나 겸손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건 싫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쉬운 만큼 또 즐겁고 소중한 인연들이 그렇게 만들어졌구나. 어쩌면 지금은 마지막일 수도 혹은 앞으로도 이어질 인연의 시작일 수도 있겠지. 다만 지나간 시간은 잘 정돈해서 넣어두고, 새로운 출발을 힘껏 시작하자.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쨌든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당장 내일 다시 ‘처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또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그 시간들은 어떤 색깔을 지닌 채 나에게 다가올까. 두려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동시에 약간은 기분 좋은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 어쩌다 내가 그곳에 가게 된건지, 역시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경로들로 이어져 있다. 어쩌면 나는 수차례 실수를 반복하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잘 해낼 수 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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